진짜 탄소중립은 1개 뿐, 정부가 밝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

  • 임병선 기자
  • 2021.08.05 13:53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브리핑하는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사진 KTV국민방송 방송화면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5일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3개 안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3개 안 중 1개뿐이다.

탄소중립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목표를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로 설정했다. 총 3개 안은 각각 탄소 감축률에 차이가 있지만 전환·수송·산업·건물·농축산·폐기물 등 전 부문에서 탄소 저감량과 흡수량 증대가 대규모로 이뤄진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탄소중립위는 이번에 제시한 시나리오를 9월까지 산업계, 노동계, 청년, 시민사회, 지자체 등 각 분야별 의견을 수렴하고 7일 출범하는 일반 국민 대상 '탄소중립시민회의'를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견을 고려한 정부 최종안은 10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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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각 안을 보면 2050년 한국 순배출량 목표는 가장 적게 줄인 1안에서 2540만t, 그다음으로 2안 1870만t, 3안은 순배출량 0으로 일명 '넷제로'를 달성 가능하다. 순배출량은 온실가스 총배출량에서 특정 기술로 처리한 양만큼 뺀 것이다. 

각 안마다 목표하는 에너지 분야 발전원 비율, 전기·수소차 보급률 등이 달라 순배출량 저감률이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발전원 중 재생에너지 비율 목표는 1안 56.6%, 2안 58.8%, 3안 70.8%다. 1·2안은 전기·수소차 보급률을 76%, 3안은 97%로 가정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에너지 분야에서 무탄소 신전원을 새롭게 도입해 2050년까지 1안은 14.1%, 2안은 13.2, 3안은 21.4%까지 늘리는 것으로 가정했다. 무탄소 신전원은 수소터빈, 암모니아 발전 등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발전원을 의미한다. 암모니아 발전과 수소터빈의 경우 현재 기술 수준에서 아직 실전에 투입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지만 산업계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원자력발전은 유지된다. 전체 발전원 중 원자력발전 비율은 기존 2018년 23.4%였는데 탄소중립 시나리오 1안과 2안은 7.2%, 3안에서는 6.1%가 목표로 책정됐다.

수송부문 2050년 배출량은 1·2안에서 1120만t, 3안은 280만t이 예상되며 이는 2018년 총 배출량 9810만t 대비 각각 88.6%, 97.1% 감축된 수준이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은 이날 열린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관련 브리핑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되었을 때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 내용을 전망한 것으로 부문별 세부 집행 방향과 전환 속도를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발전원 비율, 수소 전기차 비중, 건물 에너지 관리,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이하 CCUS), 흡수원 확보 등 핵심 감축 수단과 그 수준을 현실적 여건과 전제 가정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상훈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 발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2030년 목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고 탄소 배출을 계속하려는 안까지 들어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리 탄중위도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국회 핑계를 대고 미룰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 촉발을 위해 탄중위가 생각하는 강화된 목표를 제시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3개 안 감축 수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가장 감축률이 적은 1안 탄소 저감 목표는 2018년 대비 96.3% 수준이다. 1안에서는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유지한다.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억 5390만t이며, CCUS로 9500만t 처리, 산림 등을 통해 2410만t 흡수, 친환경 대체연료 등으로 940만t을 감축하면 1안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2540만t이다. 탄소중립위는 1안이 "기존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발전 및 원료와 연료 전환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다음으로 감축률이 적은 2안은 석탄 발전은 중단하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긴급 수요에 대비해 유연성 전원으로 유지한다. 이 경우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1억 3720만t이다. CCUS, 산림 흡수, 대체연료 등으로 1억1820만t을 처리하거나 감축하면 순배출량은 1870만t이 된다. 탄소중립위는 2안이 "1안에 화석연료를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했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한 3안에서는 석탄, LNG 발전을 아예 중단하고 대신 전체 전력원 중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을 70.8%까지 늘린다. 이렇게 되면 화석연료 사용량은 기존 1억 6830만TOE(석유환산톤)에서 2050년에 3440만TOE로 줄어들고,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은 기존 910만TOE에서 3660만TOE로 늘어난다. 

1안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없이 생산된 그린수소만 사용한다는 전제가 있어 수소 부문 탄소배출량은 0이 달성된다. 나머지 산업과 수송, 건물, 농축수산 등의 배출량은 거의 1, 2안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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