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자라기도 전에 익사해...' 황제펭귄 멸종 머지않았다

  • 남주원 기자
  • 2021.08.05 07:00
(사진 Wikipedia - Denis Luyten)/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기후위기로 해빙이 녹으면서 황제펭귄도 멸종위기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 Fish and Wildlife Service)은 남극 황제펭귄을 멸종위기종법(ESA, Endangered Species Act)에 따라 보호종으로 등재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 멸종위기종법은 멸종위기에 처한 종의 회복을 촉진하고 멸종을 방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법 중 하나다. ESA 목록에 등재된 생물 종은 미 연방으로부터 더욱 강력한 보호 조치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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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Wikipedia - Christopher Michel)/뉴스펭귄

당국은 황제펭귄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기후위기, 특히 해빙이 녹고 있는 현실을 꼽았다. 해빙은 황제펭귄 생존에 필수적이다. 펭귄들은 해빙에서 번식하고 새끼를 키우며 먹이를 찾고 포식자로부터 피한다.

산업화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하자 뜨거워진 지구 온도는 점점 더 많은 해빙을 녹이고 있다. 해빙이 녹아 없어지면 황제펭귄을 비롯해 생태계 곳곳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16년 남극에서 두 번째로 큰 황제펭귄 군락인 핼리베이(Halley Bay)는 1만 마리 이상 새끼 펭귄을 잃었다. 어린 펭귄들이 자라서 방수 깃털을 갖추기도 전에 해빙이 사라진 탓이다. 새끼 펭귄들은 차가운 남극 바다에서 죽음을 맞았다.

어류·야생동물관리국 수석 부국장 마사 윌리엄스(Martha Williams)는 "우리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기후변화는 전 세계 다양한 종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오늘날 그리고 향후 수십 년 동안 내리는 결정이 황제펭귄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Pexels)/뉴스펭귄

황제펭귄 개체수는 다소 안정적이나 가까운 미래에 상당수가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남극 대륙 해안선을 따라 약 61개의 번식 군락이 있으며 62~65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류·야생동물관리국에 따르면 지금보다 탄소배출을 줄일 경우와 그렇지 못할 경우 남극에 서식하는 황제펭귄은 2050년까지 각각 26%, 47% 사라질 전망이다. 특히 인도양, 서태평양, 벨링스하우젠해 및 아문센해 일대 황제펭귄 군락은 해빙이 녹으면서 9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왼쪽부터 차례로 종 이름, 연도, ESA 등록 여부, 기후 위협 요인, 예측 가능 미래다 (사진 Global Change Biology - Stephanie Jenouvrier)/뉴스펭귄

같은 날 국제 학술지 글로벌체인지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세계 에너지 동향과 정책을 고려할 때 기후 모델이 예측한 속도로 해빙이 계속 사라진다면 2100년까지 사실상 황제펭귄 군락 80~98%가 멸종한다.

연구 주저자이자 바닷새 생태학자인 스테파니 제노브리에(Stephanie Jenouvrier)는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라며 "펭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황제펭귄의 ESA 지정안은 4일 연방 관보에 고시된 후 60일간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발효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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