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처음이라②] 단지앙 "한국서도 '비건 벌크업' 사례 많이 알려져야"
[비건은 처음이라②] 단지앙 "한국서도 '비건 벌크업' 사례 많이 알려져야"
  • 남주원 기자
  • 승인 2021.08.0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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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시리즈는 '알면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드는' 방식을 전하는 것이지 육식에 대한 개개인의 기호를 비난하거나 채식을 강요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혀둔다.

(사진 장지은 씨 제공)/뉴스펭귄
(사진 장지은 씨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김도담 기획, 남주원 구성ㆍ글] 비건 하는 사람은 왠지 몸도 부실하고 건강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인식,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는 초기 담배업계가 건강함의 상징인 유명 스포츠 선수들을 이용해 흡연이 몸에 좋다고 마케팅한 것처럼, 육류업계가 똑같은 수법을 써왔다고 고발했다.

'육식=튼튼함과 힘'이라는 인식은 이전 세대 많은 영화와 미디어 속 대기업 광고가 주입한 고정관념이다. 환상적인 골을 넣고 KFC 치킨을 뜯는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빅맥을 걸고 한판승부를 펼치는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버거킹 로고가 박힌 링 위에서 주먹을 날리는 UFC선수 제임스 윌크스. 육식을 섭취함으로써 상대팀을 이기고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영화 이스케이프 플랜(Escape Plan, 2018)에서는 "채식주의자처럼 주먹에 힘이 없군"이라는 대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미디어가 주입한 당신의 오해와 편견을 깨뜨려줄 사람이 여기 있다. 체육학을 전공하고 피트니스 업계에서 약 10년을 일했던 장지은(35) 씨는 현재 3년 차 비건 지향인으로 살고 있다.  

장 씨는 '단지앙'이라는 활동명으로 SNS에서 '비건 벌크업'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는 2019년 11월부터 비건 음식을 활용한 체계적인 식단과 운동으로 건강미 넘치는 몸을 만들고, 직접 경험한 일상과 노하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비건 식단으로 골격근량 3.6kg을 늘렸다.

단지앙 비건 벌크업 전·후 체성분 측정표다. 단지앙은 '비건 벌크업'을 시작하고 골격근량 3.6kg이 늘었다. 왼쪽부터 2019년 11월, 올해 3월 인바디 (사진 장지은 씨 제공)/뉴스펭귄
단지앙 비건 벌크업 전·후 체성분 측정표다. 단지앙은 '비건 벌크업'을 시작하고 골격근량 3.6kg이 늘었다. 왼쪽부터 2019년 11월, 올해 3월 인바디 (사진 장지은 씨 제공)/뉴스펭귄

그는 현재 비건 피트니스 커뮤니티와 인스타그램, 비건 먹방 유튜브 채널 'Danjiaang Vegan Mukbang'을 운영 중이다. 유튜브 채널은 8월 2일 기준 구독자 7000명을 앞두고 있다.

장 씨가 '비건 벌크업'으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이유는 꽤나 진지하고 심오했다. 오해와 편견을 넘어 '비건 먹방'이라는 새로운 트렌트 선도하고 있는 단지앙 장 씨와의 인터뷰다.

 

Q. 비건 벌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A. 비건을 지향해 가면서 그동안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약자 혐오와 학대, 동물 착취, 종차별이 일상에서 얼마나 심각하고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게 됐어요. 비록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나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또 자본만 쫓으며 지속가능하지 못한 방식을 추구하다가 결국 우리 삶에서 소중한 것들이 돌이키기 힘든 수준까지 망가진 현실도 깨닫게 됐죠. 

이런 사실을 일부가 아닌 다수가 함께 마주하고 고쳐가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어요. 비거니즘을 주변에 최대한 많이 알리는 것. 이것이 저 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비건에 대해 갖고 있는 ‘먹을 게 없고 맛이 없다’, ‘단백질이 부족할 거고 근손실, 영양결핍, 건강 악화가 될 것이다’ 등 편견과 오해를 깨기로 했어요. 맛있는 비건 음식과 비건을 지향하면서 만든 탄탄한 몸. 이것들에 대한 정보와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저의 이야기들을 공유하기 시작한 거죠.

아무튼(웃음) 제 비건 벌크업의 계기이자 궁극적인 목적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줘서 전체적인 육식 소비 총량을 조금이라도 줄여가기 위함이에요.

(사진 장지은 씨 제공)/뉴스펭귄
(사진 장지은 씨 제공)/뉴스펭귄

 

Q. '비건 벌크업', '비건 피트니스'라는 말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A. 해외에는 비건 음식뿐만 아니라 피트니스 분야에서도 좋은 사례들이 꽤 있어요. 비건 보디빌더, 비건식을 실천하는 정상급의 운동선수, 비건 피트니스 코치 등 SNS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죠. 국내에도 그런 사례들이 필요해요.

특히 저는 그것이 더 다양한 모습으로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럼 비건에 대한 영양학적 오해와 혐오적 편견도 줄어들 테고 비건 진입 장벽도 낮춰줄 거예요. 

개개인의 다양성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보이는 게 누군가의 차별적 인식을 바꿔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이유들로 저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벌크업에 도전하게 됐어요.

 

Q. 골격근량 3.6kg 증가를 가능하게 한 운동과 식단은? 

A. 근성장에 영향을 주는 기본 요소인 운동, 식단, 휴식을 나름 체계적으로 계획해서 꼼꼼히 챙겼어요.

운동은 분할 운동을 통해 잦은 빈도로 타겟 부위를 자극했고 점진적 과부하를 주며 강도 있게 훈련하려고 노력했어요. 지난주보다 그리고 지난달보다 1kg이라도 더 많이 들려고 노력하면서 운동 볼륨을 높여갔죠.

식단은 동물성은 모두 제외하고 식물 기반 비건 식단으로만 계획해 섭취했어요. 처음에는 나의 기초대사량과 운동량, 활동량 등을 고려해 산출한 일일 섭취 칼로리를 기준으로 벌크업이라는 목표에 맞게 칼로리를 조절해가며 섭취했어요. 외관상 보이는 몸 상태 변화와 운동 수행력 증가, 피로감, 체질 등을 고려해서 영양소 구성 및 일일 칼로리 섭취량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테스트했죠. 그렇게 제 목표 달성에 최대한 적합하게 맞춰갔습니다.   

대신 운동과 식단에만 집착해서 휴식을 간과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바쁘거나 혹은 컨디션이 저조한 날에는 운동보다 수면 시간을 더 우선시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회복된 컨디션으로 더 집중해서 운동하려고 노력해요.    

 

Q. 근육을 키운다고 하면 닭가슴살, 계란부터 생각나는데...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을 소개하자면

A.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저의 식물성 단백질 주요 급원은 밀단백과 건두부, 검은콩, 쌀(곡류)입니다. 밀단백의 주 원재료인 밀 글루텐은 밀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인데요. 100g당 약 75g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어요. 건두부와 압착두부에는 100g당 약 23g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고요. 

저는 검은콩밥을 즐겨먹어요. 벌크업이라는 특수성에 맞게 검은콩과 백미를 1:1비율로 섞어서 지어 먹고 있는데요. 이런 경우 검은콩밥 100g에는 약 탄수화물 55g, 단백질 22.5g, 지방 8.13g이 함유돼 양질의 3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어요. 또 각종 채소와 나물류, 해조류 반찬을 골고루 구성했을 시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까지 포함된 이상적인 식단을 구성할 수 있죠. 

보충제는 벌크업 시작 초반 몇 달간만 비건 프로틴 파우더, 비건 글루타민 등을 섭취했었어요. 현재는 생각나면 멀티비타민을 먹어주는 정도? 자연식으로만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어요.   

 

Q. 과거에는 육식을 했을텐데, 육식과 채식 벌크업에 있어서 신체적 차이가 있나요? 

A. 근성장에는 식단 외에도 다양한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는 어려워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외형에서 특별한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육식으로 벌크업을 했을 때는 20대 초반이었고 채식으로 벌크업을 하고 있는 지금은 30대 중반인데요. 과거에 비해 대사량과 신체 기능이 다소 떨어졌을 지금 시기에 장기간 고강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고 꽤나 좋은 성장을 서서히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채식이 영양학적으로 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근성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체감하고 있네요. 특정 질환이 없는 성인 기준으로요.

게다가 개인 경험상 채식을 하니 소화가 훨씬 잘 돼서 속이 편안하고. 늘 몸과 머리가 가벼운 느낌이 든다는 점이 과거와 비교돼요.

 

Q. 하루 운동량은?

A. 집에서 프리 웨이트로 벌크업을 하고 있어요. 하루에 운동은 대략적으로 평균 3시간 반 정도, 한 번에 3시간 반 동안 쭉 운동하는 게 아니라 오전에 1차로 2시간 하고 오후에 2차로 1시간 반 또 해주고 이런 식으로 나눠서요. 하루에 1번 운동할 때도 있고 2~3번 나눠서 할 때도 있습니다.

 

Q. ‘파이토케미컬유니언’이라는 채널도 운영하고 있던데, 어떤 플랫폼인가요?

A. 비건 피트니스 관련 팁과 식물 기반 영양 정보를 콘텐츠화해서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요. 비건 피트니스 관련 산업이 해외에는 많지만 국내에는 없더라고요. 비건을 지향하는 개인 트레이너는 있지만 비건 피트니스 산업은 없었죠.  

‘비건에 물이 들어온다’라는 표현처럼 최근 국내에서도 비건 수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비건 피트니스에 대한 수요도 보여요. 파이토케미컬유니언을 ‘비건 피트니스 코리아 커뮤니티’로 키워나가는 게 목적이에요.

현재는 저를 포함해 전문 영양사 선생님 등 메인 멤버 3명을 중축으로 운영 중이고요. 채널을 브랜딩화 해서 추후에는 비건 피트니스 짐 웨어, 용품 등 제작도 할 예정이에요. 회원을 모집해서 비건피트니스 세미나, 모임도 할 계획이고요. 또 비건 피트니스 스튜디오 활용 계획도 있습니다.
 

Q. 평소 가방에 갖고 다니는 제로웨이스트 아이템은?

A. 때에 따라 아이템 한 두가지가 추가되지만 기본적으로 에코백, 프로듀스백, 손수건, 텀블러, 식기세트를 외출 시 항상 가지고 다녀요.

개인적으로 손수건은 정말 추천드려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는 휴지와 물티슈 개인 소비를 정말 많이 줄일 수 있거든요. 특히 물티슈는 펄프나 면이 아니고 플라스틱이라, 버려지면 썩는 데만 100년이 걸리고 하천과 바다로 유입돼 미세플라스틱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손수건 3~4장 들고 다니면 이렇게 환경에 부담이 크고 동물과 인간 건강, 안보에도 위협적인 쓰레기 소비에 대처할 수 있어요. 게다가 훨씬 위생적이고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도 없고. 가볍게 들고 다니기도 좋아서 주변에 강력 추천하는 최애템이에요.  

(사진 장지은 씨 제공)/뉴스펭귄
(사진 장지은 씨 제공)/뉴스펭귄

 

Q. 최근 비건이라서 힘들었던 순간

A. 사실 어머니가 위암 투병 중이세요. 아프면 고기를 꼭 먹어야만 낫는 걸까. 제가 의학적으로 완벽하게는 모르니까... 그런데 또 다 못 드시고 버리는 음식도 많거든요. 가족이 아픈 데서 오는 그런 상황이 총체적으로 힘드네요.

또 인스타그램 메시지 등 SNS를 통해 질문을 많이 받아요. 가장 기초적이지만 필수적인 질문들. 예를 들어 닭가슴살 관련 질문이라던가. 최대한 성심성의껏 제대로 설명을 드리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정말 많은 얘기를 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런 부분에서 내가 제대로 잘 전달을 드렸는지 걱정되기도 해요. 제대로 설명하려면 2박 3일 캠핑 가야 하거든요.(웃음)

 

Q. 최애 비건음식은?

A. 비건 찜닭, 닭볶음탕이요. 그리고 비건 떡볶이. 떡볶이는 비건 시작 전부터도 워낙 좋아했어요. 최근에는 비건 순대요. 음... 그냥 최애 비건 음식 오조 오억 개라고 적어주세요. (웃음) 다 너무 맛있어요.

두부치킨을 만들어 먹는 단지앙 (사진 'Danjiaang Vegan Mukbang'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두부치킨을 만들어 먹는 단지앙 (사진 'Danjiaang Vegan Mukbang'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Q. 요즘 최대 관심사 또는 취미는?

A. 저의 관심사는 ‘나의 비거니즘 활동 범위를 어떻게, 무엇으로 더 확장시킬 수 있을까’입니다. 요즘에는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기존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소비를 줄여나가기만 했는데, 이제는 그 실천이 습관처럼 익숙해졌고 무언가를 더 할 수 있겠다는 여력도 생겨서 쓰레기 줍는 활동도 시작하게 됐어요. 

 

Q. 비건 제품 만드는 회사에게 원하는 것

A. 자본이 비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갔으면 해요. 단순히 비건 관련 소비를 하는 것이 비건 지향은 아니에요. 기업 비건 제품에 소비를 해도 정작 그 돈은 해당 기업의 논비건 제품을 키우는 데 들어가요. 내가 비건 제품에 들인 돈이 결국 기업에 있는 다른 논비건 제품을 키우게 된다는 딜레마가 있어요.

또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거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기업들이 석탄 화력을 줄여야 한다’라는 식 말고, 공장식 축산 등 왜 비건 지향을 해야 하는지 직원들을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 스스로도 비건 지향을 실천하고 사회적·문화적으로 비건 산업을 권장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라요.

 

Q. 비건을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A. ‘완벽하게 실천해야 돼’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속해 있는 환경에 맞게, 나에게 맞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천천히 시도해 보기를 바라요. 조금은 느슨해도 하나씩 하나씩 변화를 시도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을 반복해 가다 보면, 어느새 과거보다 더 나아진 스스로의 모습에 성취감을 느끼고 계속 이어나갈 자신감도 생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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