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살인적 더위에 구토까지... "선수들이 대가 치르고 있어"

  • 이후림 기자
  • 2021.07.27 14:10
경기 직후 구토하는 트라이애슬론 선수 (사진 NHK 방송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수질 오염에 살인적 더위까지 덮친 일본 도쿄 상황에 각국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야후스포츠 칼럼니스트 댄웨첼(Dan Wetzel)은 하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작성된 일본 공식 제안문에 담긴 '날씨가 온화하고 맑은 날이 이어지는 7월 도쿄는 선수들이 최고 기량을 펼치기 이상적인 기후'라는 말을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거짓말에 선수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려 섞인 목소리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댄웨첼에 따르면 26일 치러진 남자 트라이애슬론 경기 결승선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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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살인적인 폭염 탓에 위원회는 해당 경기 시작 시간을 오전 6시 30분으로 앞당겼지만 당시 기온은 30℃에 육박했으며 습도는 67.1%를 기록했다.

폭염 속 경기를 겨우 마친 선수들은 결승선을 통과한 이후 엎드려 고통을 호소하거나 심지어는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댄웨첼은 트라이애슬론뿐 아니라 야외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테니스, 비치발리볼, 사이클링 등 종목 선수들 또한 비슷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직후 게재된 재팬타임스 한 칼럼니스트 글을 인용하면서 어떻게 도쿄가 하계올림픽 개최지가 됐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재팬타임스 칼럼 저자는 "한 여름에 마닐라, 방콕, 자카르타, 싱가포르 등을 다녔지만 경험상 도쿄가 최악"이라며 "도쿄보다 최악인 장소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나,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NBC에 따르면 일반적인 도쿄 7월 낮 평균 최고기온은 35℃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지역은 40℃를 넘어섰다. 도쿄 환경부는 2020년 7월부터 도쿄 지역 열사병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해 6월부터 9월 사이 일본에서는 열사병으로 총 112명이 사망했으며 폭염 관련 건강 이상으로 6만 4000명 이상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3개월 사이 도쿄에서만 약 5900명의 열사병 환자가 발생했다.

카약 슬라롬 경기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호주 선수 제시카 폭스(Jessica Fox)는 이러한 날씨가 올림픽 대회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털어놨다. 제시카는 NBC와 인터뷰에서 "마치 목욕탕에서 노를 젓는 것과 같았다"며 "선수들은 이상적이지 않은 날씨에 모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을 견디다 못해 예선 경기 직후 쓰러진 러시아 양궁 선수 (사진 'Olympic Russia' 공식 트위터)/뉴스펭귄

23일 오전에는 폭염을 견디지 못한 한 러시아 양궁 선수가 예선 직후 의식을 잃기도 했다. 당시 감독은 역대 올림픽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쓰러진 선수와 한 팀인 크세니아 페로바(Ksenia Perova)는 "긴장 탓도 있겠지만 열사병으로 쓰러진 것이 맞다"면서 "날씨가 너무 더워 뜨거운 열이 아스팔트 위로 올라오고 있다. 높은 기온도 문제지만 높은 습도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케이트보드 선수들은 콘크리트가 뜨거운 열을 흡수해 휠 축 고무 조인트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보드를 제어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덥고 습하기로 악명 높은 도쿄 7~8월 심각성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입찰 과정을 마무리한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앞서 주요 외신은 도쿄 날씨 문제와 더불어 트라이애슬론과 오픈워터 수영 경기가 열리는 도쿄 오다이바 해변 수질 오염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도쿄올림픽 오픈워터 수영 경기는 8월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오전 6시 30분에 오다이바 해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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