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대응 성적표' 삼성·SK=C+, 롯데·GS·농협=F

  • 남주원 기자
  • 2021.07.08 11:53
이하 10대 그룹 기후위기 대응 성적 발표 퍼포먼스 (사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한참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롯데, 농협, GS, 현대차그룹 등은 '기후위기대응 성적'이 낙제점인 F로 나타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한국지부는 8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에메랄드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10대 그룹의 ‘기후위기대응 리더십 성적표'를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4월12일부터 5월7일까지 국내 10대 그룹 10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 ▲사용 전력의 100%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 ▲구체적인 이행방안 등을 물었고 계열사 별 응답을 취합해 점수를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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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성적표에 따르면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이 공언한 것과는 달리, 대부분 그룹의 실제 기후위기대응 노력은 낙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10대 그룹 100개 계열사 중 44곳만이 응답했으며 그 마저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연도와 이행계획을 보유한 곳은 25곳에 그쳤다. 

(사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뉴스펭귄
(사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뉴스펭귄
(사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뉴스펭귄

그룹 차원에서는 SK와 삼성이 'C+'로 국내 그룹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 계열사가 설문에 응답했고 100%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목표연도를 수립하지 않거나 이행 연도가 늦은 계열사가 많았다.

롯데, 한화, GS, 현대중공업, 농협 등 대다수 그룹은 최하점인 'F'를 받았다. 그린피스측은 이들 대기업의 계열사 전체가 설문에 응하지 않거나 또는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LG와 포스코는 계열사 절반 가량이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및 이행 연도를 응답해 'D'를 받았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인 만큼 재생에너지 현황 및 목표 수준을 각 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10대 그룹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규모에 더해 이들 그룹사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주요 그룹사 차원에서부터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10대그룹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성적표 (사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기후미디어허브 제공)/뉴스펭귄
(사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뉴스펭귄

응답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100% 달성연도는 평균 2048년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요 글로벌 기업보다 20년 이상 뒤쳐진 수준이다. 

'RE100'(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에 가입한 곳은 지난달 기준 317곳이다. 이들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연도는 평균 2028년이다. 애플, 구글 등 이미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곳도 53곳에 달한다. 

현재 국내 기업 중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홀딩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 등 SK 6개사에 LG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까지 합쳐 모두 8개사에 그친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넘어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고, 유럽연합에서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관련 법안 초안 공개를 앞두고 있는 등 탄소 과배출 기업들이 더는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경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업 생존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정부와 차기 대권주자들까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뉴스펭귄

한편 설문조사 당시 미응답으로 최하점인 'F'를 받은 현대차그룹은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어제(7일) 현대자동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5개 계열사에서 'RE100' 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연호 캠페이너는 “이제라도 현대차그룹 5개사에서 재생에너지 100% 이행 의지를 공식 발표한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전력의존도가 높은 현대제철 등 계열사가 빠진 점이나 최근 현대건설에서 베트남 석탄발전소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화한 점 등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에는 여전히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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