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앞에 죽은 나무가 놓인 이유

  • 임병선 기자
  • 2021.06.25 16:37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정문 앞에 고사목이 누워 있다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앞에는 죽은 나무 한그루가 누워 있다. 

껍질이 벗겨지고 조각난 채 전시된 고사목은 백두대간 함백산 지구 정암사 앞에서 자라던 전나무다. 국내 기후변화에 따라 고고도 산간지역에 먼저 나타난 침엽수 고사 현상이 해발 1000m 아래로도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 전나무도 고사를 피하지 못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정문에 누워 있는 고사목이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한반도의 한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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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기후위기 현실과 인류가 만들어낸 물질에 압도당하는 자연, 플라스틱 문제 등을 전시로 풀어낸 '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가 6월 8일부터 개최 중이다. 전시는 8월 8일까지 이어진다. 

기후미술관 전시장 내부에는 고사목 한그루가 더 있다. 경북 울진 백두대간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금강소나무다.

기후미술관 전시장 내부 고사목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제공)/뉴스펭귄

7월 13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고사목을 위한 추모식이 열린다. 기후위기로 죽어간 침엽수를 추모하고, 위기에 처한 현실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다.

미술관에 전시된 고사목은 모두 백두대간에서 발견됐지만, 침엽수 집단 고사 문제는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상록침엽수 집단 고사 원인은 기후위기로 인한 해충, 봄철 가뭄, 수분 부족 등이다. 

기후위기로 고사한 금강소나무. 녹색연합 서재철 위원이 울진 일대에서 촬영했다 (사진 '기후위기 3.5'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국립공원공단은 지난달 발간한 '국립공원 기후변화 모니터링 2020년' 보고서에서 구상나무, 분비나무 등 아고산대(해발고도 1500∼2500m) 상록침엽수 고사 현상은 전국 국립공원에서 발생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도 2016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약 3년간 주요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아고산대 상록침엽수 집단 고사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전국적 고사 현상을 확인했다. 특히 한라산 구상나무 서식지에서는 이미 90%에 가까운 개체가 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공원공단은 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가문비나무와 분비나무는 고사율 증가세가 더뎌지고 안정세를 찾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구상나무 군집은 집단 고사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고사한 금강소나무. 녹색연합 서재철 위원이 울진 일대에서 촬영했다 (사진 '기후위기 3.5'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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