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범고래는 독성물질 범벅된 어미 모유를 먹었다

  • 임병선 기자
  • 2021.05.21 16:20
(사진 Universita Osloensis)/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인간이 바다로 흘려보낸 독성 화학물질에 범고래가 신음하고 있다.

범고래 사체에서 높은 수준의 다용도 화학물질 폴리염화바이페닐(이하 PCB), 살충제인 DDT와 클로피리포스(CPS) 등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오슬로대(Universita Osloensis) 연구진이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 좌초하거나 포획된 범고래 사체 몸속 성분을 분석한 결과, 새끼 범고래 체내 화학물질은 어미에게서 온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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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대 생명과학과 클레어 안드비크(Clare Andvik)는 "새끼는 태어난 이후 모유 말고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며 "몸속 화학물질은 어미의 젖을 먹거나 자궁 속에서 전이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PCB는 한때 전기절연용 소재, 단열재, 살충제 등으로 널리 쓰였으나 생물체에 축적돼 생식 이상, 어린 개체의 인지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80년대부터 관련 물품 생산이 금지됐다. 하지만 PCB를 사용했던 건축물 등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잔여 PCB는 토양 등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DDT는 살충제로 널리 쓰이다가 곤충과 조류 등 각종 동물에 축적되면서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1970년대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됐다. 이와 같은 물질들은 안정적인 화학구조 덕에 쉽게 분해되지 않아 해양생물은 지속적인 축적에 시달린다.  

좌초한 새끼 범고래 사체 (사진 Universita Osloensis)/뉴스펭귄

일부 성체 고래 사체에서는 의류, 카펫 가구, 프라이팬 코팅 등 여러 방면에서 쓰이는 불소계 계면활성제 일종인 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PFOA), 과불화옥테인술폰산(PFAS)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와 같이 비교적 새롭게 발견된 화학물질까지 해양생물에게서 발견된 것에도 우려를 표했다.

오슬로대 연구진이 범고래 사체를 부검하고 있다 (사진 Universita Osloensis)/뉴스펭귄

안드비크는 "각종 화학물질은 고래 지방층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으며 어린 동물에게 독성을 띨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범고래 심장, 비장, 신장, 간, 근육, 지방 등 신체조직을 조사한 결과 지방이 많은 범고래의 심장에서 화학물질 축적 정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앞서 바다거북 근육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등 인간에 의한 해양오염으로 각종 동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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