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펭귄] '포크에 꽂혀 죽은 재규어' 무엇을 의미하나

  • 남주원 기자
  • 2021.05.11 06:00
(사진 Greenpeace UK)/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야생 재규어 한 마리가 거대한 포크에 통째로 꽂힌 채 죽어 있다.

가히 끔찍하기 짝이 없는 위 합성사진은 그린피스영국(Greenpeace UK) 공식 인스타그램에 9일(이하 현지시간) 게재됐다.

그린피스는 사진과 함께 "테스코에는 큰 문제가 있는데, 그들은 당신이 그 문제에 대해 알길 원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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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Tesco)는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유통업체다. 미국 월마트, 프랑스 까르푸, 독일 메트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국 최대의 식품·유통회사다.

그렇다면 그린피스가 말하는 '테스코가 밝히기 꺼려 하는' 그 문제란 과연 무엇일까. 그들은 "테스코는 아마존 삼림벌채를 야기하는 육류를 팔고 있다"라며 "재규어 같은 상징적인 야생동물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린피스영국에 따르면 테스코는 광대한 산림지대를 소위 '싹 다 밀어버리고' 대두 농장(콩 농장)을 조성했다. 그곳에서 재배된 대두는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사료를 먹은 돼지와 닭이 판매 돼 우리의 식탁 위로 오는 것이다.

단체는 "테스코 같은 회사들이 행동하지 않으면 아마존을 비롯한 소중한 생태계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테스코를 향한 그린피스의 일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린피스영국은 지난해 8월 '육류가 환경에 나쁜 7가지 이유(7 reasons why meat is bad for the environment)'라는 제목의 공식자료를 내고 테스코 등 전 세계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산업용 육류 시스템, 즉 '공장식 축산'에 대해 규탄한 바 있다.

단체는 당시 공장식 축산이 인류와 지구에 해로운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주장을 내놓았다.

삼림벌채와 산불을 야기한다(It causes deforestation and forest fires)

기후위기를 일으킨다(It causes climate change)

아마존 열대우림을 티핑포인트에 가깝게 밀어 붙이고 있다(It’s pushing the Amazon rainforest closer to a tipping point)

인권 침해와 토지 약탈의 책임이 있다(It’s responsible for human rights abuses and land-grabbing)

야생동물을 죽이고 있다(It’s killing wildlife)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미래 전염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It’s increasing the risk of future pandemics like coronavirus)

비효율적인 식량 생산 방식이다(It’s an inefficient way to eat) 

따라서 그린피스영국이 이번에 게시한 한 장의 이미지는 기후위기부터 인권문제에 이르기까지 산업용 육류 시스템이 지구 곳곳에 끼치는 '끔찍한 파괴의 한 단면'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각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해 10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해당 내용을 그대로 우리말로 번역해 공유했다.

앞서 지난 3월 세계 최대 육류 가공회사인 제이비에스(JBS)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0) 달성을 위한 전 세계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테스코를 포함해 수많은 대형 유통기업 및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이 JBS에서 고기를 구입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육류 생산을 통해 JBS가 배출하는 탄소는 쉘(Shell)이나 비피(BP) 같은 거대 화석연료 회사가 배출하는 양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아마존 산림벌채를 이끄는 주범인 것이다.

2030년까지 불법 삼림벌채 문제를 해결하고 2035년까지 삼림벌채를 없애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JBS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JBS가 탄소중립 약속을 내놨다고 기뻐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린피스영국 측은 JBS가 발표한 성명에 대해 "회사는 탄소발자국의 근본적 원인인 '육류 생산'에 대해서는 정작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다"라며 "그들은 수익을 위해 여전히 기후 및 생물다양성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체는 이번 발표가 2030년 브라질의 불법 삼림벌채와 2035년 다른 삼림벌채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면서, 고의적으로 화재를 내는 행위에 대한 금지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재규어의 국제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한편 사진 속 비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재규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준위협'(NT, Near Threatened) 단계에 처해 있다.

준위협종은 당장 멸종위기에 직면하지는 않았지만 근시일 내에 위협이 찾아올 수 있으므로 관심이 크게 필요한 종이다. 이들을 멸종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주요 원인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밀렵 행위다. 재규어의 고기와 뼈, 가죽, 이빨은 모두 인기 밀거래 대상이다.

[퍼스트펭귄]은 뉴스펭귄이 국내 뉴스매체로서는 처음 보도하는 기사를 뜻한다. 다른 매체에서 흔히 [단독]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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