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선율'... 내 노래가 동료를 유인하는 미끼가 됐다

  • 남주원 기자
  • 2021.04.19 11:49
이탈리아 브레시아에서 덫에 걸려 죽은 새 (사진 WWF Italy)/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이탈리아에서 매년 수백만 마리의 새가 죽어나가고 있어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이탈리아에서 연간 500만 마리 이상 새들이 불법 포획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전했다. 

국제 비영리기구 버드라이프인터내셔널(Bird Life International)에 따르면 이는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새들은 덫에 걸려 죽거나 산 채로 동료를 끌어들이는 '미끼'로 이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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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롬바르디아주에 있는 도시 브레시아(Brescia)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조류 보호단체 '새도살방지위원회'(이하 Cabs, Committee Against Bird Slaughter)는 이 지역에서만 연간 40만~100만 마리의 새가 밀렵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지중해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보면 일 년에 무려 1100만~3600만 마리에 달하는 새들이 불법 포획되거나 목숨을 잃는 것으로 파악됐다.  

밀렵꾼에게 잡힌 새가 노래를 부르며 다른 새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진 WWF Italy)/뉴스펭귄
죽은 새 더미. Cabs에 따르면 이 새들은 한 마리당 3유로(약 4천 원)에 팔린다 (사진 Committee Against Bird Slaughter/뉴스펭귄

밀렵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새를 잡아들였다. 그들은 포획한 새를 '살아있는 미끼'로 활용했다. 먼저 그물망에 걸린 새의 노랫소리는 또 다른 새들을 유인했다. 자기도 모르게 친구들을 죽음으로 끌어들이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덫은 붉은 열매덩어리나 나뭇가지 등으로 위장해 새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나무 곳곳에 설치됐다. 덫에 걸린 새는 다리가 부러져 천천히 죽음을 맞았다.

단순하게 총에 맞아 죽는 새들도 상당했다. 덫 설치는 연중 불법인 반면 조류 총살은 공식 사냥 시즌 만큼은 합법이기 때문이다. Cabs는 "중요한 문제는 사냥꾼과 밀렵꾼 사이의 애매모호한 경계"라며 붙잡힌 밀렵꾼의 약 70%가 사냥 면허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불법 총살은 이탈리아에서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 금렵 감독관 필리포 밤베르기(Filippo Bamberghi)는 불법 총살이 브레시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500유로(약 66만 원)라는 낮은 벌금 탓에 사냥 비허가 시즌에도 밀렵은 횡행하고 있다. 필리포는 "벌금은 지난 30년 동안 동일했다"라며 "새 1마리를 쏘나 1000마리를 쏘나 벌금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 종을 쏴도 매우 낮은 벌금을 낼 뿐"이라며 "밀렵꾼들은 보호 대상인 새를 죽여서 적발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비단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미국에서 멸종위기종 흉상어 7마리를 불법 소유 및 판매한 남성이 고작 5000달러(약 564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갈라파고스에서는 밀매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밀매 범죄자는 최대 3년 징역형이라는 처벌만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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