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진짜 사라져버리는 '이것' 아세요?

  • 홍수현 기자
  • 2021.04.01 06:00

매년 46.7종 꼴로 자취를 감추는 멸종위기종
1987년 4월 1일 환경보전법으로 보호
2021년 '멸종위기종의 날' 지정... 제1회 온라인 선포식 개최

[뉴스펭귄 홍수현 기자] 4월 1일 만우절. 온 세상이 뒤죽박죽 가벼운 거짓말에 속아 종종 허탕을 치는 날이다. 좌우가 바뀌거나 원래 있던 자리에서 자취를 감춘 뒤 엉뚱한 곳에 나타나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근데 이날, 정말 세상에서 없어져버리는 존재들이 있다. 매년 46.7종 꼴로 멸종되고 있는 멸종위기종 이야기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 2010년대에만 총 467종이 멸종됐다고 선언했다.

멸종위기종을 구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2021년 4월 1일 제1회 멸종위기종의 날이 선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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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 1987년 환경보전법에 의거해 4월 1일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특정 야생동·식물을 지정, 고시한 바 있다. 이후 수차례 법 개정이 이뤄지며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60종)과  II급(207종)으로 나누어 엄격하게 보호받고 있다. 

열심히 경단을 굴리는 소똥구리들 (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서식지를 보존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근본적인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복원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국립공원공단의 반달가슴곰 복원 사례와 멸종위기종보호센터의 소똥구리 복원 사례다.

지난해 소똥구리를 찾으면 한 마리당 100만 원을 준다는 뜬소문이 돌아 전국이 들썩였다. 2017년 환경부가 소똥구리 복원사업을 시작하며 50마리를 5000만 원에 산다고 입찰공고를 냈던 것이 와전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딱정벌레목에 속한 소똥구리(Gymnopleurus mopsus)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이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었으나 1971년 이후 발견 기록이 없어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똥구리가 사라진 건 우리나라의 생태계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소똥구리는 화학첨가물이 들어간 사료나 구충제를 전혀 먹지 않은 가축의 똥만 먹어야 살 수 있는데 급속한 산업화로 소똥구리가 자생할 수 있는 서식지 자체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이하 국립생태원)는 2019년 몽골에서 우리나라 소똥구리와 유전자가 같은 소똥구리 200마리를 들여와 342마리로 증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립생태원은 소똥구리를 키우기 위해 화학농약에 노출되지 않은 제주도의 말 분변을 직접 공수해와 소똥구리들을 정성껏 길러냈다. 

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종인 저어새(Platalea minor)의 경우 2020년 기준 전 세계 개체군 중 번식 가능 개체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번식 중일 정도로 국립생태원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저어새는 새끼일 때 본 존재를 어미로 여기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먹이를 줄 때 늘 저어새를 닮은 탈과 마스크를 쓰고 급이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새끼를 돌보고 있는 저어새 (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이 같은 열정에 힘입어 국내 최초, 법으로 '멸종위기종의 날'을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호주 등은 이미 각각 5월 3주 금요일, 9월 7일을 멸종위기종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원장 박용목), 서식지외보전기관(회장 이강운)은 4월 1일 오후 2시부터 ‘2021년 제1회 멸종위기종의 날’ 선포식 기념행사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코로나19와 직면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는 서식지외보전기관과 관계기관의 노고에 감사하다"며 "이번 선포식을 시작으로 국민들이 멸종위기종 보전과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선포식에는 홍정기 환경부 차관, 슐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SRG) 위원장, 김기정 멸종위기 전문매체 뉴스펭귄 발행인의 축사와 함께 멸종위기종의 날 지정 이유와 각 기관 소개, 기념 영상 시청 및 멸종위기종의 날 선포식 등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번 선포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하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행사 전체를 모두 사전 녹화하고 당일 국립생태원 유튜브에 영상을 게시할 예정이다.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홈페이지)/뉴스펭귄

국립생태원과 서식지외보전기관은 "내년부터는 멸종위기종의 날 기념식을 비롯해 학술 워크숍, 시민 체험활동 등 부대행사를 확대하고 나아가 국가기념일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뉴스펭귄에 밝혔다.

김기정 뉴스펭귄 발행인은 "멸종이 멸종을 낳는다. 그것이 우리가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는데 애써야 하는 이유"라며 "기후위기가 불러오는 대멸종의 시계는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이 시계를 멈추거나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운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장은 "멸종위기종 복원은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라며 "서식지외보전기관은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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