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잔디가 멸종을 부른다?" 잔디깎기의 새로운 트렌드

  • 홍수현 기자
  • 2021.03.16 08:00
(사진 pixabay)

[뉴스펭귄 홍수현 기자] 반듯하게 잘 지어진 단독주택과 그 앞에 펼쳐진 푸른색 너른 잔디 마당. 많은 이들이 꿈꾸는 로망일 것이다.

촘촘히 깎인 잔디가 멸종위기를 불러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화 및 식물을 구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보존단체 플랜라이프(Planlife)의 말을 인용해 "화석 연료로 잔디를 깎는 작업이 야생 동식물에 할 수 있는 가장 해로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플랜라이프는 "잔디 1㎡가 하루 평균 꿀벌 3.8마리가 살아갈 수 있는 꿀을 공급한다"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잔디를 키우는 것이 석유 비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불필요한 작업 시간 소모를 방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는 야생동물에 막대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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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으로 변신한 케임브리지 대학 잔디밭

실제 지난해 1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학교의 마스코트 중 하나였던 드넓은 잔디밭을 야생화가 마음껏 자랄 수 있는 초원으로 개편했다. 

대학은 "1980년대 이후 농업패턴의 변화, 살충제 사용, 온난화 기후 및 야생 서식지 파괴로 많은 수분매개체가 사라졌다"며 "잘 다듬어진 잔디보다 야생화가 번성하는 걸 보며 안도감과 기쁨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케임브리지의 초원은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생태계로 변모할 것이라 말했다. 

같은 해 9월 대학은 생물 다양성 조사 결과 초원에서는 59종의 식물이 발견된 반면 바짝 깎은 잔디밭에서는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 22종의 식물이 기록됐다고 밝혔다. 또 초원에서는 바짝 깎은 잔디와 달리 13종의 무척추동물과 곤충 46종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영국 잔디협회는 "지구에서 풀을 치우면 우리는 없다"며 "잔디는 환경적 필수품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무조건 잔디를 자르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플랜트라이프는 "한 달에 한 번 잔디를 깎으면 꽃이 풍부해지는 반면, 짧고 긴 풀을 혼합하면 생물 다양성과 개화 기간이 모두 최적화된다"며 인공적으로 늘 바짝 짧게 깎는 것을 제외한 다양한 종류의 잔디 원예를 권장했다. 

멸종위기 잔디 품종인 아그로스티스 리미타니오 (사진 Threatened Australian Plants_AU GOV)/뉴스펭귄

이처럼 마음껏 자라는 잔디는 그 자체로 자연 생태계에 이로움을 안겨주지만 멸종위기에 놓여있기도 하다. 

호주 정부는 잔디 품종 중 하나인 아그로스티스 리미타니오(Agrostis limitanea)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아그로스티스 리미타니오는 남호주에서도 북부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래종 침입과 철도를 깔고 보수하는 과정에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호주 정부는 잡초를 적극적으로 제거하고 복구조치를 실행함으로써 개체수 증가에 효과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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