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가 끝까지 몽니부린 철새조약법 되살렸다

  • 홍수현 기자
  • 2021.03.10 11:30

1918년 제정-미국 핵심 환경보호 정책
2010년 비피에너지 멕시코만 오일 유출... 벌금 1141억 원
트럼프 임기 마지막 날까지 몽니... 바이든 철회

미국 철새 중 하나인 흰눈썹울새 (사진 William Pohley, Audubon Photography Awards)/뉴스펭귄

[뉴스펭귄 홍수현 기자]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풀어놓은 환경규제에 다시 고삐를 쥐었다. 

8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1월 초 개정한 '철새조약법'을 철회했다. 

1918년 제정된 철새조약법은 생태계 보전을 위해 인위적인 철새 사냥이나 포획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이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법에서 보호하는 조류만 해도 최소 1000여 종에 달하며 미국 환경보호 정책 중 핵심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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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철새조약법에 따라 2013년 미국 에너지 전문회사 듀크에너지는 풍력발전소 사업을 진행하던 중 철새 149마리를 죽인 혐의로 벌금 100만 달러, 한화 약 10억 8000만 원을 물기도 했다. 2010년 멕시코만 딥 워터 호라이즌 오일 유출 이후 비피에너지(BP)는 벌금 1억 달러(약 1141억)를 내야 했다. 당시 사망한 조류만 100만 마리가 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1월 초 철새조약법을 전면 개정했다. 그동안 기름 유출이나 전선 감전, 산업 구조물 등과 충돌로 철새가 죽었을 경우 해당 기업에 벌금이나 제재를 가했던 것과 달리 이를 면책하기로 한 것이다. 

데이비드 번 하트(David Bernhardt) 당시 미 내무장관은 "고의적으로 철새를 죽인 게 아니라면 기소하지 않겠다"며 "철새조약법의 본래 의미를 재확인하기 위해 개정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으나 환경 단체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미국 생물다양성 센터는 "철새를 죽여도 된다는 면허증을 준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난했고 뉴욕타임스는 "기업을 위한 이별 선물"이라는 혹평을 남겼다. 

트럼프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개정된 법령의 규정을 성문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파리협약 재가입을 선포함으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환경 정책 흔적 지워내기에 나섰고 이에 철새조약법 개정도 없던 일이 됐다. 

야생에 단 14마리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붉은 늑대 (사진 USFWS_B. Bartel/뉴스펭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가 재임 기간 철폐한 환경 관련 법률과 규제는 총 99개에 달한다. 지난해 3월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대폭 완화했고 6월에는 환경영향평가를 축소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노력을 추구하기로 한 파리협약에 복귀하며 친환경 정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일련의 행정 명령을 발동하고 멸종위기종을 지켜내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토지와 해수의 30% 보호하도록 명령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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