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의 곤충을 담다] "30일이 사라졌다!"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1.01.19 10:19

 

코로나로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고 끝 모를 우울함으로 힘들었던 2020년.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아 언제 끝이 날지 예측은 힘들지만 마스크를 쓰고 손을 깨끗이 하며 거리두기를 지키는 간단한 생활 수칙만으로도 전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백신으로 집단 면역을 유도하고 치료제가 나오고 있으니 그나마 한 줄기 빛이 보입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치료 방법이나 예방 수단도 없이 전 지구적으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막무가내로 공격할 기후변화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인류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과학도 신통한 대책을 줄 수 없어 손을 놔야합니다. 우리 세대는 그나마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나 우리나라는 괜찮지 않나 하는 안도감은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기후변화는 화석 연료를 줄이는 행동이 물론 중요하지만, 에너지 패턴을 바꾸고 자동차를 전기로 움직이게 하고 플라스틱을 줄인다고 해결될 단순한 환경재앙이 결코 아닙니다. 이제껏 우리가 목도하고 체득했던 사례를 교훈으로 받아들여 모든 생물들이 같이 살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인도주의적 길을 보여 줄 때만 기후변화를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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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기후변화를 애매한 자연 현상으로 치부하다보니 급하지 않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젠 기후변화라는 주제가 식상하고 지겹다하기도 합니다. 연구소에서는 15년 동안 나비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온도이며, 온도에 민감한 변온성 동물인 곤충을 실험 재료로 하는 결과는 부분적이긴 하지만 전체를 대표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한 실험인 데 놀라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험용 번데기(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번데기 고정작업(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겨울을 지나 나비들이 우화하는 시기가 15년 동안 30일~42일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명한 경향이 나오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가 굉장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꼬리명주나비 우화 그래프(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산호랑나비 우화 그래프(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나비 한 종류가 빨리 나온다고 또 늦게 나온다고 그게 무슨 대수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먹이 식물과 동기화가 되지 않아 곤충과 식물이 서로 때를 맞추지 못해 줄초상을 치를 수 있는 위험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엇박자가 전체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에, 곤충과 식물의 관계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로 파급 될 부정적 영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겁니다.    

바이러스 1종으로 전 세계가 꼼짝 못하고 있는데, 기후가 심각하게 변화하면서 인류 건강의 최대의 적인 모기의 발생이 2~3번 더 많아지고, 인류 식량의 큰 걱정거리인 메뚜기 종류가 빈번하게 대 발생하는 등 가늠하지 못하고 대처할 수 없는 돌발적인 생태 변화가 일어납니다. 황소개구리 같은 침입외래생물이 도입되고 급증하면서 생태계가 균형이 깨지고 활용할 가치가 충분한 천연의 생물자원이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홍수와 장마 폭염과 극한의 지속적인 추위는 기본입니다.  

실험 플레이트에서 우화한 사향제비나비(사진 이강운 소장)/뉴스펭귄

멸종의 시대에 기후변화가 더 많은 생물들의 멸종을 가속화 할 것이며 결국은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자인 인간을 멸종시킬 것 입니다.  

 

글·사진·동영상 : 이강운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유튜브 ①곤충방송국 HIB(힙), ②‘애벌레 할아버지와 손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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