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 거대 나무늘보가 자취를 감춘 까닭은?

  • 권오경 기자
  • 2019.03.07 10:00

기후변화에 높은 적응력 보여...멸종 원인으로 '인간' 추정

연구팀이 발견한 거대 나무늘보의 이빨 화석 (사진 미국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 대학)/뉴스펭귄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는 지금은 모습을 볼 수 없는 거대 나무늘보의 유해가 중앙아메리카 유카탄반도 남쪽에 위치한 벨리즈에서 발견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공립대학인 일리노이어바나-샴페인대학 연구팀이 깊은 싱크홀 속으로 잠수해 마야 문명의 공예품을 찾던 중 고대 생물인 거대 나무늘보의 이빨, 상완골, 대퇴골 등을 발견했다.

약 2만7000년 전 벨리즈에 서식했던 4m 크기의 거대 나무늘보가 가파른 벽으로 된 싱크홀 깊숙한 곳까지 물을 찾아 내려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해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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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지역은 고온다습한 현재의 기후 조건과 달리 매우 건조했다. 마지막 빙하기가 지구의 모든 수분을 극지의 만년설과 빙하에 가둬놓았기 때문에 지하수위도 굉장히 낮았다.

연구팀은 이 나무늘보가 생명을 다할 시점에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내려 탄소 및 산소 동위원소를 분석했고, 이를 통해 당시 이 지역의 기후와 환경 조건까지 밝혀낼 수 있었다.

나무늘보의 이빨은 오래된 만큼 화석화된 상태였지만, 맘모스와 같은 다른 거대 포유류의 이빨과 달리 에나멜이 없고, 외층을 갖고 있었다. 덕분에 연구팀은 당시 벨리즈의 기후 조건과 나무늘보의 식습관이 계절마다 혹은 월별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할 수 있었다.

일리노이어바나-샴페인대 인류학 교수이자 이번 연구에 참여한 리자 루체로는 ”벨리즈에서 발견된 이 거대 나무늘보의 이빨은 약 1만4000~1만년 전 멸종한 맘모스와 같은 거대 포유류의 것과 다른 형태를 보였다“며 "거대 나무늘보의 이빨엔 에나멜이 없었고, 인간의 치아나 몇몇 동물의 이빨이 갖는 단단한 외층이 있어 식습관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미 화석화 돼 미네랄이 원래 조직과 뼈를 대체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선 미네랄을 태워 화석의 광물화 정도를 탐지하는 음극선 발광 현미경 검사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거대 나무늘보 이빨의 곧은관상아질이 대체로 손상되지 않은 상태임을 발견하고 1년여 동안 10cm 길이의 곧은관상아질 샘플 20개에 구멍을 뚫어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거대 나무늘보는 높은 기후 적응력을 갖고 있었으며 폭넓은 식습관을 지녔다.

거대 나무늘보는 계절의 습도에 맞춰 다양한 식물을 먹고 살았다. 이들은 숲보단 주로 사바나에 서식하는 편이었으나, 두 번의 짧은 우기 사이에 낀 약 7개월 간의 오랜 건기에도 살아남았다.

이는 기후변화가 거대 나무늘보의 멸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증인 동시에, 이들의 높은 분포도와 풍부한 개체 수를 설명해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일리노이어바나-샴페인대 졸업생 진 라르몬은 "우린 이 거대한 생명체가 건기에 꽤나 잘 적응했고 심지어 식습관도 상황에 맞춰 바꿔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이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거대동물들이 자취를 감추게 된 주원인이 기후변화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거대 나무늘보가 기후변화에 높은 적응력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포유류의 멸종 요인 중 하나는 1만2000~1만3000년 전 인간이 이곳에 발을 디딘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국 일리노이주 공립대 인류학 교수이자 이번 연구에 참여한 스탠리 앰브로즈는 "우리는 거대 포유류가 멸종하고, 벨리즈 중부에서 인간이 출현했던 시기의 기후조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연구 과정에서 나무늘보의 이빨 중 무결성을 가장 잘 유지한 부분에 집중했고, 비슷한 표본을 연구하는 방법까지 개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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