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의 곤충을 담다] 곤충의 겨울나기..."버티지 못하면 죽는다!"

  • 이강운 객원기자/곤충학자
  • 2020.12.21 10:45

 

곤충에 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

"곤충들이 겨울엔 어떻게 살죠? 다 죽나요?"

아닙니다. 무(無에)서 유(有)는 만들어 낼 수 없으므로 겨울이라고 모든 곤충이 죽어버리면 무엇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있겠습니까? 철새처럼 따뜻한 곳으로 이주를 하든가 사람처럼 방한할 수 있는 재료를 만들든가 아니면 추위를 버텨야 합니다. 몇 만 km를 이동할 몸체를 갖지 못했고, 혹독한 추위를 극복할 따뜻한 집이나 옷도 없습니다. 그러나 곤충은 영하의 저온을 이겨낼 수 있는 참을성(내한성)을 발달시켰으므로 버틸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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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변온동물, 즉 외부 온도에 자신의 체온을 맞추며 사는 동물입니다. 체온을 유지하려 애쓰지 않고 주변 환경에 몸을 맡기는 전략으로 겨울에 생존하고 있습니다. 사람 눈에만 띄지 않을 뿐이지 ‘알’이나 ‘애벌레’로, 단단한 ‘번데기’나 ‘고치’로, 혹은 ‘어른벌레’ 상태로 자신의 몸에 맞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혹한과 찬바람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홀로세의 겨울(사진 이강운 소장. 이하 모두 같음)/ 뉴스펭귄
IBC(곤충생물다양성센터)/뉴스펭귄
알로 월동하는 암고운부전나비/뉴스펭귄

그러나 겨울에 대비해 체온을 맞추는 방어 시스템을 장착했더라도 다 살아남지는 못합니다. 각자 일정한 범위의 온도와 습도를 좋아하는데, 자연 상태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수준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자리를 제대로 못 잡으면 급격하게 온도가 변해 체온 조절에 실패하거나, 노출이 심해 건조해져 탈수를 할 것이고, 은폐하지 못하면 천적의 습격으로 몰살할 수 있습니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자신이 충분히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월동 처를 마련하면 생존율을 최대한 올릴 수 있겠지요. 

번데기로 월동하는 박각시/뉴스펭귄
번데기로 월동하는 산왕물결나방/뉴스펭귄
번데기로 월동하는 대왕박각시/뉴스펭귄
번데기로 월동하는 거꾸로 여덟팔나비/뉴스펭귄

강원도 깊은 산속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의 겨울 한파는 매섭고, 강한 바람으로 매우 건조합니다. 1년 내내 잘 키웠던 곤충들을 단 한 개체라도 죽이지 않고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월동 전까지 곤충을 키우던 연구소의 IBC(Insect Biodiversity Center, 곤충생물 다양성 센터) 실험실 내부는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아 월동을 준비한 곤충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꼭 겨울을 경험해야 다음 발달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절대 휴면의 곤충들이기 때문에 ‘겨울’을 체감할 수 있는 낮은 온도로 옮겨야 합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온도가 일정하고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북향에, 낙엽 수북한 곳이 최적의 월동지입니다. 그 곳처럼, 그 곳보다 더 일정하게 온도와 습도 적당한 햇볕이 들어오도록 환경을 조성한 인큐베이터로 자리를 옮깁니다.  

애벌레로 월동하는 암어리표범나비/뉴스펭귄
애벌레로 월동하는 대만나방/뉴스펭귄
애벌레도 월동하는 뱀눈나비아과 나비/뉴스펭귄

종마다 월동하는 형태가 다 달라서 그 종의 생리적인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크게는 서식지 별로 분리합니다. 물과 뭍 그리고 땅 속 곤충들로. 다음은 과(Family)별로 나누고 다시 알은 알대로 애벌레는 애벌레대로 번데기와 고치 그리고 어른벌레로 분류하여 제 자리에 놓습니다. 

어른벌레로 월동하는 왕침노린재/뉴스펭귄
어른벌레로 월동하는 각시멧노랑나비/뉴스펭귄

온도와 습도 적당한 햇볕이 들어오도록 조성한 인큐베이터라면 안심입니다. 5개목 320여 종의 곤충이 모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 봄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월동인큐베이터/뉴스펭귄

글·사진·동영상 : 이강운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서울대 농학박사. 유튜브 ①곤충방송국 HIB(힙), ②‘애벌레 할아버지와 손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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