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휘발유차량 퇴출로 '친환경'?...'무늬만 친환경' 하이브리드는?

  • 남주원 기자
  • 2020.12.03 15:25

휘발유 차량 퇴출로는 부족…하이브리드 차량 포함해야 제대로 친환경
영국은 2030년까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모두 퇴출

대표적인 '친환경차량'으로 평가받았던 일본 토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 뒷모습(사진 본사DB)/뉴스펭귄

2010년대 초중반만 해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나름’ 친환경 자동차였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석유와 전기를 동시에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으로, 디젤이나 가솔린 등 내연기관차량에 비해 연비가 높고 배기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하이브리드차를 타는 것이 친환경 실천인 것으로 평가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내연기관 차량과 같은 ‘반환경적 차량’의 범주에 묶이는 신세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별도로 전력충전을 하지 않고, 전적으로 석유연료가 구동하는 엔진을 통해서 일부 전력을 확보한다. 짧은 주행거리에서만 환경친화적이고, 조금 속도를 높이거나 긴 거리를 운행할 때는 내연 기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작동하는 것.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결코 적지 않다고 지적받는 지점이다.

그린피스 코리아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기는 마찬가지인 하이브리드차 역시 인류 최대의 위기인 기후위기를 막는데 충분치 않은 선택이다. 그린피스는 “하이브리드차에 의존하는 태도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진짜’ 대안인 전기차가 확산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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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과 독일 등의 실험에 따르면 일부 전력을 별도로 충전하는 형식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CO₂ 배출량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주관하는 주행 테스트 때와 실제 도로를 달릴 때가 크게 차이가 난다고 그린피스는 밝혔다. 실제 CO₂ 배출량이 2~3배 높다는 것. 따라서 이는 우리가 그동안 하이브리드차의 ‘친환경성’에 속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그린피스는 설명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차량 뿐 아니라 무늬만 친환경인 하이브리드차량의 퇴출 압력이 높아지고 있으나, 렉서스 토요타 등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강국인 일본의 생각은 좀 다르다.

3일 연합뉴스가 일본 마이니치신문(每日新闻)과 NHK 등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석유로 구동하는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완전 중단토록 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9월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2050년 온실가스 실질 배출 제로화' 목표를 제시한 뒤 중장기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신차 시장에서 휘발유 차량 비율을 2030년까지 30~50%로 끌어내린다는 목표만 밝혔던 일본이 판매 금지 시기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디젤승용차 뒷모습(사진 본사DB)/뉴스펭귄

일본 경제산업성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의 신차(승용차) 판매 비중은 60% 이상이 휘발유 또는 디젤 차량이다. 전체 430만대 중에서 261만대에 달한다. 하이브리드차량은 약 30%, 전기차는 0.5%에 불과하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앞으로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의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강화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휘발유 차량을 퇴출하더라도, 전기차 보다는 하이브리드차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하이브리드차에 그대로 얹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량이 시장에서 퇴출되더라도 자동차회사들에게는 하이브리드라는 별도의 출구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까지 퇴출하면 자동차회사들은 오로지 전기차 생산에 나서야 하고 이는 막대한 설비투자가 수반되는 일. 따라서 일본이 하이브리드차의 시장 퇴출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산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휘발유·디젤 차량의 신차 판매 중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30년까지 휘발유·디젤 차량의 신차 판매 금지, 2035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 신차 판매 금지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온도 상승폭 1.5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럽에서 202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신차 생산·판매 중단해야 하고, 2028년까지 하이브리드차의 신차 생산·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그린피스 코리아 분석자료 인용) 

지금부터 5년 뒤, 8년 뒤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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