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 출신 샐러드' 먹어봤니? (feat.메트로팜)

  • 남주원 기자
  • 2020.11.30 16:05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과 을지로3가역, 5호선 답십리역, 1호선 천왕역 그리고 7호선 상도역. 평소 이 5개 역사를 이용하는 시민이라면 한 번쯤 오가며 '이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생소할 이것의 정체. 지하철역사 내 스마트팜(Smart Farm)인 '메트로팜'이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T)을 농업에 접목해 원격·자동으로 농업환경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농장을 일컫는다. 빛·온도·습도·이산화탄소·배양액 등 작물이 생육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지닌 스마트팜과 지하철을 뜻하는 메트로(Metro)가 합쳐져 '메트로팜'이 탄생했다. 특히 메트로팜은 24시간 연중 생산이 가능한 수직실내농장(Vertical indoor farm)을 구현했다. 지하철 역에서 기른 채소라니. 뉴스펭귄은 메트로팜이 있는 위 5개역 중 충정로역, 을지로3가역, 상도역을 직접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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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먼저 충정로역에서는 작은 규모의 메트로팜을 만나볼 수 있었다. 면적 18㎡(약 5.45평)의 재배실에서는 이자트릭스·버터헤드레터스·카이피라 등 엽채류와 바질·루꼴라 등 허브류가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는 월 36kg의 작물이 수확된다고 한다. 

재배실 옆에는 '샐러드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메트로팜에서 직접 수확한 원물로 만든 리코타치즈 샐러드, 케이준 샐러드 등 다양한 수제 샐러드가 자판기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가격대는 160g~205g에 3900원~5900원 정도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을지로3가역 메트로팜은 면적 32.5㎡(약 9.83평)의 재배시설에서 월 127kg의 엽채류 및 채소류 작물이 수확되고 있다. 뉴스펭귄이 방문했을 당시 재배실 문은 닫혀 있었으나 평소에는 이곳에서 직원들이 작물을 재배한다.

재배실 바로 옆에는 마찬가지로 샐러드 무인자판기가 있다. 왼쪽 자판기에서는 샐러드 완제품을, 오른쪽 자판기에서는 원물을 구매할 수 있다. 원물 가격은 80g 한 봉지(박스)에 2500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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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위의 두 곳에 비해 확연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상도역으로 가봤다.

상도역 메트로팜은 연면적 394㎡(약 119.19평) 규모로 작물의 하루 평균 수확량은 50kg 이상이다. 이곳은 스마트팜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형 실내농장인 '오토팜', 샐러드와 착즙주스를 판매하는 '팜카페', 메트로팜에 대한 교육 및 체험을 진행하는 '팜아카데미' 등 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상도역 팜아카데미 강사 A씨는 다른 메트로팜들과 차별화 되는 상도역만의 특별한 점은 '오토팜'이라고 강조했다. 오토팜은 파종부터 재배, 수확까지 전 과정을 로봇이 처리하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재배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사람 손길이 많이 필요해지므로 이곳에서는 재배 기간이 15일 정도로 짧은 작물 위주로 생산한다. 수확량은 하루 평균 3.5k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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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토팜은 컨테이너형이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으로 이동 및 설치가 간편하다고 A씨는 설명했다. 실제 2010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는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이 설치됐다.

이후 10년 만인 지난 10월말, 농촌진흥청은 성능을 대폭 개선한 팜에이트 사의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실어 보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식물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하루 1.5~2kg 정도의 엽채류와 과채류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오토팜 내부에서는 층마다 각기 다른 패턴으로 이뤄진 빨간색 빛과 파란색 빛의 식물 생장용 발광 다이오드(이하 LED)가 작물을 비추고 있다. 이때 로봇은 작물이 담겨있는 판을 다양한 층으로 옮겨 놓는다.

팜아카데미 직원 설명에 따르면 빨간색 빛은 작물의 수직성장에 관여해 발아를 시키거나 길이를 자라게 하고, 파란색 빛은 잎의 성장에 관여해 잎의 색을 선명하고 예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은 오토팜에 설치돼 있는 컴퓨터에 온도·습도·이산화탄소·배양액 등 재배환경 조건과 수확 날짜 및 시간을 입력하고 모니터링하는 정도의 작업만 수행하면 된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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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카페에서는 바로 옆 재배실에서 수확한 작물로 만든 샐러드와 원물, 그 외에 주스 및 커피, 샌드위치 등을 판매한다. 말 그대로 카페처럼 테이블과 의자가 다수 구비돼 있어 해당 장소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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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아카데미는 스마트팜과 미래 농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예약자에 한해서 교육 및 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강사와 함께 약 1시간 동안 상도역 메트로팜을 견학하며 그 과정에서 직접 수확물을 얻는 시간도 갖는다.

물론 재배실 내부는 직접 판매되는 작물을 생산하는 곳이므로 외부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따라서 체험 전용 공간에 한해서만 머리망과 가운을 착용한 뒤 입장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작물들을 관찰하고 만져볼 수 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그렇다면 메트로팜은 누가, 언제, 왜 설치한 걸까?

서울교통공사는 농업회사법인 '팜에이트(Farm8)'와 손잡고 우리나라의 농업 발전과 성공적인 유휴공간 활용을 위해 메트로팜을 국내 최초로 설치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상도역 메트로팜이 처음으로 문을 연 이후 나머지 4개역에도 조성됐다.

메트로팜에 설치된 재배실에서는 식물생장용 LED가 햇빛을 대신한다. 오토팜과 마찬가지로 빨간색 빛은 작물의 수직성장, 파란색 빛은 잎의 성장에 관여하며 여기에 노란색 빛이 추가로 구성돼 나머지 성장을 보강해주는 역할을 한다. 재배실 내부는 온도 섭씨 20도~24도, 습도 65~67%를 유지해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이곳은 오토팜처럼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므로 어느 정도 사람의 손길이 요구된다. 따라서 최대 수직 6단 정도로 구성되는데, 작물들이 놓여있는 각 단을 로봇이 아닌 사람이 직접 옮기다보니 너무 높으면 사람이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배 기간은 35~40일 정도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버터헤드레터스, 카이피라, 이자트릭스, 롤라로사, 파게로, 로메인, 프릴아이스, 뉴햄 등... 현재 메트로팜에서 생산되고 있는 작물 종류다. 

여기서 잠깐.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부 '유럽 품종'이라는 점이다. 메트로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만약 메트로팜에서 국내 품종까지 전부 취급할 경우, 기존 방식으로 재배해 온 농가들은 경쟁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이처럼 기존 농업 형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날씨였다. 하지만 메트로팜에서는 계절과 장소에 관계없이 일정한 양의 작물이 안정적으로 생산 가능하다.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와 기후위기가 이곳에서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병충해가 없어 무농약이며 미세먼지 걱정이 없다는 이점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흙속의 양분과 햇빛 없이 인위적으로 생산한 작물이 과연 자연 속에서 자란 것과 같을 수 있는지',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와 팜에이트가 목표했던 메트로팜의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등 메트로팜에 대한 여러 의문들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기자가 지인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지하철역에 이런 시설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앞서 설명한 3군데(충정로역, 을지로3가역, 상도역)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시민들은 그저 정신없이 지나칠 뿐이었다. 서울교통공사가 농업법인회사와 손잡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무려 5개 역에 조성했음에도 시민들의 관심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싶다.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메트로팜은 매일 수많은 시민들이 오고가는 지하철 역사 내에 자리잡은 만큼 시대에 발맞추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기술의 발전일 뿐인가?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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