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로 환경 이야기하니 '마법' 같은 일 생기네요"

  • 이재형 기자
  • 2019.07.23 12:00

[인터뷰] 경력 11년차 '초록마술사' 김경남씨
화려한 마술 트릭으로 전 연령과 소통
"환경을 바꾸는 진정한 힘은 관심과 실천"

 
'지구야 사랑해' 공연 장면.(김경남 마술사 제공)/뉴스펭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지구본을 들고 아슬아슬한 마임을 펼치고... 시커멓던 비커의 물이 눈깜짝하니 맑은 물로 쏘옥~!"

무대가 열리자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무대에 몰입하게 된다. 어느새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무대에 올라 분리수거를 배우고 있다. 저도 모르게 환경 이야기에 홀리게 만드는 ‘초록마술사’ 김경남씨의 이야기다.

대학에서 환경을 전공하고 마술사가 된 사람이 전국에 얼마나 될까. 기자가 김씨의 소개 메일을 받은 순간 든 생각이다. 이어 동봉된 PPT 파일을 열어보니 말끔한 금발 머리에 또렷한 눈동자, 초록빛 의상이 첫 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너무나 독특한 캐릭터에 저도 모르게 '대박'이라고 나지막이 외치고 약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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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사연이 나오리란 기대와 호기심에 통화연결음을 세는 것도 잠시, 중저음의 목소리가 전하는 이야기는 뜻밖에도 너무나 평범해 오히려 충격적이었다.

“2004년이던가 2003년이던가, 스물네살에 군 제대하고 우연히 친구가 하는 동전마술을 봤어요. (지금 보면) 어설픈 실력이지만 당시에는 너무 신기해서 나도 한번 따라 해봤죠. 손재주가 있어서 그런지 금방 되더라구요. 그렇게 트릭 몇 개 남들에게 보여주다 보니 어느새 마술사의 길을 걷고 있었어요."

김씨는 스스로를 ‘초록마술사’라고 소개했다. 대학에서 실험실을 오가며 환경에 관한 수많은 데이터와 수식을 공부하고 군대에서 폐수를 처리하며 실무를 배웠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환경은 이렇게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주제가 아니었다. 그가 환경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 장차 삶을 걸고 싶었던 방향은 ‘소통과 관심, 그리고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데이터가 많고 좋은 장비가 있어도 그걸 다루고 좋은 캠페인에 동참할 사람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또 어려운 환경 전공 지식이 일반인으로 하여금 분리수거를 실천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김씨가 생각하는 초록마술사의 진정한 마술은 어렵고 심각한 환경문제를 두루 전파하는 일이다. 흥미로운 트릭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어린아이부터 학부모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풀어내는 그 만의 '마법'이다.  

그런 초록마술사가 2년 전부터 야심차게 무대에 올린 ‘지구야 사랑해’는 다년간 쌓아온 환경 마술의 노하우를 1인 공연으로 압축한 작품이다.

막이 올라가면 마구 버려진 쓰레기에 방랑하는 지구본을 화려한 마임으로 공중부양하며 어린 관객들의 시선을 능숙하게 사로잡는다. 어느새 아이들은 아파하는 지구에 감정 이입해 무대에 올라와 분리수거하는 법을 몸으로 체득한다.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무거워지기 쉬운 폐수 이야기도 마술을 이용해 정화하는 퍼포먼스로 재미있게 전한다.

초록마술사의 환경 공연은 아이들 중심의 키즈매직이지만 부모님과 함께 관람하는 만큼 소통하는 대상은 전 연령을 아우르고 있다. 공연을 통해 전한 메시지가 단지 무대에서 끝나지 않고 가정에서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제가 생각하는 소통은 단지 저와 관객 간에 그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제 공연을 계기로 아이와 부모들이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잠자고 생활할 때 서로 환경 이야기를 하게 되는 다리가 되기를 원해요. 그런데 공연이 너무 유치하면 부모들이 지루하고, 또 너무 어려우면 아이들이 이야기 하지 않겠죠. 적절하게 화두를 전해 온 가족이 좀 더 분리수거를 실천하고 경각심을 가지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구야 사랑해' 공연 장면.(김경남 마술사 제공) 

초록마술사의 ‘지구야 사랑해’는 오는 10월 진주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새롭게 개막을 올린다. 올해로 데뷔 11년차를 맞았지만 김경남씨는 여전히 어린이 관객들과 소통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특히 올해는 '지구야 사랑해'에서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로 관객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웃고 즐기는 내용 외에 희노애락을 섞어서 아이들에게 다채로운 감정선을 전하고 보다 전문적인 개념을 섞어서 어른들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 계획이다. 

“사실 예술인의 삶은 매일 매일이 고난입니다. 비정기적인 스케줄 사이사이에서 공백에 지치지 않고 더 뜨거워지게 만드는 원동력은 다가올 무대에서 나를 표현하는 희열과 관객들이 나와 함께 울고 웃는 공감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아닐까요. 사실 마술을 처음 시작했던 그때의 마음, 남에게 마술을 보여주고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며 나도 벅찬 마음에 이것저것 보여주던 그 마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한경쟁의 공연예술계에서 공익가치에 눈을 돌려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초록마술사 김경남. 오늘도 그는 더 강력한 마법으로 관객들을 지구 사랑에 사로잡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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