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개발 신종 플랑크톤, 플라스틱 먹어치운다

  • 임병선 기자
  • 2020.05.28 16:22
PET 재질 음료 용기 (사진 Pixabay)/뉴스펭귄

국내 연구진이 강과 바다에서 스스로 생존하며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플랑크톤을 개발했다.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지 않아 지구에 계속 남게 된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조각나 해저, 바닷물, 모래 등 지구 곳곳에 퍼진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생물이 섭취한다. 결국 먹이사슬에 따라 인간 몸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쌓이게 된다.

이에 플라스틱을 분해해 지구에서 없애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과학자들에게 중요 과제가 됐다. 해외 연구진은 플라스틱 일종인 PET(음료 용기에 주로 사용되는 재질)를 분해하는 세균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Ideonella sakaiensis)'를 2016년 발견했다. 하지만 바다나 강물에서 스스로 생존하지 못하는 세균은 현실적으로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직접적 도움을 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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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플라스틱 문제에 실마리를 제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은 PET를 분해하며 강과 바다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신종 식물성 플랑크톤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에서 분리한 특정 유전자를 식물성 플랑크톤에 합성해 ‘PET 분해 식물성 플랑크톤(CC-124_PETase)’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PET 분해 식물성 플랑크톤'을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PET 용기와 함께 놔둔 실험 결과,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PET 용기는 PET 원료인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라이콜로 분해됐다.

a는 일반 플랑크톤으로 실험한 경우, b와 c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개발한 'PET 분해 플랑크톤'과 플라스틱을 함께 놔둔 뒤 각각 2주, 4주 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이다. 구멍과 흠집이 생기면서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모습을 빨간 사각형 안에서 관찰할 수 있다. (사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뉴스펭귄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이미 여러 생명체 몸속에 축적된 플라스틱 분해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인간이 섭취할 플라스틱도 줄어든다.

하지만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단계가 남았다. ‘PET 분해 식물성 플랑크톤'을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바다에 방류되거나 다른 분야에 사용됐을 때 생태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 생존 조건 등을 염두에 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또 분해된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라이콜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도 남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 이용재 전임연구원은 우연히 TV에서 플라스틱 포장재 때문에 기형이 된 바다거북을 보고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고 이날 뉴스펭귄에 밝혔다. 그는 연구를 시작한 2018년, 과학자 사이에서 플라스틱 연구가 활발한 것을 보고 플라스틱이 문제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 거북을 봤을 때 문제점이 크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세포공장연구센터 김희식 센터장은 “추가 연구를 통해 자연 복원이나 수산 양식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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