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새겨진 냉전시대 핵 부산물...고래상어 수명 측정법

  • 임병선 기자
  • 2020.04.09 13:44
고래상어 모습 (사진 flickr)/뉴스펭귄

베일에 싸여 있던 고래상어 수명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호주 해양 과학 연구소(Australian Institute of Marine Science)는 지난 6일(현지시간) 마치 나이테로 나무 나이를 측정하듯, 척추가 자라면서 생기는 띠로 고래상어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는 논문을 내놨다. 이 논문은 과학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실렸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가 같은 날 보도했다.

고래상어 척추는 성장하면서 띠가 생기는 형태다. 이전까지 이 띠는 성장기에만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다른 결과를 내놨다. 이 논문은 고래상어 척추가 1년에 한 층씩 쌓인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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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 척추 (사진 UN 식량농업기구)/뉴스펭귄

연구진은 고래상어 수명을 알아내기 위해 고대 유물이나 유적의 연한을 파악하는 데 쓰이는 기법을 응용했다. ‘방사선 탄소 연대 측정’이라는 기법으로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인 탄소14(탄소와 같은 성질을 갖지만 구성이 다른 원소)를 측정해 특정 사물이 언제부터 지구에 존재했는지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 원소가 내뿜는 방사선은 일정한 주기로 일정한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기법이다.

탄소14는 자연적으로는 화석이나 석탄처럼 오랜 시간 세월을 보낸 경우 발생한다. 하지만 이 원소는 핵폭발 부산물이기도 하다. 냉전시대 때 핵실험으로 인해 대량 발생해 공기와 바다에 스며들었다. 현재는 먹이사슬 전반에 퍼져 온 지구에 존재하고 있다.

연구진은 고래상어 척추에 방사선 탄소 연대 측정법을 활용했다. 파키스탄과 대만에 보관됐던 오래 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래상어 뼈 두 개를 각각 분석했다. 그리고 척추에 쌓인 띠를 측정해 하나의 띠가 어떤 주기로 생겼는지 파악했다.

그 결과, 연구진 중 한 명 마크 미칸(Mark Meekan) 박사는 “일 년에 띠 한 개가 생성된 것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 고래상어가 100년 정도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고래상어의 삶이 베일에 싸여 있어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연구는 고래상어가 오래 사는 특징을 가진다는 가설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래상어는 척추생물 중 가장 큰 해양생물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 리스트에는 멸종 취약종으로 분류됐다.

수족관 고래상어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고래상어는 IUCN 레드 리스트에 취약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IUC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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