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위성사진 분석해 메뚜기 떼 침공 저지 나서

  • 임병선 기자
  • 2020.03.31 13:50

나사 연구진이 동아프리카에 발생한 메뚜기 떼 퇴치에 도움을 주려 나섰다.

외계 생물이 등장하는 영화에는 항상 외계 생물 알 군집을 찾아 제거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대한 외계 생물은 상대하기 버겁지만 근원인 알을 파괴하면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고 저항이 덜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항상 위치를 찾는 데 골머리를 앓는다.

메뚜기떼가 나타나는 것을 외계 생물 침공에 비유하면, 이번 미 항공우주국(이하 나사) 연구는 외계 생물 군집이 있을 장소를 알려주는 조력자 역할일 것이다. 30일(현지시간) 나사는 ‘나사 지구 관측(NASA Earth Obervatory)’ 홈페이지에 ‘위성이 메뚜기 침공을 막아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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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설명에 따르면 한 마리 사막 메뚜기(학명 Schistocerca gregaria)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만큼 작물을 먹어치운다. 메뚜기 한 마리는 2.5g 정도로 가볍지만 아프리카에 등장하는 메뚜기 떼는 약 4000만 마리 정도 군집이다. 하루에 인간 3만 5000명이 먹을 정도 음식을 해치울 수 있다.

2019년 12월부터 케냐 경작지에 메뚜기 떼가 나타나기 시작해 2020년 1월 약 7만 헥타르에 달하는 토지가 피해를 입었다. 2월에는 주변 동아프리카 국가로 퍼져나갔고 해당 지역은 기근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10일 유엔(United Nations)은 우기가 다가오면 메뚜기 떼가 더 퍼질 것을 공식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2016년 촬영된 메뚜기 떼(사진 flick)/뉴스펭귄

나사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과 유엔이 함께 메뚜기 떼 위치 추적에 나섰다. 메뚜기 번식과 생태에 영향을 주는 토양 수분과 초목 분포를 원격으로 관측했다.

피해를 주고 있는 사막 메뚜기는 성장 과정에서 알, 날개 없이 뛰어다니는 단계, 성충 단계를 거친다. 성충이 되고 나면 날아다니기 때문에 땅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이동속도도 매우 빨라 하루에 50km에서 150km를 이동할 수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 수록 속도도 빨라진다. 그러므로 메뚜기가 알이나 뛰어다니는 단계일 때 찾아서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나사가 제공한 위성사진에는 메뚜기 번식에 중요한 두 가지 환경 요소가 표시돼 있다. 한 가지는 토양 수분으로 메뚜기가 축축하고 따듯한 모래질에 알을 낳기 때문에 중요하다. 사막 메뚜기는 땅 속 5cm에서 10cm 깊이에 알을 낳는데 그 구간이 젖어 있는 곳에만 알을 낳는다.

 동아프리카 지역을 위성으로 탐사해 만든 토양 수분 위성사진. 진한 초록색일수록 토양이 수분을 많이 포함했다는 의미다.(사진 NASA Earth Observatory)/뉴스펭귄

나사 민간지원(SERVIR) 소속 과학자 애쉬토쉬 라이마예는 연구에 대해 “우리 데이터는 수분이 많은 모래 토양과 메뚜기 활동 간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나사가 제공한 다른 위성사진 그래프는 초목 건강도를 나타낸다. 건강한 식물이 반사하는 근적외선을 탐지해 작성됐다. 메뚜기는 자연스럽게 식물이 더 풍족한 지역을 찾아가므로 위성사진을 통해 메뚜기 떼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알에서 나온 메뚜기 떼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초목 분포가 중요 요소가 된다. 초목은 성장하는 메뚜기에 영양분을 제공하기 때문에 메뚜기 떼 이주 경로는 초목 분포와 유사하게 형성된다.

나사가 위성 탐사를 통해 만든 초목 분포도. 갈색에서 초록색에 가까워질수록 건강한 초목이 많다는 의미다 (사진 NASA Earth Observatory)/뉴스펭귄 

나사 농업 부서 소속 캐서린 나칼렘베(Catherine Nakalembe)는 “알에서 깨어난 메뚜기들은 먹이를 찾아 이주하고 번식을 거듭한다”고 말했다. 나사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2월 사이(아프리카 짧은 우기 기간)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지역에 평균 강수량 4배에 달하는 비가 왔다. 때문에 해당 지역이 메뚜기가 번식하기 적합한 환경이 됐다. 연구진은 곧 메뚜기 떼가 이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칼렘베는 “3월에서 5월 간 지속되는 긴 우기가 동아프리카에 찾아오면 메뚜기에게 최적의 환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 연구진은 위성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분석해 이미 피해를 입은 지역을 찾는 동시에 다음 피해 예정지를 찾고 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가 최전선에서 메뚜기 떼 사태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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