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청소 부탁해요"…과학자를 '공생관계'로 오인한 고래상어

  • 남예진 기자
  • 2023.05.20 00:15

고래상어의 독특한 행동은 연구진이 고래상어 표면에 기생하는 요각류를 장기간 채집하던 중에 관찰됐다. (영상 The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UWA) 연구진은 고래상어가 자신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을 '공생관계'에 있는 빨판상어로 취급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현존 어류 중 가장 거대한 고래상어는 약 18.8m까지 성장하며, 수중의 동물성 플랑크톤을 걸러내 섭취하는 여과 섭식자로 알려져 있다.

고래상어의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고래상어의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이들은 선박충돌, 사냥, 환경오염 등에 의해 위협받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Endangered, EN)' 단계로 등재돼 있어 시급한 보존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생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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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서식지, 산란지, 주요식량 등에 관해 밝혀진 것이 적을 뿐 아니라, 밤바다나 심해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특성 때문에 먹이 사냥 장면이나 식습관을 직접적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고래상어의 피부에 기생하는 요각류를 채취해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한 연구진. (사진  The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뉴스펭귄
고래상어의 피부에 기생하는 요각류를 채취해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한 연구진. (사진  The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뉴스펭귄

이에 연구진은 지난 6년간 호주 닝갈루 해안 인근 산호초 지대에 서식하는 고래상어 72마리로부터 '기생성 요각류'를 채취해 고래상어의 식생활을 밝혀내려고 시도했다.

피부 표면에 번식하는 기생성 요각류는 고래상어의 조직을 섭취하기 때문에 주 단위 혹은 월 단위로 고래상어가 어떤 것들을 섭취했는지 간접적으로 추론해 낼 수 있다.

대신 고래상어가 수중에서 계속해서 이동하기 때문에 채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고래상어 입 주변부의 요각류를 채취하는 연구진. 일부 고래상어는 이를 공생관계라고 여기고 있다. (사진 The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뉴스펭귄
고래상어 입 주변부의 요각류를 채취하는 연구진. 일부 고래상어는 이를 공생관계라고 여기고 있다. (사진 The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뉴스펭귄

그런데 연구진은 "최근 요각류를 채취하기 위해 고래상어에게 접근하자, 몇몇 개체가 수영 속도를 늦추거나 제자리에 머물렀을 뿐 아니라 작업이 끝나는 대로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마크 미칸(Mark Meekan) 박사는 "고래상어는 우리가 다가가자, 속도를 분명하게 늦췄다"며 "작업에 편의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고래상어들은 왜 이동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을까?

고래상어의 피부에 다량의 요각류가 번식할 경우, 물에 대한 저항이 늘어나 헤엄을 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기생생물들이 피부 표면에 상처를 내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고래상어의 피부에 달라붙어 기생생물, 각질, 배설물 등을 먹어치우는 빨판상어.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고래상어의 피부에 달라붙어 기생생물, 각질, 배설물 등을 먹어치우는 빨판상어.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보통 빨판상어와 같은 청소 어종이 고래상어의 기생생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들은 입 주변부나 지느러미와 같은 곳에 번식하는 기생생물을 제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미칸 박사는 "다른 생물들은 잘 제거하지 못하는 부위의 기생생물을 연구진이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때문에 고래상어가 연구진을 '헤엄은 잘 못 치지만 꼼꼼한 청소부'로 취급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칸 박사는 "연구진은 수년간 정부의 허가 하에 고래상어와의 접촉을 지속해 왔지만, 일반인들이 투어 등을 목적으로 고래상어에게 함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래상어의 체중은 수 톤에 달하며 꼬리에 부딪힐 경우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며 "상호 간의 안전을 위해 고래상어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스위스 온라인 과학 학술지 출판사 MDPI(Multidisciplinary Digital Publishing Institute)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피쉬(fishes)'에 지난 14일(현지시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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