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본계획 최종 확정...환경단체 “전면 재수립해야”

  • 김지현 기자
  • 2023.04.12 17:06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부담을 덜어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이번 계획은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 하향과 불확실한 미래 기술 의존 등 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이번 기본계획을 전면 재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1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탄소중립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으로, 정부는 2042년까지 이 계획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부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11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한덕수 총리 (사진 국무총리비서실)/뉴스펭귄
11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한덕수 총리 (사진 국무총리비서실)/뉴스펭귄

이번 기본계획은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줄이고, 부족한 감축분은 원자력 발전, 국제감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로 보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번 계획은 2018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감축 부담을 덜어주고, 불확실한 미래 기술과 국제협력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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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수렴 절차도 문제로 불거졌다. 정부는 기본계획 수립의 법정 기한을 사흘 앞두고 공청회를 열었으며, 180페이지에 달하는 계획안을 공청회 하루 전에 공개해 이해당사자들이 해당 내용을 사전에 검토할 시간도 부족했다. 탄녹위는 환경단체들의 항의에 당초 지난달 17일까지였던 기본계획 의견수렴 기한을 지난 4일까지 2주가량 연장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주요 요구사항을 반영하지 않고 원안이 사실상 그대로 통과되면서, 환경단체들은 탄녹위의 의견수렴이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10일 기본계획 재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 외치는 참가자들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10일 기본계획 재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 외치는 참가자들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그린피스는 11일 성명에서 이번 계획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미흡한 계획"이라며, “보수적인 기준으로 산정해도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에 부여된 탄소예산은 45억톤인데,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 탄소예산의 90%가량을 소진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현 정부 임기 내에 1.5℃ 제한 목표에 기여하려면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14.5%로 원상복구하고, 탄소감축 실효성이 부족한 국제감축과 CCUS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계획은 "기후위기 극복에 배치되는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한국에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인 탄소예산을 정확히 산정하고, 이에 입각해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전면 재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또 산업부문 감축 목표 상향, 불확실한 CCUS와 국제감축 계획 철회, 노후원전 수명연장과 원전 확대 계획 폐기를 촉구했다.

오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후정의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기획 중인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11일 성명에서 이날 확정된 기본계획은 "기후위기를 악화시킨 체제를 지속시키겠다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기본계획이 “2030년까지 산업계가 감축해야 하는 810만톤을 국외감축과 핵발전으로 돌려 기업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또 탄녹위가 노동자, 농민, 빈민을 배제하고 산업계의 의견만 반영하고 있다며,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요구와 참여가 배제된 기본계획 그 어디에도 제대로 된 정의로운 전환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414 기후정의파업 측은 14일 세종 정부세종청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사무처 앞에서 집회를 열어 정부에 기본계획을 폐기하고 전면 재수립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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