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개들'…환경위기 속 생존 열쇠?

  • 남주원 기자
  • 2023.03.07 17:39
체르노빌 원전을 떠돌며 사는 들개 무리 (사진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티모시 A.무소 생물학과 교수)/뉴스펭귄
체르노빌 원전을 떠돌며 사는 들개 무리 (사진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티모시 A.무소 생물학과 교수)/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체르노빌의 개들'이 인류에게 환경 위기 속 생존 방법을 가르쳐 줄지 주목된다.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어언 37년이 지났다. 1986년 4월 26일 구 소련(우크라이나)에 있던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다. 이 참사로 발전소 직원 30명이 즉시 숨졌고 수천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방사능 중독과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에는 폐쇄된 건물 안팎을 떠돌며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들개다. 사고 당시 주민들이 대피하면서 많은 반려동물이 남겨졌는데, 그들의 후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개들은 원전에서 먹이를 찾고 번식하며 오늘날까지 자체적으로 생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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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 연구팀-사이언스 어드밴시스)/뉴스펭귄
(사진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 연구팀-사이언스 어드밴시스)/뉴스펭귄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 연구팀은 2017년부터 3년간 사고 현장 주변에 살고 있는 떠돌이 개 302마리의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그중 132마리는 체르노빌 원전 부지, 154마리는 원전에서 15km 거리에 있는 지역, 16마리는 원전에서 45km 떨어진 도시 슬라부티치에 살았다.

연구팀이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전자가 뒤섞여 서로 비슷해졌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개들의 DNA는 지역마다 극명하게 구분됐다. 

특히 체르노빌 원전에 사는 개들은 다른 두 집단의 순수 혈통 개체군(순종견)이나 자유 교배 개체군(잡종견)과 구별되는 유전적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개들은 15개의 가족으로 구성돼 있으며 3세대가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체적으로 개체수를 늘려온 것이다. 

이는 체르노빌 원전 떠돌이 개들에 대한 최초의 유전학적 연구 결과로,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체르노빌의 개들: 핵 배제구역에 서식하는 개체군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통찰력>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3일(현지시간) 게재됐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지속적인 방사선 노출이 포유류에 미치는 유전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 환경 위기에 직면한 인류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이를 폭넓게 응용할 수 있다고 긍정했다.

연구팀은 이미 후속 연구에 돌입한 상황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체르노빌의 개들은 야생화됐지만 여전히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매우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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