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제 내 자식이야"…새끼 고래 납치한 암컷 범고래

  • 남예진 기자
  • 2023.02.28 17:54
왼쪽은 범고래, 오른쪽은 참거두고래의 외형이다. (사진 unsplash, flickr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Northeast Region 사진 가공)/뉴스펭귄
왼쪽은 범고래, 오른쪽은 참거두고래의 외형이다. (사진 unsplash, flickr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Northeast Region 사진 가공)/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다른 종 새끼를 돌보던 암컷 범고래가 납치범이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캐나다 달하우지대학교와 서아이슬란드 자연연구센터 연구진은 암컷 범고래가 참거두고래 새끼를 양육하는 모습이 최초로 목격됐다고 국제 학술지 '캐나다 동물학 저널(Canadian Journal of Zoology)'에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새끼 참거두고래의 수영을 돕던 암컷 범고래 (사진 First account of apparent alloparental care of a long-finned pilot whale calf (Globicephala melas) by a female killer whale (Orcinus orca) 논문)/뉴스펭귄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것이 새끼 고래이며, 그 옆에 있는 것은 새끼 참거두고래의 수영을 돕던 암컷 범고래 세디스다. (사진 First account of apparent alloparental care of a long-finned pilot whale calf (Globicephala melas) by a female killer whale (Orcinus orca) 논문)/뉴스펭귄

지난 2021년 8월 아이슬란드 서부 해안에서는 참거두고래 새끼 한 마리가 암컷 범고래 '세디스(Sædís)'의 가슴지느러미 뒤에서 헤엄을 치는 모습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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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러한 모습은 새끼가 홀로 수영할 때보다 꼬리를 덜 움직이면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행동"이라며 "두 종이 우연히 함께 헤엄친 것이 아니라 가족처럼 지내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포유류 사이에서 다른 종의 새끼를 돌보거나 입양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두 종은 서로를 공격하기 때문에 범고래가 참거두고래 새끼를 돌보는 것은 희귀한 일이다.

다만 연구진은 범고래가 새끼를 납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보통 자신이 낳은 새끼가 사망하거나 실종될 경우 다른 종 새끼를 거둬들이는데 반해, 세디스는 지난 8년간 새끼를 낳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물학자인 엘리자베스 즈왐본(Elizabeth Zwamborn) 박사는 "당시 생후 한 달 정도로 추정되던 참거두고래는 수척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세디스가 젖을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끼는 서서히 야위어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듬해 3월, 세디스 무리가 다시 목격됐지만 참거두고래는 목격되지 않았다.

대신 같은 해 7월 19일 세디스 등 범고래 10마리와 참거두고래 40마리가 맞닥뜨리는 모습이 관찰됐는데, 당시 참거두고래들은 범고래들이 공격 의사가 없었음에도 쫓아내려는 행동을 보였다.

즈왐본은 "세디스가 새로운 아이를 유괴하기 위해 참거두고래 무리에 의도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한편 범고래뿐 아니라 병코돌고래 등도 다른 종의 새끼를 납치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는데, 과학자들은 이 같은 유괴행위가 일그러진 모성애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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