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태계에 포식자 종 복원 필요할까?

  • 조은비 기자
  • 2023.02.11 00:00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호랑이, 표범, 늑대 모두 한국에 살았던 포식자인데요, 국내 야생에 포식자 종을 복원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은 뉴스펭귄 자체 설문조사 '핑크펭귄폴'을 통해 던져졌다. 매달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 핑크펭귄폴은 뉴스펭귄 공식 홈페이지 하단에서 참가할 수 있다.

약 한 달 동안 진행된 투표 결과 204명 중 80.4%인 164명은 국내 포식자 종 복원에 '찬성'을 선택했고, 15.7%에 해당하는 32명은 반대를, 3.9%를 차지하는 8명은 기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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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의견은 주로 '복원에 앞서 중대형 포식자가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안됐다.

핑크펭귄폴 투표 결과 (사진 뉴스펭귄 공식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핑크펭귄폴 투표 결과 (사진 뉴스펭귄 공식 홈페이지 캡처)/뉴스펭귄

포식자 종 복원은 왜 필요할까?

조지 몽비오(George Monbiot)가 집필한 '활생'이라는 책에서는 '포식자와 대형 초식동물은 그들이 사는 공간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토양의 속성, 강의 흐름, 바다의 화학적 조성, 심지어는 대기의 성분까지 변모시키기도 한다'라며 포식자 재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활생은 해당 책을 번역한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김산하 박사가 'rewilding'의 번역어 '재야생화'를 의역한 용어로, 과거 시기의 어떤 특정한 생태계를 다시 재현해 내려는 것보다는, 필요한 보호는 하되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변화해 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김산하 박사는 지난달 14일 '1회 생물다양성 포럼: 우리 모두를 위한 생물다양성 이야기' 강연에서 포식자가 없는 국내 생태계 상황을 '주인이 없어진 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산하 박사는 "포식자는 생태계 안정성에 크게 기여하는 존재로서 그 한 가지 경로를 예로 들자면 최상위 포식자가 '두려움의 경관(landscape of fear)'을 만든다는 걸 말할 수 있다"라며 "언제 어디서 사냥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동물들의 행동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라고 <뉴스펭귄>에 설명했다.

이어 "이런 행동의 변화가 누적되면 서식지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산하 박사가 '1회 생물다양성 포럼: 우리 모두를 위한 생물다양성 이야기' 강연에서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김산하 박사가 '1회 생물다양성 포럼: 우리 모두를 위한 생물다양성 이야기' 강연에서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또 김산하 박사는 포식자가 오랜 기간 동안 생태계의 여러 구성원들과 공진화하면서 지금과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역할을 해온 존재라며 "위에서 말한 모든 것들을 감안하면 그들이 없는 숲은 주인이 떠난 숲이라 칭해도 무방하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국내 생태계에 포식자가 돌아온다면?

국내에서 서식하다가 멸종된 중대형 포식자에는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이 있다.

국내에 서식하던 호랑이와 같은 종은 '아무르호랑이(학명 Panthera tigris altaica)'로,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북한의 국경이 만나는 지역 인근에 약 500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무르호랑이 (사진 한국범보전기금 제공)/뉴스펭귄
아무르호랑이 (사진 한국범보전기금 제공)/뉴스펭귄

표범은 '아무르표범(학명 Panthera pardus orientalis)'으로, 러시아 정부가 2012년 '표범의 땅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러시아, 중국, 북한의 접경 지역에 100여 마리가 남아있다. 전 세계에 있는 9개 표범 종 중에 가장 심각한 멸종위협을 겪고 있는 종이다.

아무르표범 (사진 한국범보전기금 제공)/뉴스펭귄
아무르표범 (사진 한국범보전기금 제공)/뉴스펭귄

국내에서 살다가 멸종된 늑대의 학명은 'Canis lupus'다. 국립생물자원관 소속 서문홍 환경연구사는 "앞에 있는 Canis가 속명을, lupus가 종명을 뜻한다. 국가에서 국가생물종목록에 공표한 학명은 Canis lupus"라고 설명했다.

한반도에서 서식하던 늑대의 학명으로 알려지기도 한 'Canis lupus coreanus'에 대해서는 "속명, 종명 다음에 아종명이 붙는 종류도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 늑대는 비무장지대(이하 DMZ) 이남으로는 멸종이 됐다. 그래서 우리가 표본이 많고 그러면 다른 나라하고 비교 연구도 하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차이점을 알기 어렵다. 이에 아종명은 제외하고 속명, 종명으로 'Canis lupus'까지만 해도 늑대라고 명칭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앞서 2008년 대전 오월드 동물원(당시 대전동물원)에서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늑대 7마리는 한국늑대가 맞는 걸까?

서문홍 환경연구사는 "유전적으로 연구를 했을 때 같은 종으로 판명이 됐으면 큰 문제는 없다"라며 "그러니까 (한반도에 살던) 늑대가 특정 지역에만 서식을 했으면 차이가 많이 날 수가 있는데 옛날 기록을 보면 전국에 서식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러시아 연해주나 한반도 인근에 있는 러시아 지역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대전 오월드에 있는 새끼 한국늑대 (사진 대전도시공사)/뉴스펭귄
대전 오월드에 있는 새끼 한국늑대 (사진 대전도시공사)/뉴스펭귄

이 같은 중대형 포식자를 복원했을 때 국내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김산하 박사는 "국내에 최상위 포식자의 복원이 이뤄진다면 멧돼지, 고라니, 노루 등의 개체군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사람과의 갈등이 줄어들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생태계는 단순 수식 같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복잡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해외에서 일어난 일들을 토대로 예상해 본다면 삼림 생태계의 특정 동물의 대발생을 억제하거나 개체군 크기의 수축과 팽창의 정도를 줄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내 포식자 종 복원
돌아올 공간은 있을까?

국내에서 포식자 종을 복원할 때 고려돼야 하는 사항 중 하나로는 '면적'이 있다.

김산하 박사는 "(복원 시 고려돼야 하는 사항은) 지역과 동물에 따라 많이 달라질 얘기라 한 마디로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마 가장 중요한 건 면적이 될 걸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때 서식지는 파편화되지 않고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어야 하고, 향후 개체군이 커졌을 때 개체들이 퍼져나갈 수 있는 곳이 아주 멀지 않은 곳이어야 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기존에 살던 포식자들의 목록은 이미 잘 나와있기 때문에 그 후보들을 놓고 생태적, 기술적, 문화적 요소를 고려해서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서식지 파편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도로밀도는 1970년대 0.37㎞/㎢에서 2000년대 이후 1㎞/㎢ 이상으로 증가했고, 한국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인 약 483㎢ 면적의 지리산국립공원도 탐방로, 도로 등으로 나눠져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52개로 나뉜 지리산국립공원에서 50㎢ 이상의 면적은 1곳 밖에 없었다.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호랑이의 행동반경은 암컷은 약 400㎢, 수컷은 약 1000㎢에 달한다. 표범은 행동반경이 호랑이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넓은 서식지가 확보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서식이 어려운 실정이다.

 

포식자와 사람의 갈등, 완화 방법은?

국립생태원 연구팀이 발표한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호랑이, 늑대, 표범의 서식분포' 논문에서는 당시 인간 영역의 확대와 동물 영역의 감소로 충돌이 발생해 포식자 종이 멸종하는데 주요 원인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논문에서는 조선시대 표범, 늑대의 발견 빈도가 낮은 것에 비해 호랑이의 발견 빈도가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해 물 근처에서 서식하는 호랑이의 특성상 벼농사 등의 개간사업으로 인해 서식처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김산하 박사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방법들이 있다. 포식자의 피해에 따른 보상 등의 정책적인 방법도 있지만, 최근에는 실제로 포식자와의 갈등 자체를 줄이기 위한 첨단 기술도 많이 동원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야생동물을 복원한다는 건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존재의 공존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라며 "동물과의 갈등에도 위험 요소가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 그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자세 대신, 공존의 대가로서 인정하는 원칙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5년 환경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는 한국 늑대를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인명피해 등의 우려로 중단됐다.

스라소니도 종 복원 논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스라소니.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스라소니. 기사 본문과 관련 없는 사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우동걸 선임연구원은 "복원 난이도로 봤을 때는 인명피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상위 포식자로서 역할을 하니까 긍정적이지만 과거 한반도 북부 지역이 아닌 남한에서 서식했다는 자료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분포하지 않은 종을 복원하는 게 타당한가에 대한 평가가 있었고 논의가 되다가 지금은 따로 (스라소니 복원) 진행은 안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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