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고양이·쥐 문제해결 위한 문화재청의 결심

  • 임병선 기자
  • 2023.01.25 17:06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마라도가 천연보호구역이 된 건 뿔쇠오리같은 희귀종이나 생태적으로 중요한 종이 서식해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화재 보존, 관리 측면에서 쥐와 고양이에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관계자가 25일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마라도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속하는 섬으로, 일부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천연보호구역 내에는 쥐나 고양이 등 여타 외래종이 없는 상태여야 한다. 고양이와 쥐는 인위적 원인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측이 2022년 5월 파악한 바에 따르면 마라도 내에는 고양이 117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쥐는 개체수 파악이 어렵지만, '매우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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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서 서식하는 뿔쇠오리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마라도에서 서식하는 뿔쇠오리 (사진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뉴스펭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측은 "제주도 환경과와, 서귀포시 축산과, 세계유산본부 등 관계자 15명이 지난 11일에 마라도를 현장 조사했다"며 "참가자 모두 올해 마라도에 돌아올 뿔쇠오리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화재청은 "(이번 방안 마련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조치는 아니며, 이전부터 관련 민원이 많았고 단계적으로 방안을 마련해 왔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오는 31일 오후 2시 제주시 조천읍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천연보호구역 생물 피해 저감을 위한 대처 방안 마련 전문가 회의'를 열어 마라도 쥐와 고양이 문제 해결 방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조류와 생태 등 전문가, 당국 관계자, 제주비건과 동물자유연대 등 시민단체도 참석한다.

문화재청이 마라도 보호에 나선 이유는 고양이와 쥐가 무분별하게 늘어나 섬의 문화재적 가치, 즉 독특한 생태 보전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섬에 도입한 포식자와 피식자의 '공존'은 어렵다. 

문화재청은 현장에서 고양이가 사냥한 것으로 보이는 새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문화재청과 함께 마라도 현장에 방문한 전문가들은 마라도가 지리적으로 매우 좁기 때문에 고양이가 새를 섬의 끝부터 끝까지 몰아 사냥이 가능한 정도라고 지적했다. 

고양이 포식 피해를 입은 조류 (사진 문화재청 제공)/뉴스펭귄
고양이 포식 피해를 입은 조류 (사진 문화재청 제공)/뉴스펭귄

또한 앞서 조류 전문가인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마라도에 출현하는 조류가 먼 길을 날아온 철새이기 때문에 지쳐 있는 상태라 포식자 공격에 취약하다고 <뉴스펭귄>에 설명한 바 있다.

이번 현장 방문에서는 고양이 보건 상 문제도 발견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코에 딱지가 앉고, 눈곱이 있는 고양이가 일부 발견됐다"고 말했다.

앞서 고양이 전문가인 심용주 서울대 수의과대학원 박사는 <뉴스펭귄>과 인터뷰를 통해 마라도 내 고양이들이 밀집하면서 건강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고양이들이 밥그릇을 공유할 경우 감염병이 전파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화재청 회의 이후 조치가 시작되면 고양이는 마라도에서 가장 가까운 제주도 내 동물보호소로 옮겨질 예정이다. 아프거나 다친 경우 치료한 뒤 이동된다. 안타깝지만 쥐의 경우 별도 보호는 없다.

마라도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섬이다. 환경부 철새지리정보를 통해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마라도에서 포착된 철새는 2020년 봄 기준 총 103종이다. 뿔쇠오리, 새매, 검은머리촉새 등 멸종위기종 외에도 육지에서 보기 어려운 많은 철새가 마라도를 거쳐간다.  

조류 전문 유튜버 새덕후는 지난해 6월 마라도를 방문해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새가 여기저기 보인다"며 마라도의 생물다양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또한 고양이가 생태계와 조류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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