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나무 심자", 팬들 "음반쓰레기 해결부터"

  • 이수연 기자
  • 2023.01.03 18:43
랜덤 굿즈와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구매한 똑같은 종류의 앨범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제공)/뉴스펭귄
랜덤 굿즈와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구매한 똑같은 종류의 앨범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최근 대형 K팝 기획사의 총괄 프로듀서가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나무심기 운동'으로 지구를 살리자고 말한 것을 놓고 일부 팬들이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이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한 이유는 지구를 '진짜' 살리려면 음반 과소비를 유도하는 기획사 전략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포럼에서 연설하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 Town 유튜브 갈무리)/뉴스펭귄
포럼에서 연설하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 Town 유튜브 갈무리)/뉴스펭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1일 온라인으로 열린 'SM 서스테이너빌리티 포럼'에서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금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실현해야 하는 탄소중립의 시대"라며 "휴머니티의 기반을 가진 K팝과 한류는 '나무심기 운동'의 중요한 시발점이자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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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K팝과 한류가 보여준 휴머니티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꿈이 또다시 전 세계를 감동시키고 '지구 살리기'에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실히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K팝 팬들의 기후행동 플랫폼인 '케이팝포플래닛'은 2일 SNS에 "나무심기도 훌륭하지만 다음에는 앨범 쓰레기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글을 게시했다. SM 소속그룹 에스파의 팬이기도 한 케이팝포플래닛 이다연 캠페이너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나무심기는 오래 전부터 팬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이미 하는 활동을 언급하기보다 기획사만이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팬들이 기획사에 요구하는 메시지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제공)/뉴스펭귄
팬들이 기획사에 요구하는 메시지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제공)/뉴스펭귄

아울러 "나무심기로 지속가능성을 논하기보다는, 팬들이 몇 년 전부터 제기하고 있는 앨범 소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실물 음반은 약 7000만장이 팔렸다.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000만장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는 스트리밍 시대에도 K팝 팬들은 수십장의 앨범을 사 모은다. 앨범 한 장에 한 개만 들어 있는 아이돌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종류별로 모으기 위해선 앨범을 소량만 구매할 수 없어서다.

케이팝포플래닛은 팬들이 대량 구매한 앨범을 모아 다시 기획사로 보냈다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제공)/뉴스펭귄
케이팝포플래닛은 팬들이 대량 구매한 앨범을 모아 다시 기획사로 보냈다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제공)/뉴스펭귄

게다가 앨범을 많이 구매한 순서대로 당첨되는 팬사인회 같은 행사에 가기 위해 수백장씩 사기도 한다. 랜덤 굿즈와 팬사인회 '줄세우기' 상술로 기획사가 수천만장의 플라스틱 앨범을 판매하는 사이, 한편에선 앨범이 무더기로 버려진다. 폐기는 당연히 팬들의 몫이다.

앨범은 버려진 후에도 문제가 된다. 음반 껍데기는 '나쁜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폴리염화비닐(PVC)로 이루어졌고, 알맹이에는 혼합 플라스틱으로 만든 CD와 코팅종이로 된 포토카드 등 재활용이 어려운 구성품이 담겨 있다.

랜덤 굿즈와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구매한 똑같은 종류의 앨범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제공)/뉴스펭귄
랜덤 굿즈와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구매한 똑같은 종류의 앨범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제공)/뉴스펭귄

이 캠페이너는 "팬들이 요구하는 바는 앨범을 과소비하게 하는 기획사의 전략을 바꾸는 것"이라며 "배달앱에서 일회용품을 받지 않는 옵션이 있듯이 앨범을 구매할 때 불필요한 구성품을 받지 않는 '그린 앨범 옵션'이 도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팬들은 K팝 산업이 얼마나 바뀔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데, 기후위기 시대에는 모든 산업이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덕질'을 할 수 있을지 K팝 팬들이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K팝 팬들이 기획사에 요구하는 기후행동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K팝 팬들이 기획사에 요구하는 기후행동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환경운동연합 신시아 활동가는 "SM을 비롯한 기획사들이 디지팩 앨범, 플랫폼 앨범 등 친환경 소재로 앨범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버전의 앨범을 만들거나 랜덤 굿즈를 양산하는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친환경 이미지만 제고하려는 그린워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신시아 활동가는 "기획사는 마케팅 전략을 전환하고, 차트사는 차트 집계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과도한 음원 스트리밍과 음반 소비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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