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뉴스펭귄 선정 10대 기후뉴스
- 남예진 기자
- 2022.12.28 10:32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세계 각지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가고 있지만, 가장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정부와 기업체의 미진한 대응과 탄소배출에 무관심한 태도 등으로 지구가열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발발로 인해 식량과 에너지자원 수급이 어려워진 가운데, 기후재난의 가세로 전세계가 시름을 앓았다.
국내외의 기후위기 소식을 전하는 <뉴스펭귄>은 올해를 마무리하며, 2022년 동안 화제된 기후위기 사건·사고 10가지를 선정해 소개한다. 각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를 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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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ew days ago @ClimateChangePK had warned that Pakistan’s vulnerability is high due to high temps. Hassanabad bridge on the KKH collapsed due to GLOF from the melting Shisper glacier which caused erosion under pillars. Am told FWO will have a temporary bridge up in 48 hours. 1/2 pic.twitter.com/Sjl9QIMI0G
— SenatorSherryRehman (@sherryrehman) May 7, 2022
지난 5월, 파키스탄은 49℃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아 하사바드 다리(Hassanabad Bridge)와 발전소 2개가 휩쓸려 가고 식수와 농업용수 공급 시스템이 파괴됐으며 주택 등이 12채 이상이 유실됐다.
연이어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6~9월 우기 동안 일부 지역에서 평년보다 5~8배 많은 비가 쏟아지고, 이상고온으로 늘어난 수증기와 빙하수로 인해 국토 3분의 1이 물에 잠긴 대홍수가 발생했다.
당시 대홍수로 인해 사망자 1700여 명과 약 33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3000㎞가 넘는 도로와 100만채가 넘는 가옥이 파괴됐다.
Let's be clear: the Pakistani people did not do this to Pakistan –– we all did, and the high-emitting nations are most responsible.
Unless we end our species' addiction to fossil fuels, every country in the world will remain in the crosshairs of the climate breakdown. pic.twitter.com/48xtWK1WfA
— Frank Bainimarama (@JVBainimaramafj) August 30, 2022
이에 피지 총리 프랭크 바이니마라마(Frank Bainimarama)는 "분명히 하자. 파키스탄 국민들은 파키스탄에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그랬고, 가장 많이 (탄소를) 배출한 국가가 책임이 있다"라며 "화석연료 중독을 끝내지 않는 한, 세계의 모든 국가는 기후붕괴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지적했다.
아프리카의 뿔은 코뿔소 뿔처럼 튀어나와 있는 아프리카 북동부 지형을 뜻하는 명칭으로,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 등이 포함된다. 이 지역은 지난 4년간 우기인 3~5월에 평년보다 적은 비가 내려 40년 만에 가장 긴 가뭄이 이어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번 가뭄으로 작물이 시들고 가축 150만 마리가 폐사해 주민 1200만~1400만명이 기아·영양실조 등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식량이 부족해진 주민들이 야생동물을 사냥에 나섰으며, 밀렵 수는 예년 평균보다 약 5배 증가했다. 야생동물들도 굶주림 끝에 죽거나 식량을 찾아 민가 인근까지 이동하면서 사람들과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또한 에티오피아에서는 최악의 가뭄으로 자원과 먹을 것을 제공할 여유가 없는 부모들이 딸아이의 결혼을 종용하면서 조혼율이 지난해보다 약 4배 증가해 아동의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Portugal has been on fire since July 8th. Spain France and Italy , thanks for helping to fight the fires with your canadair planes. pic.twitter.com/eRdB8T5Btj
— Marco Malheiro (@MarcoMalheiro1) July 14, 2022
올해 여름 유럽은 500년 만에 찾아온 가뭄과 45℃를 웃도는 폭염으로 인명 피해와 산불 피해가 다수 발생했다.
프랑스의 경우 이번 여름에 발생한 화재로 서울 면적(약 6만ha)과 비슷한 너비의 숲이 소실됐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 화재피해 면적 중 가장 넓은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여름동안 화재로 각각 24만 5000ha, 7만 6000ha가 피해를 입었다.
유럽 기후관측 기관 코페르니쿠스는 "폭염이 화재를 확산시키고 있다"며 "탄소 흡수원인 나무가 불탄 탓에 배출된 탄소가 다시 흡수되려면 30년 가까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탈리아와 튀르키예에선 가뭄으로 강물이 마르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선박과 고대도시가 발견됐다. 여름 날씨가 비교적 선선하기로 알려진 영국도 최고기온이 40.3℃에 달하면서 시민들이 생수와 아이스크림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후이퐁식품에서 제조하는 '스리라차 소스'는 멕시코의 심각한 가뭄으로 원재료인 칠리페퍼 품귀현상이 벌어진 탓에 약 5개월간 생산이 중단됐다.
미국에서는 스리라차 구매가 어려워지자 손님들이 식당에서 사용하는 소스를 훔쳐 가기도 했다.
이는 스리라차 소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전 세계 식량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은 탓이다.
캐나다에선 지난해 겨자 수확량이 135킬로톤(kt)이었지만, 올해는 가뭄으로 절반 정도인 71킬로톤(kt)으로 감소해 머스터드 생산에 난항을 겪었다.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로 토마토와 올리브의 생산량도 감소해 케첩과 올리브유 가격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 뉴질랜드 해안의 수온은 평년보다 2.6℃ 높았다. 그 여파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뉴질랜드 피오르랜드국립공원에서 표백된 해면이 수백만마리 이상 발견됐다.
빅토리아대학교 해양생물학 교수 제임스 벨(James Bell)은 "우리가 봤을 때 거의 흰색 묘지 같았다. 정말 충격적이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해면은 물고기, 게 등 다양한 해양생물에게 먹이와 피난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량 폐사할 경우 해양생태계에 큰 피해를 준다.
Hi @docgovtnz, 3 dead blue penguins on 90 mile beach today, about 12km north of #Ahipara. All within a 100m stretch of each other. Run over by cars? Or victims of a certain fishing method? #NewZealand #Aotearoa #Wildlife #Penguins@nzherald @NZStuff @Breakfaston1 pic.twitter.com/isuo4OV1Yk
— Jeff Rice (@EvolvingCaveman) May 2, 2022
수온 상승이 6월까지 이어지면서 쇠푸른펭귄들도 저체온증과 굶주림에 의해 500마리 이상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상 펭귄들이 먹이로 삼는 생물들이 수심 깊은 곳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자, 굶주린 펭귄들의 체지방이 감소해 체온 유지가 어려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월 뎅기열, 에볼라, 임질 등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병 375개 중 218개(58%)가 기후위기의 직·간접적 영향을 통해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엠폭스', 일명 원숭이두창 또한 다양한 발병 원인이 제기됐으며, 그중 기후위기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바이러스학 마이클 스키너(Michael Skinner) 교수는 "주로 모기와 같은 곤충에 의해 옮겨지는 바이러스 확산의 경우, 기온상승이 숙주 생존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구가열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후위기로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서 설치류 개체 수가 급증해 질병 전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산림 벌채와 기후위기로 서식지를 잃은 생물들이 인간과 접촉해 질병을 전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북극곰은 겨울 동안 북극 해빙 위에서 바다표범, 물개 등을 사냥한다. 하지만 수온 상승으로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지면서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쓰레기를 뒤지는 북극곰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딕손 마을에서 통조림 캔에 혀가 낀 북극곰이 직접 민가에 내려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제북극곰협회(Polar Bears International)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매립지 환경에서 노출되는 질병과 독소로 인해 북극곰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는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굶주림에 처한 야생동물들이 민가 근처의 쓰레기장을 뒤지거나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야생동물이 인간과 자주 접촉하게 되면 사람들은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야생동물을 해칠 수 있고, 반대로 마을 주민이 야생동물에게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최근 환경단체들이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법을 위반하고 체포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저스트 스탑 오일(Just Stop Oil), 독일 라스트제너레이션(Last Generation), 미국 선라이즈무브먼트(The Sunrise Movement) 등은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죽은 지구에 예술은 없다'며 명화에 음식이나 페인트를 끼얹었다.
또한 그린피스,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과학자반란(Scientist Rebellion) 등은 항공기 앞을 가로막거나 공항 터미널 문에 손을 묶어 항공 운송수단의 탄소 배출 문제를 지적했다.
이 같은 시위 방식은 법에 단기간에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한다는 장점을 지니지만, 대중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9. '돈' 얘기만 오간 COP27
기후위기로 인한 실질적인 위협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의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가운데, 런던경제학교(LSE)가 지난 8일 발간한 보고서는 2030년까지 중국을 제외한 저소득국가 기준 기후위기 대응이 제대로 되려면 매년 1조달러(1367조5000만원) 금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제27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이하 COP27)에서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 지원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국 1위 미국이 이번 총회에 참가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재정 마련 방안이나 기금 운용에 대한 논의가 미뤄져 자금이 모일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HUGE news from #COP27: #Tuvalu becomes 2nd nation to call for a #FossilFuelTreaty
"We all know the leading cause of the climate crisis is fossil fuels. Tuvalu has joined #Vanuatu in calling for a Treaty to steer our development model to pursue renewables and a just transition" pic.twitter.com/rk2v0Og7Bd
— Fossil Fuel Non-Proliferation Treaty Initiative (@fossiltreaty) November 8, 2022
게다가 지구 기온 1.5℃ 상승을 막기 위해 새로운 석탄, 석유, 가스의 확장을 멈추고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줄이자는 '국제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을 제안한 국가는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바누아트와 투발루 뿐이었다.
구글 코리아는 2022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검색어가 '기후변화'라고 밝혔다. 지난 10년 간 '기후변화'가 종합 검색어 순위에 오른 적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경우 '기후변화' 검색 빈도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유럽 전역의 폭염과 산불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진 7월 11일 주간, 7월 18일 주간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온라인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지난 6월에는 환경단체들이 '기후재난·생태학살 외면하는 정치에 미래는 없다'며 한강서 카누 시위를 벌였다.
하반기에는 3만5000여명이 행진하며 '기후 정의'를 외쳤고,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국민 청원과 석탄발전소 반대 시위 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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