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능엔 어떤 '기후 문항' 있었을까?

  • 임병선 기자
  • 2022.11.29 18:05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 정답 확정일을 맞아, 수능 문항 속 '기후위기'는 어떻게 드러났는지 <뉴스펭귄>이 분석했다.

수능 문항의 내용은 특정 사회문제가 교육 속에 어떻게 다뤄지는 판단 가능한 중요한 척도다. 2022년,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살아가게 될 수험생들이 치룬 수능에는 어떤 기후위기 관련 질문과 답이 등장했을까. <뉴스펭귄>은 2023학년도 수능을 포함해 최근 3개년 수능에서 기후위기, 멸종위기 관련 지문이 어떻게 출제됐는지 분석했다.

2023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기후, 환경에 관련된 키워드가 포함된 문제는 9건이었다. 해당하는 키워드는 기후, 온실가스, 지구온난화(지구가열화), 탄소(배출), 멸종위기, 생태, 생물다양성이다. 제2외국어와 한문 과목, 키워드가 포함되더라도 맥락 상 직접 관련이 없는 문항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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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 출제된 문제 속 지문은 과목 특성 상 단순 주변 정보로 담긴 경우가 많았지만, 일부 심층 정보가 포함된 지문도 있었다. 직업탐구 영역의 경우 실생활이나 직업활동 중 직접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문항이 포함된 사례도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2023학년도 수능에 파고든 기후’는 어떨까

영어 영역 34번 문항은 인간의 시간 관념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뚜렷하게 구분하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에 문제가 된다는 사례를 짚은 지문을 포함하고 있다. 정답은 5번으로 인간의 인식이 기후위기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은 내용으로 구성됐다.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국어 영역에는 지문에 ‘커피박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언급된 문제가 있었다. 다만 깊이가 있는 글이거나 핵심이 되는 정보로 등장하진 않았다.

2023학년도에 과학탐구 영역에서 기후나 환경 문제가 언급된 건 지구과학I 과목이 유일했다. 지구과학 1번 문항으로 1850년~1900년 평균 기온과 이산화탄소 농도를 비교한 표를 두고 옳은 설명을 찾는 질문이 등장했다.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사회탐구 영역에서는 세계지리와 한국지리에 기후 문제와 관련된 지문이 문항에 담겼다.

세계지리의 경우 지구가열화(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 협약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한국지리에는 기후 관련 지문이 총 2회 등장했다.

6번 문제는 지구가열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무분별한 해안개발로 국내 해안지형이 훼손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지문이 예로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인위적으로 설치한 옹벽이 해안 침식 문제를 심화한다는 주제도 담겼다.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한국지리 10번 문제의 경우 시대 별 한국의 에너지믹스(에너지원별 발전량) 변화상을 제시하고, 에너지원 별 특징을 맞추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기타’로 처리되고 아무 설명도 없었다.

직업탐구 영역 농업기초기술, 공업 일반 과목에서는 기후 관련 지문이 각각 1건씩 기록됐다.

농업기초기술 과목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대벌레 개체수가 증가했을 때를 가정한 지문을 제시하고, 어떤 친환경 방제가 적절한지 직접적으로 묻는 문항이 출제됐다. 돌려짓기, 길항 미생물, 목초액, 석회보르도액, LED포충기 등 친환경 방제로 분류되는 방식들이 정답 후보로 나왔다. 농업은 경제활동 중 기후위기가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칠 분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공업 일반 과목에서는 국제사회 협약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묻는 문항을 출제했다. 오존층 파괴 물질을 규제한 협약과, 습지보호를 위한 협약이 무엇인지 맞추는 문제다.

 

2021학년도, 2022학년도 '수능 속 기후'

과거 2021학년도, 2022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에는 ‘기후’나 ‘환경’ 관련 지문이 각각 2건, 3건 있었다.

특히 영어 영역의 경우 단순 과학적 사실을 전하는 지문이 아닌 기후과학, 환경 문제를 다루는 기자의 자세 등 기후위기와 관련해 심도 높은 지문이 채택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21년 듣기 평가인 10번 문항을 통해,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 문제인 대나무 빨대 관련 지문을 포함시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언어 영역의 경우 기후와 관련된 지문은 2021학년도 1문항, 2022학년도 1문항에 포함됐다.

사회탐구 영역 중 세계지리에는 생물다양성 감소 문제가 언급된 문항이 1건 출제됐다. 2021학년도 수능 9번 문항에서 아프리카 환경 파괴 문제와 생물다양성 저하를 다뤘다. 2021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다른 과목을 포함한 수능 문항 중 생물다양성 문제가 언급된 것은 이 지문 뿐이다.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사회문화 과목은 2021학년도와 2022학년도에 기후나 환경, 생물다양성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지문이 포함됐지만 2023학년도에는 없었다.

2022학년도 공업 일반 과목에서는 기후나 환경 문제 대응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직접 다룬 실용적 문항을 출제하기도 했다. 13번 문항은 온실가스나 카드뮴 등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어떤 방식을 쓸 수 있는지 질문을 담고 있다.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사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뉴스펭귄

수산해운업기초는 2021년에 3회나 기후 관련 지문이 등장했다.

2021년 수산해운업기초 과목의 경우 해양 분야에서 이뤄지는 청정에너지사업, 갯벌을 통한 관광사업 등 현안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18번 문제는 아마존 열대우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 산업 분야에서 도입해야 할 기술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으로 구성됐다.

이외에도 인간 발달 과목에서 2022년에 우리 삶과 밀접한 환경보호를 위한 잔반 줄이기라는 주제로 1건 언급됐다.  

 

환경교육 중요한데, 아직도 비주류

수능에 포함된 환경 관련 문항은 ‘환경교육’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환경부는 환경 관련 문항이 수능에 포함되는 것을 환경교육 일환으로 강조한 바 있다. 인간이 일으킨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학생들에게 환경교육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중요해지고 있다. 

수능이나 모의고사 등에 환경 관련 문제가 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 과목 자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1995년 중학교, 1996년 고등학교에서 선택 가능하게 된 환경 과목은 2022년 현재까지도 비주류다. 환경부 환경교육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환경 과목을 선택한 학교는 875개, 환경 교사는 129명 뿐이다. 환경 전담교사가 없는 경우 지구과학 등 관련이 있는 과목 교사가 병행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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