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주울 때 '담는 봉투'까지 고민하는 사람들

  • 이수연 기자
  • 2022.11.17 14:53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쓰레기 줍는 사람들이 '담는 봉투'에도 친환경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변청소에 사용할 커피 마대를 구한다는 글이 지난 1일 페셰(pesce)의 공식 SNS에 올라왔다. 새 마대가 아니라 이미 사용한 적 있는 커피 마대를 구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페셰는 해변청소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최근 플라스틱 마대보다 커피 마대가 더 온전하게 해양쓰레기를 보관한다는 사실을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공개된 실험 영상에서 페셰는 인천 무의도에서 해양쓰레기를 담은 커피 마대와 플라스틱 마대를 똑같이 자연에 두었다. 4개월 뒤 플라스틱 마대는 윗면이 햇빛에 삭아 내용물이 드러났지만, 커피 마대는 나뭇가지로 찔러도 구멍이 나지 않고 멀쩡했다.

왼쪽부터 4개월 동안 해양쓰레기를 보관한 커피 마대와 플라스틱 마대 (사진 페셰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왼쪽부터 4개월 동안 해양쓰레기를 보관한 커피 마대와 플라스틱 마대 (사진 페셰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무의도 일부 지역은 지형이 험해 해변청소로 모은 쓰레기를 바로 반출하기 어렵다. 페셰에 따르면 지자체에 신고해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 후에 수거 계획을 실행한다. 그동안 PE나 PP 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마대는 풍화작용으로 바스러진다. 기껏 모은 쓰레기는 다시 흐트러지고 마대 자체도 미세플라스틱 쓰레기가 되는 셈이다.

이에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올해 유독 많은 시민들이 무의도 해변청소를 하면서 모은 해양쓰레기 마대를 한꺼번에 반출했다"며 "내년에는 더 자주 반출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물때에 따라 수거 계획이 달라진다"고 상황을 전했다.

페셰 이우열 대표는 커피 마대 실험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 기업에서 플로깅 행사를 위해 자사 로고를 새긴 마대를 제작해 전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그것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마대를 사용하는 것이 더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커피 마대가 떠올랐다"고 17일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말했다.

이우열 대표는 "커피 마대는 황마 줄기로 만든 천연섬유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마대에 비해 강하면서도 자연에 그대로 돌아간다"며 "커피 마대가 내구성이 뛰어나고 가격도 싸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마대 (사진 페셰 이우열 대표)/뉴스펭귄
커피 마대 (사진 페셰 이우열 대표)/뉴스펭귄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커피 생두 수입 중량은 2020년 약 15만 톤이다. 70kg짜리 마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1년에 약 200만 자루가 들어온다. 이 대표는 "이 마대만으로도 매년 많은 양의 쓰레기를 주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커피 마대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단 5분 만에 해변청소에 사용할 커피 마대를 구했다"며 "심지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커피 마대를 매월 3000장씩 무료로 나눠주는 업체와 연결돼 계속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해안정화 활동 전체가 커피 마대 같은 자연소재 마대를 재사용하도록 커피 기업들이 로스팅 공장에서 마대의 옆쪽 말고 입구를 뜯어서 보관하고, 그렇게 모은 마대를 해양쓰레기 수거하는 비영리단체로 전달할 수 있게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 수거용으로 플라스틱 마대를 새롭게 생산하는 것은 또 다른 쓰레기 산업을 만드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쓰레기를 주울 때 되도록 쓰레기를 남기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플로깅 도구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2022년 범국민 플로깅 이벤트를 진행해 재사용 가능한 플로깅 키트를 증정했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 '리젠'으로 만든 플로깅백이 그 예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의 플로깅백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의 플로깅백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플로깅 비영리단체 와이퍼스는 생분해 봉투를 활용해 쓰레기를 줍는다.

와이퍼스 황승용 대표는 "담배꽁초 쓰레기를 담은 비닐은 악취가 심해서 재사용하긴 어렵다.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가 차선책으로 생분해 봉투를 사용했다. 소각했을 때 인체에 해로운 바이옥신이 배출되지 않고 매립해도 일반 비닐보다 빨리 썩어서다. 그래도 각자 플로깅을 할 때는 웬만하면 집에서 쓰던 비닐을 가져오라고 한다"고 17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황 대표는 "물론 생분해가 되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생분해 봉투를 제작할 때 '생분해가 되더라도 지구의 자원이니 최대한 아껴서 사용하자'는 문구를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를 얼마 안 주우면 봉투를 다시 사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생분해 봉투 (사진 와이퍼스 황승용 대표)/뉴스펭귄
생분해 봉투 (사진 와이퍼스 황승용 대표)/뉴스펭귄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많은 언론매체들과 달리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나 주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자본,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뉴스펭귄이 지속적으로 차별화 된 기후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후위험을 막는데 힘쓰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뉴스펭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꺼이 후원할 수 있는 분들께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지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월 뉴스펭귄을 후원해주세요. 단 한 차례 후원이라도 환영합니다. 후원신청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며 기후위험 막기에 전념하는 독립 저널리즘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