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행진'서 만난 줄리안 "환경에 비상 신호 오고 있다"

  • 조은비 기자
  • 2022.09.27 12:00
인천 무의도에서 해변 청소를 하고 있는 줄리안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인천 무의도에서 해변 청소를 하고 있는 줄리안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으로 이름을 알린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Julian Quintart). 그는 환경을 생각해 비건으로 식생활을 바꾸고, 환경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쓰레기가 발생할 수 있는 생일선물 받기를 거부하고,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애용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 솔선수범하고 있는 환경 인플루언서다.

줄리안의 기후행동은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유럽연합(EU) 기후행동 친선대사로 위촉됐고, 올해는 인천 무의도와 한강에 나타나 몸을 아끼지 않고 쓰레기를 주웠다. 이 밖에도 환경을 위한 활동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있다.

인천 무의도에서 해변청소를 하고 있는 줄리안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지난 24일 기후정의 실현을 외치는 시민들의 열기로 뜨거웠던 광화문 일대. 그곳에서도 그는 행진 대열에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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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줄리안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줄리안 (사진 조은비 기자)/뉴스펭귄

길고 긴 행렬 속에서 그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참을 인파 속에서 헤맨 다음에야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는 글이 적힌 종이를 들고 걸어가는 줄리안을 만날 수 있었다.

 

- 개인 스케줄을 모두 비워놓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마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 마음으로 참가를 하셨나요.

"아무래도 개개인의 실천이 단합되면 굉장히 힘이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날은 놓치기 싫었습니다. 어쩌면 오늘이 기후위기에 맞서는 데 가장 중요한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만 하는 행진이고, 한국 정부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진행된 행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진 대열에 맞춰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시민들이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이날 3만5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숭례문-서울시청-광화문-안국역-종각역 순으로 약 5㎞를 행진했다.

 

- 오늘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행진을 온 것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정말 기뻐요. 특히 나이 불문하고 모인 것을 보고 기후재난이 단순히 특정 집단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한테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발언을 하다 보면 가끔씩 외로울 때가 있는데,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것을 보니까 희망을 갖게 되고 에너지가 많이 충전됐습니다."

 

-이렇게 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사람들이 못 느끼는 것 같지만 기후재난으로 환경에 비상 신호가 오고 있습니다. 만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년 전에 예고를 하고 왔다면 우리가 다 막을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지금 계속 기후재난으로 예고를 해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바보 같은, 큰 실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번 행진을 통해 정부나 기업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업들이 대부분 시대 흐름을 못 따라가서 20년 이상 유지가 안 된다고 합니다. 이제는 흐름에 맞춰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환경과 우리 미래까지 생각하는 장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분들도 자식과 손자손녀들이 있을 텐데 당장 내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보다는, '좋은 환경'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 이번 기후정의행진은 오는 10~12월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를 앞두고 진행됐습니다. 전 세계적인 대응이 논의될 유엔 회의에서 꼭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화석연료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한 해에 약 870만명이 죽는다고 합니다. 이는 전쟁보다 더 큰 피해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석탄화력발전소와 석유 사용, 축산업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또 항상 안타까운 게 채식에 대한 얘기가 너무 적어요. 산림벌채 1위 원인이 축산업이다 보니 채식과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하버드대학교, 버밍엄대학교 등이 참가한 공동연구팀은 2018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870만 명이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 해 사망한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다. 특히 화석연료 관련 대기오염 농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게재됐다.

 

- 지구를 구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활동 중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활동을 채식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왜냐면 우리가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채식을 하면 1년 동안 52일의 채식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500㎏ 규모의 이산화탄소와 20만 L의 물을 아낄 수 있습니다. 또 사료에 쓰이는 곡물을 약 1톤까지 줄일 수 있고, 150㎡의 산림벌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참가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영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것이지요. 우리가 하는 실천 중에 이렇게까지 영향이 큰 실천이 어디 있을까요. 요즘 맛있는 비건 식당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지구를 살리는 식사 채소 한 끼 최소 한 끼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줄리안은 기후위기 대응에 매체의 책임도 크게 여기고 있었다. 앞서 플로깅 활동 취재 중 기자와 처음 만났을 때도 기후위기·멸종위기 전문 매체 <뉴스펭귄>을 알아보며 '가장 좋아하는 매체'라고 반색했다.

 

- 기후위기 대응에 또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최근 재난 발생을 보면서 점점 더 현실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매체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뉴스펭귄> 같은 매체가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프랑스의 한 라디오는 환경에 유해한 광고를 안 받겠다고 선언했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교육을 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뉴스펭귄>을 응원합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기사를 서로 많이 공유하고, 댓글을 다는 것도 포함합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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