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 맹꽁이 수난 알기 위해 맹꽁이 돼보시겠습니까?

  • 임병선 기자
  • 2022.09.22 14:09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최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노들섬에서는 노들섬 개발을 위해 집을 뺏긴 멸종위기종 맹꽁이가 돼볼 기회가 있었다.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이 기획한 체험형 전시 ‘노들에서 맹서방 찾기’에서다.

'노들에서 맹서방 찾기'는 15일부터 21일까지 노들섬을 주제로 한 '2022 서울은 미술관 대학협력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야외에 전시됐다. 6일 동안만 전시되기엔 아까웠던 ‘노들에서 맹서방 찾기’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총 4개의 세부 작품으로 구성됐다.

노들섬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찾다 우연히 노들섬이 멸종위기종을 이주시키고 세워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노들에서 맹서방 찾기’ 팀원 중 3명을 현장에서 인터뷰했다. 서울대학교 디자인과 조민주 씨와 조소과 이나영 씨, 조동호 씨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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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투어 가이드 ‘맹(조민주 씨)’과 ‘꽁(이나영 씨)’을 자처해 관람객을 이끄는 그들에게서 노들섬 맹꽁이를 알려보겠다는 진심이 묻어 나왔다. 특히 맹꽁이 영상 촬영을 위해 빗속을 몇 시간 동안 헤맸다고도 했다.

노들에서 맹서방 찾기 투어 가이드가 된 팀원들. 왼쪽부터 이나영 씨, 조민주 씨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노들에서 맹서방 찾기 투어 가이드가 된 팀원들. 왼쪽부터 이나영 씨, 조민주 씨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Q. 어떤 계기로 노들섬 맹꽁이에 대한 작품을 제작하게 됐나?

나영 :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라고, 매년 서울 대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공공사업이 있다. 매년 주제와 장소가 달라지는데 올해의 경우 노들섬의 사회나 역사, 문화 관련 작품을 공모했다. 주제 조사를 하다가 맹꽁이가 이주됐던 과거를 알게 됐다.

몇 가지 주제를 놓고 고민하다가 여러 번 회의 끝에 맹꽁이 주제로 합의가 됐다.

노들에서 맹꽁이 찾기 팀. 가운데가 조동호 씨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노들에서 맹꽁이 찾기 팀. 가운데가 조동호 씨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노들섬에는 맹꽁이 수난의 역사가 있다. 특히 2017년부터 노들섬에 건축물이 지어지며 전면 개발됐고 노들섬 서쪽에 살던 맹꽁이는 동쪽으로 이주됐다. 자세한 이야기는 최근 <뉴스펭귄>이 발행한 기사에 나와 있다. 

현재 노들섬에는 맹꽁이가 살았던 흔적은 거의 지워져 있다. 동쪽 한편에 있는 맹꽁이 대체서식지가 ‘노들섬 맹꽁이 숲’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끝이다.

다만 옮겨진 개체는 맹꽁이 숲에 적응해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맹꽁이 숲 관리 주체인 한강공원 측은 지속적 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 여름에도 맹꽁이가 관측됐다고 <뉴스펭귄>에 22일 밝혔다. 대체서식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시민은 해설가를 동반한 해설프로그램에 참여해야만 내부를 볼 수 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Q. 사실 맹꽁이라는 주제가 노들섬 개발에 대한 비판의 여지가 있는 주제다. 노들섬에서 열렸다는 게 신기하다.

동호 : 그런 생각도 했다. 어쨌든 서울시에서 하는 사업이니까 너무 비판 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수위를 조절하려고 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나영 : 너무 환경운동가처럼 보이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노들섬이라는 공간이 시민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 공간이고, 너무 세게 말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되 의무적인 내용을 넣어보자고 의도했다.

민주 : 회의를 하다 때로는 과격한 메시지도 나올 수 있으니, 그런 얘기가 나오면 우리끼리 미술을 하는 사람이니까 환경운동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자고 했던 것 같다.

 

'노들에서 맹서방 찾기'는 4단계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AR을 이용해 노들섬에 살던 맹꽁이들의 이야기를 전한 '맹 인 블랙'이다.  작품 줄거리 속 맹꽁이들은 맹꽁이 숲을 거점으로 활용한다. 원래 노들섬을 들르던 각종 멸종위기종의 정보도 담았다.

두 번째는 맹꽁이 노래자랑이다. 맹꽁이는 번식기에 소리를 내는데, 1마리가 먼저 '맹' 소리로 울면, 다른 맹꽁이는 자신의 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엇박자로 '꽁' 하고 운다. 이 특성을 알리기 위해 어떤 노래를 부르든 맹꽁 소리가 나도록 제작한 '야외 노래방'이다.

세 번째는 맹꽁이 구조대다. 맹꽁이를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기 위해서 별도의 트랩을  쓰는데, 이 트랩을 이용해 게임을 제작했다.

네 번째는 맹꽁이의 생태 정보와 이주의 문제점, 맹꽁이 시점에서 본 이주 사건을 담은 영상 상영으로 마무리됐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Q. 작품을 이어서 관람하는 구조다. 배치 의도를 설명한다면?

공동 답변 : 너무 무겁게 시작하지 않도록 배치했다. 맹꽁이 숲에서 투어를 시작할 때 가벼운 어조로 맹꽁이가 어떻게 됐는지, 또 생태적인 특성과 같이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 조형물만 있거나 설명만 하면 전달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아 AR을 활용하고 사람들이 직접 눌러서 진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인스타그램 AR은 어디서나 관람 가능하다. 모바일에서 아래 링크를 누르면 인스타그램으로 연결된다.

맹 인 블랙 1편맹 인 블랙 2편맹 인 블랙 3편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그다음인 노래방의 경우 체험적이고 재미있는 요소로 배치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과 맹꽁이가 화음을 맞추는 영상에서 착안했다. 맹꽁이의 주요 생태적 특징인 '맹', '꽁' 소리를 내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다음 차례인 맹꽁이 트랩 뒤집기는 맹꽁이 이주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다. 다른 맹꽁이 이주 현상에서 직접 쓰이는 장비를 빌려왔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마지막 영상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다. 실제 맹꽁이 모습이 담기기도 했고, 실제 맹꽁이 이주를 수행하신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장 님 인터뷰 등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식이다. 마지막에는 그간 체험했던 활동들이 사실 이런 맥락에서 진행됐다고 하는 결론을 전달했다.

 

Q. 만든 영상 속에 맹꽁이가 빗속을 뛰어다니는 영상을 직접 찍었던데. 맹꽁이가 상당히 찾기 힘들었을 것 같다. 어떻게 촬영했나.

나영 : 맹꽁이 산란기에 관악구 쪽에서 물난리가 났던 날이 있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서울숲 쪽에서 맹꽁이를 봤던 생각이 났다.  (영상을 찍기 위해) 근처로 찾아가서 몇 시간 동안 헤매다 맹꽁이 소리를 듣고 그쪽 풀숲을 헤쳐가지고 영상을 찍게 됐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Q. 작품을 만들면서 힘들었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나?

나영 : 야외에서 전자기기를 쓰다 보니 날마다 옮겨 다녀야 해서 힘들었다.

동호 : 노들섬 쪽에서 맹꽁이 존재를 알리거나 액션을 취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게 약간 불만이었다. 맹꽁이 숲이라고 지어놓은 곳도 정보가 너무 없었다. 그런 알림을 우리가 한번 만들어 보려 했는데 아예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

 

Q. 작품 전시를 마치면서 어떤 기분인지.

동호 : 솔직히 맹꽁이라는 주제 자체가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즐겁게 즐겨주셔서 좋았다. 또 노들섬에 맹꽁이가 있다는 걸 몰랐던 분들도 되게 많았을 텐데, 이런 계기로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는 게 굉장히 뿌듯했다. 의미를 가진 것 같았다.

나영 : 더 알면 관심이 생기고 애정이 생기는 것 같다. 사실 처음에 맹꽁이라는 주제를 선택하고 잘 모르니까 한번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조사를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고 위험성 같은 걸 알게 됐다.

민주 : 팀장으로서 직접 만드는 작업보다는 행정적 업무나, 일정 등을 조율하는 역할이 많았다. 이런 작업에 일조해 좋은 사람들과 작업해 좋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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