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기후시스템, 올여름 전세계 날씨가 가리켰다

  • 임병선 기자
  • 2022.09.05 00:00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기후학자 손석우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최근  "올여름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은데, 뭔가 기후시스템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손 교수가 과학재단 카오스(KAOS)가 지난달 17일(한국시간) 주최한 강연회 ‘카오스+어스’에서  장마와 호우, 폭염이 공존했던 2022년 한국 여름 날씨를 두고 발언한 것이다.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용어집에 따르면 기후시스템이라는 용어는 '대기권, 수권, 빙권, 생물권, 지권의 5개 요소로 구성된 광역적 지구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손 교수는 "올해 6월23일 장마가 시작하면서, 동시에 폭염이 시작했다. 이번 6월 말과 7월 초는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6월 말과 7월 초였다"며 "보통 비가 많이 내리면 온도가 낮아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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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장마가 7월 말 공식적으로 종료됐는데 8월에 다시 장마전선이 형성돼 역대급 강수가 내렸다.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올해 세계기상기구(WMO)가 기록한 극한기상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도 지구 기후시스템에 변화가 나타났음을 실감할 수 있다.

WMO가 언급한 올해 극한기상은 남극 이상고온, 아프리카의 뿔 지역과 남미 남부 가뭄,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랄라시아의 평균을 상회하는 강수량, 유럽 폭염과 가뭄, 중국 이상기후 등이다. 이중 올해 대표적 극한기상 5가지를 소개한다.

 

남극 이상고온과 강수

WMO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올해 4월 남극에도 이상기상이 나타났다. 남극에 찾아온 기록적 고온과 비다. 남극반도 얼음 고원 한가운데 있는 보스토크(Vostok)에서 -17.7℃가 기록됐다. 이전 최저기온은 -32.7℃였다. 

(사진 ESA Copernicus)/뉴스펭귄
(사진 ESA Copernicus)/뉴스펭귄

 

‘아프리카의 뿔’ 40년 간 가뭄

약 40년 간 이어져 온 동부 아프리카 가뭄은 올해도 심각하다. WMO는 올해 4월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등 동부 아프리카에 40년 만에 가장 긴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WMO는 8월에는 소말리아, 케냐, 수단, 에티오피아, 지부티 등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5년 연속 우기에 비가 가뭄을 해소할 만큼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 WMO)/뉴스펭귄

 

‘40 처음’ 유럽 폭염과 가뭄

유럽에서는 올해 6~7월 이례적 가뭄과 폭염이 나타났다. 폭염은 7월 극심했는데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일부 지역에서 처음으로 40℃를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더울 뿐만 아니라 비도 내리지 않아, 유럽 서부 지역에서는 최저 강수량 기록이 속속 깨졌고, 남서부와 남동부에서는 가뭄이 발생했다.

WMO는 앞서 6월22일(이하 현지시간) “하지를 앞두고 비정상적으로 강한 폭염이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을 거쳐 퍼졌다. 이는 7월이나 8월에 관찰된 기온보다 더 전형적”이라고 말했다.

영국 폭염 기록 (사진 WMO)/뉴스펭귄
영국 폭염 기록 (사진 WMO)/뉴스펭귄
프랑스 폭염 기록 (사진 WMO)/뉴스펭귄
프랑스 폭염 기록 (사진 WMO)/뉴스펭귄

중국 한쪽은 폭우, 한쪽은 가뭄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6월13일부터 폭염이 시작됐으며, 8월15일까지 이어졌다. 64일 지속된 가뭄으로 이전 최고 기록인 2013년 62일 기록을 깼다.

장강 유역에서는 폭염과 함께 가뭄이 이어졌고, 중국 비상관리부에 따르면 7월에만 552만7000명이 가뭄 피해를 입었다.

(사진 WMO)/뉴스펭귄
(사진 WMO)/뉴스펭귄

가뭄이 덮친 중국 남부와는 달리 북부에서는 폭우가 나타났다. 7~8월 간 많은 집중호우가 나타났다. 7월 전국 기상관측소 30곳 일일강수량이 최대치를 넘었다.

중국에 내린 집중호우 (사진 WMO)/뉴스펭귄
중국에 내린 집중호우 (사진 WMO)/뉴스펭귄

 

폭염과 폭우 복합된 동남아시아

4~5월에 걸쳐 동남아시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장기간 폭염이 발생했다. 5월15일 기준 인도 내 많은 관측소에서 45~50℃가 기록됐다. 파키스탄에서도 50℃를 기록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우기가 되자 홍수 피해도 시달리고 있다. WMO는 “파키스탄은 역사상 최악의 홍수 사태에 직면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비나 홍수, 산사태로 인해 최소 110명이 사망하고, 3300만명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8월27일 기준 파키스탄은 올여름 과거 30년 평균과 비교해 2.9배에 달하는 강우량이 나타났다.

(사진 WMO)/뉴스펭귄
(사진 WMO)/뉴스펭귄

‘오래된 미래 기후’

사실 오래 전부터 기후 시스템 변화는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가뭄, 제트기류 변화 등으로 나타났었다. 뒤늦게야 서구권, 중국 등지에서 극한기상이 나타나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매년 나타나는 여러 극한기상 원인을 지구가열화로 의심해왔다. 하지만 기후시스템은 기후위기에만 단독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매우 복잡해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구가열화가 극한기상 확률을 늘리기 때문에 인간은 이에 적응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앞서 각국에 나타났던 극한기상 원인을 분석한 지도 자료 (사진 Carbon Brief)/뉴스펭귄
앞서 각국에 나타났던 극한기상 원인을 분석한 지도 자료 (사진 Carbon Brief)/뉴스펭귄

한국 기후학자 국종성 포항공과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올해 2월 유튜브 ‘카오스 사이언스’ 인터뷰를 통해, “지구가열화가 갑자기 가속하는 임계점을 넘으면 우리가 현재 가진 지식으로는 임계점 이후 기후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상학적으로 기후위기는 ‘변동성’을 만들어낸다고 정의된다. 기후가 변화할수록 어떤 극한기상과 기상현상이 나타날지 예측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는 지구 기온 상승 억제에 합의했으나 실질적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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