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증명해야" 기후연구 파업하고 시위하는 과학자들

  • 임병선 기자
  • 2022.08.29 00:00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기후위기 연구'를 파업하고 기후 대응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2022년 4월, 과학자들이 기후 연구를 파업하고 대규모 시위대에 합류했다. 시위를 벌인 것은 기후과학은 충분히 기후위기를 증명했는데, 정책이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은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어떤 명제를 100% 확신하지 않는다. 이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기후위기가 인류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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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cientist Rebellion)/뉴스펭귄
화석연료 중단과 기후혁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과학자반란 (사진 Scientist Rebellion)/뉴스펭귄

이들이 소속된 단체는 과학자 멸종저항 단체 '과학자반란(Scientists Rebellion)'이다. 과학자반란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멸종저항 단체이며,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참여했던 과학자 혹은 나사(NASA) 소속 기후과학자도 있다.

(사진 Scientist Rebellion)/뉴스펭귄
(사진 Scientist Rebellion)/뉴스펭귄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4월, 과학자반란은 IPCC 제6차보고서를 문제삼았다. 

IPCC 정례 보고서는 유엔 주재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기후위기와 그 대처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모색한 문서다. 각국 이해관계자가 보고서 속 문장을 확인하고 투표로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과학자반란은 앞서 2021년 8월, 각국 이해관계자 투표가 이뤄지기 전 IPCC 보고서 초안을 유출했다. IPCC가 '과학적인 결론'만 내놓는 대신 여러 나라의 정치적 이해를 개입시켰기 때문에 실제 기후위기에 의한 위협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체는 세계 최부국들의 공모가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예컨대 보고서 섹션 B6에는 원래 "현상 유지에 대한 제도적 관성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미래에도 온실가스 배출이 고착화될 위협이 있다"고 써 있었으나, 각국 투표를 거쳐 온실가스 감축을 급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 대신 점진적으로 접근하도록 내용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사진 Scientist Rebellion)/뉴스펭귄
(사진 Scientist Rebellion)/뉴스펭귄

또한 초안에는 "국가 내 소득과 온실가스 배출량 간 불평등이 1970년부터 2016년 사이 증가했고, 상위 1%가 소득 성장의 27%를 차지했다. 상위 배출 당사자가 주요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에 지배적이다"라고 명시됐지만 투표 이후 삭제됐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 부문에서 상위 1%가 온실가스 배출량 50%를 차지한다"는 문구도 삭제됐다고 했다.

이들은 "과학은 오늘날보다 더 명확해진 적이 없다. 생명체가 생존 가능한 행성을 유지할 기회를 얻으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즉시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 사회 전반의 즉각적 변화와 역사적 규모의 참가가 필요하다. 이것이 기후 혁명"이라고 밝혔다.

나사 소속 과학자인 과학자반란의 피터 칼머스(Peter Kalmus)는 "내가 보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사회는 기후 비상사태로 이행하고 불과 몇 년 안에 화석연료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출신 과학자반란 활동가는 "1.5도 상승 억제를 위한 싸움은 끝났다. 이 행성에서는 인간 존재를 위한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과학자반란 구성원은 독일, 북유럽, 나이지리아 등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며 최근까지도 시위 등 기후혁명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22년 8월 1일(현지시간) 케임브리지대 진화생물학자, 난징대 생명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이 '기후 엔드게임 : 재앙적 기후변화 시나리오 탐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학술지 PNAS를 통해 발표했다. 

(사진 Scientist Rebellion)/뉴스펭귄
(사진 Scientist Rebellion)/뉴스펭귄

이들이 논문을 통해 하고싶은 말은 결국 기후위기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며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 이대로면 지구에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돌이킬 방법이 없는 '엔드게임'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눈을 돌리고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미래에 직면하는 일은 좋게 말해 순진한 위기 관리, 나쁘게 말하면 치명적으로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지구 기온을 다시 떨어뜨릴 방법이 없어지고,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재앙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런 경고 신호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과도하게 암울한 전망이라고 반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궤적, 미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미래 지구가열화, 미래 나타날 영향은 모두 불확실성으로 특징된다"고 시인했지만 "불확실성은 자만이 아니라 예방과 경계에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확실성을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예측을 보수적으로 측정한 IPCC 제6차보고서도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궤도대로면 2100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1~3.9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심지어 현재까지 각국이 합의한 온실가스 감축을 충실히 이행하면 1.9~3.0도 사이로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이뤄진 연구를 바탕으로 보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증가한 이후에는 인류가 지구가열화를 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진 Scientist Rebellion)/뉴스펭귄
(사진 Scientist Rebellio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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