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석탄발전소가 ‘친환경 발전소’라고요?

  • 최나영 기자
  • 2022.08.12 08:06

올해도 석탄사업 참여 기업들은 ‘ESG’ 홍보 중…

포스코에너지의 '2021 기업시민보고서'에 '삼척 화력 발전소는 친환경 발전소'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자료 2021 포스코에너지 기업시민보고서 갈무리)/뉴스펭귄
포스코에너지의 '2021 기업시민보고서'에 '삼척 화력 발전소는 친환경 발전소'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자료 2021 포스코에너지 기업시민보고서 갈무리)/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삼척 화력발전소는 폐광산 부지 활용 친환경 발전소입니다.”

포스코에너지가 최근 발간한 ‘2021 기업시민보고서’에 명시된 문구다. 신규로 건설 중인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기훼손지인 폐광산 부지를 활용해 지어지는 만큼 건설 과정에서 기존 생태계 훼손 여지가 적어, 이 발전소를 ‘친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과연 신규로 짓는 석탄발전소를 ‘친환경 발전소’로 볼 수 있을까? 11일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그린워싱(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이라고 비판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신규 건설되는 석탄발전소다. 삼척블루파워가 2024년 준공을 목표로 강원도 삼척에 짓고 있다. 삼척블루파워의 지분은 포스코에너지(29%), 포스코건설(5%) 등이 보유하고 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포스코에너지 ‘2021 기업시민보고서’ 보니…
“삼척 화력발전소는 폐광산 부지 활용 친환경 발전소”

포스코에너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성과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로드맵을 담은 기업시민보고서를 발간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그런데 포스코에너지는 이 보고서에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를 ‘친환경 발전소’라고 소개했다. 보고서에는 ‘삼척 화력 발전소는 기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발전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자 2014년 자회사(전 포스파워, 현 삼척블루파워) 출범을 기점으로 시작한 폐광산 부지 활용 친환경 발전소’라고 명시됐다.

‘환경부 요구 수준보다 강화된 내부 관리기준을 적용해 설계됐으며, 밀폐형 친환경 설비로 비산먼지를 완전 차단하는 등 최첨단 환경 설비를 적용한 국내 최고 수준의 친환경 설비를 갖춘 유연탄 발전소’라는 내용도 적시됐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신규 ‘친환경’ 설비를 적용해 기존 노후 화력발전소들보다 단위당 탄소 배출량이 적은 만큼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문구다.

삼척블루파워가 강원도 삼척에 짓고 있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진은 지난달 공사 현장 모습. (사진 삼척블루파워)/뉴스펭귄
삼척블루파워가 강원도 삼척에 짓고 있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진은 지난달 공사 현장 모습. (사진 삼척블루파워)/뉴스펭귄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신규로 짓는 석탄발전소를 ‘친환경 발전소’로 홍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삼척블루파워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가 폐광산 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건설로 인한 환경 피해가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항만공사 과정에서 삼척의 맹방해변이 엄청나게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척블루파워는 발전소에서 쓸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맹방해변에 항만을 짓고 있다. 이로 인해 해변 침식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는 길이 1.3㎞ 이상의 ‘지정 문화재급’ 석회동굴이 발견되기도 했다. 권 활동가는 “(포스코에너지가) 일부분만 부각해 부지 활용이나 오염물질 저감에 있어서도 친환경 발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실제로는 오히려 항만공사 등으로 인해 가장 최근에 지은 발전소 중에는 가장 역대급으로 해안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비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강화된 기준을 설정한다고 해서 이 석탄 사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가 한국에서 지어지고 있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이 발전소가 2054년까지 계속 운영이 된다면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텐데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이 발전소를 친환경 발전소로 포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보고서엔 탄소중립 대책으로 'LNG 사업 확대' 제시…
환경단체 "지금 건설 중인 LNG발전소 만으로도 충분"

그밖에 포스코에너지가 해당 보고서에서 'LNG 사업 확대'를 탄소중립에 대한 대책으로 소개한 점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고서에는 ‘LNG는 석탄 발전을 대체하는 브릿지 에너지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변동성을 보완하는 저탄소 전원으로, 탄소중립 이행의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적혀 있다. 베트남 뀐랍2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와 관련해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2020년 11월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 중단 결정을 내리고, 보다 환경친화적인 발전 사업 개발을 위해 LNG로의 연료 전환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문구도 명시됐다.

포스코에너지의 2021 기업시민보고서 표지 (사진 2021 포스코에너지 기업시민보고서 갈무리)/뉴스펭귄
포스코에너지의 2021 기업시민보고서 표지 (사진 2021 포스코에너지 기업시민보고서 갈무리)/뉴스펭귄

사실 LNG는 탈탄소를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사용할 연료로 인정되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LNG도 석탄화력발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라는 점에서 탄소중립의 대책으로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종 연소과정뿐 아니라 시추‧채굴을 비롯한 과정까지 고려하면 LNG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많다.

오 연구원은 “지금 방식으로 석탄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LNG가 늘어나면 설계수명을 고려했을 때 탄소중립 시점을 훨씬 넘어서까지도 발전소가 운영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지금 지어지고 있는 LNG 발전소들만으로도 충분하게 ‘브릿지’ 전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오히려 더 많은 다리를 지으면서 되려 좌초위험을 더 높이는 것은 아닐까라는 문제의식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과거엔 석탄발전 사업을, 현재는 LNG발전 사업을 주로 추진하고 있는 경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오 연구원은 “2028년쯤에는 석탄화력발전소든 가스발전소든 재생에너지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이런 점에서 과역 그 나라들에 좋은 선택지를 우리가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차라리 지금부터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동남아시아에서 확산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해 주고, 그런 발전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의 진출을 돕는 것이 좀 더 나은 방식의 협력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건설도 "탄소 감축 추진 중" 밝혔지만…
삼척 석탄발전소 사업 참여는 ‘여전’

포스코에너지뿐만이 아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의 지분 5%를 투자한 포스코건설도 최근 발간한 ‘기업시민보고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고 있음을 강조해 ‘그린워싱’의 여지를 남겼다. 포스코건설은 보고서에서 건설업계 최초로 2050년 100% 이상의 탄소 감축을 목표로 하는 ‘2050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금융기관과 협력을 통해 ESG 금융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명시했다.

이에 대해 권 활동가는 “포스코건설은 (삼척블루파워 지분이 5%이긴 하지만) 그 사업을 수주한 이후로, 그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지분 매각을 시도하지도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탄소감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서에 명시)하는 것은 (친환경 경영 성과를) 부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시민들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사진 석탄을 넘어서)/뉴스펭귄
지난해 4월 시민들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사진 석탄을 넘어서)/뉴스펭귄

포스코건설 “삼척 석탄발전소가 마지막 석탄발전소”
포스코에너지 “대답 불가”

한편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은 국가에서 추진하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라며 “앞선 (2020년) 기업시민보고서에서도 언급했듯 포스코건설은 삼척 석탄발전 사업 이후로는 신규 석탄화력 사업에는 일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뉴스펭귄>에 전했다. 이어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이 석탄발전소 사업에 참여하는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ESG 경영을 강화해 나갈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펭귄>은 포스코에너지 측에도 같은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이 불가하다”는 회신만 받았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