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받는 '슈퍼리치들', 1년 탄소배출량 얼마일까

  • 임병선 기자
  • 2022.08.08 00:00
(사진 Jeff Bezos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사진 Jeff Bezos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두 명의 인류학자가 질문을 던진다. “전례 없이 커다랗고 위험한 환경 위기에 대한 개인의 책임은 무엇일까?”

제프 베조스(Jeff Bezos) 2224.2t, 빌 게이츠(Bill Gates) 7493.1t, 일론 머스크(Elon Musk) 2084t,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3185.6t. 대부호들이 받아든 1년 간 탄소배출량 고지서다.

(사진 Eric Schmidt 트위터 캡처)/뉴스펭귄
(사진 Eric Schmidt 트위터 캡처)/뉴스펭귄

지난해 6월 미국 인디애나대(Indiana University) 인류학자 베아트리츠 배로스(Beatriz Barros), 오픈인류학연구소(Open Anthropology Institute) 리처드 윌크(Richard Wilk)는 전 세계 20대 대부호들의 탄소배출량을 추적한 보고서 ‘압도적으로 큰 대부호들(Super-rich)의 탄소발자국’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상황에 대해 개인 책임을 물을 때, 대부호들은 책임이 더 크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대부호 20명의 1년 탄소배출량을 합치면 16만3885.9t이다. 2018년 기준 주거, 교통, 요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소배출량을 집계했다. 계산법이 달라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같은 해 기준 한국인의 1인 당 탄소배출량은 11.7t 정도다.

위 4명을 제외하면 16명이 남는다. 차례대로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h) 3만1198.8t, 카지노 회사 라스베가스 샌즈(Las Vegas Sands) 회장 셸든 아델슨(Sheldon Adelson, 2021년 사망) 1만1927.5t,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3980.3t, 명품기업 LVMH그룹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1만421.3t, 부동산 억만장자 에르네스토 베르타렐리(Ernesto Bertarelli) 1만89.7t, 언론 블룸버그 소유주이자 정치인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1781.5t, 구글 공동창립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6882.9t으로 집계됐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로만 아브라모비치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이어 IT기업 델 창립자 마이클 델(Michael Dell) 7053t, 오라클 공동차입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미국 NBA 농구팀 휴스턴 로케츠 구단주 틸만 퍼티타(Tilman Fertitta) 5163.8t, 드림웍스 공동창립자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 1만8379.8t, 사망한 스티브 잡스의 부인 로렌 파웰 잡스(Laurene Powell Jobs) 7508.1t, 월마트 후계인 앤 월튼 크론케(Ann Walton Kroenke) 1만 42.8t, 구글 공동창립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 5248.9t, 포브스 소유주 로날드 페렐만(Ronald Perelman) 7544.1t,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 2510.6t이다.

연구진은 “실제로는 억만장자들이 간접적으로 (계산에 비해) 더 많은 탄소배출에 기여한다”면서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을 예로 들면, 스스로 5120만t을 배출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인들이 여러 산업에 투자하고, 페이퍼컴퍼니 등을 운영하며 개인적으로 소비하는 식품이나 옷 등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연구에 나오는 탄소배출량은 현실의 아주 작은 부분,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대부호들의 탄소배출량을 상세하게 보면 요트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1년 탄소배출량 1만8379.8t을 기록한 데이비드 게펜은 교통에서는 1988.3t을 기록했지만, 요트에서 1만6320t이 집계됐다. 대부호들이 쓰는 편의시설도 모두 갖춘 ‘슈퍼요트’는 연료도를 많이 쓰기 때문에 탄소배출원으로 지목된다.

(사진 David Geffen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사진 David Geffen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주거 면에서는 측정 대상이 사용하는 에너지 비율, 거주지 내 가구 등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면적과 일반적인 탄소배출량을 고려해 산정됐다. 교통의 경우 항공기와 육상 이동수단이 모두 집계됐으며, 20명 중 18명이 전용 제트기를 소유하고 있었다.

다만 자산과 탄소배출량이 비례해서 상승하는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돈이 많다’고 ‘탄소배출도 많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모든 탄소배출량을 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모두 집계되지 않았음에도 대부호들은 일반인들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대부호 중에는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빌게이츠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수많은 돈의 기부를 했다. 제프 베조스도 베조스 어스 펀드(Bezos Earth Fund)를 통해 2021년부터 이후 10년 간 100억 달러를 기후위기 대응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많은 억만장자들이 개인적 삶에서는 ‘환경친화적 행동’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 단체에 기부하거나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는 방법을 쓴다고 해서 실제로 모든 탄소배출량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트가 아무리 에너지 효율을 개선했다거나 환경친화적으로 만들어진대도, 여전히 거대한 자원 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결론부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부호들의 삶의 방식과 소비에 관한 선택을 따른다”며 “우리가 전 세계 대기를 ‘공공재’로 본다면, 한 사람의 나쁜 행동은 개인이 스스로 낭비를 줄이려는 희생과 노력을 없애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부자들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