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겨울엔 어떡할래?" 모래로 해결 본다는 핀란드 회사

  • 임병선 기자
  • 2022.07.25 00:00
(사진 Polar Night Energy)/뉴스펭귄
(사진 Polar Night Energy)/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핀란드에서 남는 에너지를 버리는 대신 모래에 저장하는 ‘모래 배터리’가 등장했다.

태양광 발전기나 풍력발전기 등 자연물을 이용한 전기 발전은 발전량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게 한계점으로 꼽힌다. 한국처럼 여러 계절이 나타나는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중심 체계가 형성됐을 때 난방이 필요한 겨울에 에너지가 모자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생에너지의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모래 배터리’가 등장했다. 최근 BBC 등 외신은 모래를 이용한 에너지 저장 장치 ‘폴라 나이트 에너지(Polar Night Energy)’가 핀란드 칸카아페(Kankaanpää) 마을에 최초로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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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나이트 에너지는 핀란드 공학자들이 설립한 회사 이름이자 열에너지 저장 장치다. 장치의 구조는 단순하다.  

높이 7m, 폭 4m 강철 용기에 모래 100t 정도가 채워져 있고, 이 용기와 태양광 발전기는 공기를 전달하는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강철 용기는 곡식 저장고 같은 형태다.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자연현상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기가 과도하게 생산되는 시기가 생긴다.

장치가 구동되면 전열기로 공기를 가열하고 뜨거워진 공기를 파이프를 통해 용기 내부 모래에 전달한다. 모래가 데워지며 열에너지가 저장되는 방식이다. 폴라 나이트 에너지 측에 따르면 모래 배터리에 열에너지를 여러 달 동안 300~500도를 유지하며 저장할 수 있다.

겨울이 되면 모래 사이에 저장된 열로 물을 데우고, 이 물이 순환하면서 가정에서 난방을 할 수 있다. 여름에 생산한 전기를 겨울에 필요한 열로 미리 저장해놓는 방식이다.

업체 측에 따르면 현재 칸카아페 마을에서는 가정용 주택, 시립 수영장과 같은 주거 및 상업용 건물에 공급된다. 사업이 확장되면 뜨거운 열을 이용하는 산업 현장에도 적용 가능하다.

(사진 Markku Ylönen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Markku Ylönen 영상 캡처)/뉴스펭귄

모래는 식는 속도가 느려 열 저장 효율이 높다. 게다가 모래가 주 재료이기 때문에 이 장치가 가동될 때 별다른 독성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업체 측 설명에 의하면 모래의 질도 크게 상관없다.

에너지를 보관하는 대표적 장치는 전기를 전지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쓰는 ESS 시스템이다. ESS시스템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현재 이용되는 ESS시스템은 리튬 전지 기반이기 때문에 여러 희소자원 소모가 필수적이다. 만약 열에너지 형태를 바로 써야하는 난방 같은 경우, 폴라 나이트 에너지가 비용이나 자원 소모 면에서 효율적이다.

폴라 나이트 에너지는 최대 8MWh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데, 이 정도 에너지를 보관하려면 리튬 전지를 대규모 그리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업체 측은 열을 보관했다가 필요한 계절에 쓰려는 장치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단순한 구조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이 쓰이지 않았던 것은 전기를 열로 바꿔서 저장해놓는 것보다 필요할 때 화석연료를 태워서 발전하는 게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면서 열을 저장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계도 분명하다. 일단 생산한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저장해야 하니 사용처가 제한된다. 저장한 열에너지로 전기를 다시 생산할 수는 있지만 폴라 나이트 에너지 측에 따르면 전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20-25% 정도로 떨어진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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