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안의 블루' 미술관에 등장한 푸른색 동물초상화

  • 남주원 기자
  • 2022.06.15 09:59
사비나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고상우 작가의 멸종위기 동물 초상화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비나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고상우 작가의 멸종위기 동물 초상화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강렬한 블루색으로 표현된 멸종위기 동물이 미술관에 대거 나타났다.

세계 최대 규모 자연보전기관인 세계자연기금(이하 WWF)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Forever Free -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 특별 전시를 15일부터 개최한다. 

WWF와 공동 주최한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고상우 작가의 작품 236점을 선보인다. 고 작가는 사진의 색과 음영을 반전시켜 파란색으로 드러내는 네거티브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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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동물을 사진 촬영해 네거티브 기법으로 반전한 다음 디지털 드로잉을 통해 털을 한 올 한 올 세밀하게 그리는 식이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고상우 작가는 올해 초 호랑이해를 맞아 대통령 신년사 배경으로 선정된 호랑이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가 고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NFT 작품 ‘공존’이 20초 만에 100개(약 1억2000만 원 상당)가 판매돼 주목받았다.

고 작가는 평소 "인간과 동물 어느 하나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 공존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라는 세계관을 예술로 실천하고 있다.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2019년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 전시회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업에 몰두해 왔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호랑이, 곰, 사자, 고릴라 등 멸종위기 동물은 그의 작품 속에서 정면초상화로 표현된다. 모든 동물들은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고 작가가 이러한 형식을 고집한 이유는 다름 아닌 '종의 평등'과 '동물권리'를 알리고 싶어서다. 

미술사에서 정면초상화는 인격, 생각, 감정, 권위, 신성함, 성품 등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사용돼 왔다. 즉 작가는 야생동물도 인간처럼 개성과 감정을 가졌으며 다종 공동체 일원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고 작가는 정면을 바라보는 동물들의 눈동자에 집중했다. 눈맞춤이야말로 비로소 진정한 교감이라는 것. 

특히 작품 '레오(LEO)' 속 표범 한 쪽 눈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표범은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 상징으로 주로 쓰이는 동물이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관객을 응시하는 표범의 다이아몬드 눈동자는 인간 탐욕에 의한 무분별한 광산 개발과 그로 인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실태를 고발한다. 다이아몬드는 원석 1캐럿을 채굴하기 위해 256t에 달하는 광물 채굴이 요구될 정도로 환경파괴 주범이기도 하다.

고 작가는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년 동안 준비한 전시회다. (동물초상화 연작은) 나와 운명을 같이하고 있는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펭귄도 굉장히 작업하고 싶은 동물 중 하나였는데 못 했다"라며 뉴스펭귄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펭귄은 전체 18종 가운데 14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전시회 개막 하루 전날인 14일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고상우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3년간 준비해온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전시회 개막 하루 전날인 14일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고상우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3년간 준비해온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전시 기획 의도와 함께 간단한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전시 기획 의도와 함께 간단한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고 작가가 2019년 사비나미술관으로부터 멸종위기종을 주제로 한 기획전 참여를 제안받고 가장 처음 작업한 동물은 호랑이와 사자다. 두 맹수처럼 노란색 털을 가진 동물은 반전했을 때 파란색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의 색과 음영을 반전하면 검은색은 흰색으로, 흰색은 검은색으로, 노란색은 파란색으로 바뀐다. 코끼리처럼 회색 동물은 반전해도 무채색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멸종위기 동물을 왜 파란색으로 표현했을까. 그는 "파랑은 새드한 컬러다. 슬프다"라며 뉴욕 유학시절 파란색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고 작가는 동양인 남성으로서 겪었던 인종차별을 계기로 파란색에 깊이 빠져들었다. 피부가 황색 계열인 동양인은 반전시켰을 때 파랗게 보인다.

그의 작업은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시작으로 이후 세대갈등, 성차별, 테러리즘, 폭력 그리고 동물권에 이르기까지 확장됐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작품 속 시선을 끄는 또 다른 요소는 '하트'다. 멸종위기 동물들의 눈 주위에는 분홍색 하트 문양이 있다.

작가는 "처음에는 이 동물들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심장 모양을 닮은 하트를 그리기 시작했다"라며 하트를 통해 생명력, 평화 등 각 작품에 담긴 가치와 메시지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특히 판다는 그의 멸종위기 동물 연작 중 유일하게 심장 위치에 하트 모양이 새겨져 있는 동물이다. 이는 판다가 보전을 통한 성공적인 개체수 증가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작품명 또한 '희망(Hope)'이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이번 전시에서는 호랑이 보전 활동에 힘써온 WWF 활동 내용을 다룬 'WWF Zone'도 선보인다. 호랑이를 비롯한 멸종위기 동물, 나아가 지구상 모든 생명이 처한 생존 위기를 고민하고 자연을 보전하자는 취지에서다.

WWF는 지난 12년 동안 정부·기업·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해 'TX2(야생 호랑이 2배 늘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2010년 3200여 마리에 불과했던 야생 호랑이는 2016년 3900여 마리까지 늘어났다. 올해 하반기 발표될 개체수는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WWF 한국본부 홍윤희 사무총장은 “호랑이 보전은 단순히 하나의 종 보전을 넘어 서식지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며 "하나뿐인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잊지 않고, 생물다양성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실천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전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사비나미술관은 서울시 은평구 진관1로 93에 위치해 있다. 이번 전시는 6월 15일부터 8월 2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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