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보호받을 기본권, 어른들이 파괴하고 있다"

  • 임병선 기자
  • 2022.06.13 13:24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13일 오전 11시, 6월 중순답지 않은 뜨거운 햇빛 아래 태아와 5세 이하 아기를 비롯한 영유아들은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정부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다. 청구의 주요 내용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는 등 정부가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 어린 아이들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충분히 보장하라는 것.

시민단체 가톨릭기후행동, 녹색당, 두레생협, 정치하는 엄마들 등의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은 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을 촉구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소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가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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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단체는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40%로 설정했고, 이는 기후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한 목표다. 생명권, 자유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청구인 중 한 명인 서울 흑석초등학교 4학년 한제아 어린이는 “어른들은 환경을 지키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건 저 애가 불쌍하다고 말하며 그냥 지나가는 것과 같다”며 “저에게는 기본권이 있다.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런데 그걸 어른들이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제아 어린이의 떨리는 목소리에서는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불안함이 묻어났다.

이어 “우리뿐만 아니다.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살아왔던 동물들은 인간때문에 벌써 많이 사라졌다. 동물들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흑석초 4학년 한제아 어린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흑석초 4학년 한제아 어린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태아가 청구인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태아명 '딱따구리'의 임산부 이동현 씨는 “아직 숨을 한 번도 쉬지 않은 ‘딱따구리’는 세상에 탄소 1g도 배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기후위기와 재난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며 “우리 아기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 이번 '아기 기후 소송' 참여했다. 아기들의 미래, 인류의 생존를 위해서, 헌법재판소가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구인 한지안 어린이의 아빠, 한영섭 씨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청구인 한지안 어린이의 아빠, 한영섭 씨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청구인으로 참여한 한지안 어린이의 아빠인 기후위기남양주비상행동 한영섭 씨는 “오늘은 우리 아이 생일"이라면서 "생일을 맞아 기후소송에 참여하게 돼 더 뜻깊은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희 아이 지안이는 코로나19 때문에 친할머니를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며 “이제 막 태어난 아이들에게 도대체 우리 어른들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가 매우 중요한 지표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감축 목표를 40%로 적시한 정부는 그 순간, 태어난 아이들과 태어날 아이들에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가 발언자로 참가한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는 “시민들이 이렇게 기후소송을 제기해 이윤을 눈앞에 두고 생명을 등한시하는 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우선순위를 높이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기후소송 총 3건이 제기됐으며, 이번 '아기 기후소송'이 네 번째다.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지켜본 기후활동단체 기후미디어허브 주선영 씨는 “승소를 기대한다”며 “헌법소원이 오래걸린다고는 하지만 독일의 경우 기후소송에 대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6개월 정도 만에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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