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시범개방 첫날] 환경단체, 출입구서 "개방 중단" 외친 이유

  • 최나영 기자
  • 2022.06.10 18:34

환경단체, 오염물질 안전성 문제 지적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가 용산공원 부지 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가 용산공원 부지 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보도자료나 홍보판 어디에도 오염물질에 대한 이야기가 한 마디도 없어요. 하다못해 담배갑에도 '담배를 계속 피우면 폐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있잖아요. (담배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하임에도 불구하고요. 그런데 기준치의 수십 배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을 안고 있는 땅에 시민들이 들어가는데, 그런 경고문도 없습니까?"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인근.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가 오염을 제대로 정화하지 않고 용산공원 개방을 서두르고 있음을 비판하면서다. 이 지역은 미군이 주둔하는 동안 기름과 같은 물질이 유출돼 오염된 상태다.

이날 정부는 용산공원 시범개방을 시작했다. 시범개방 기간은 19일까지 열흘 동안이다. 개방 구역은 신용산역 주변에서 시작해 용산기지 14번 게이트 쪽 주한미군 장군 숙소와 대통령실 남쪽 구역을 지나 국립중앙박물관 북쪽 스포츠필드까지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에 이르는 공간이다. 정부는 입장 시간을 오전 9시‧11시, 오후 1시‧3시‧5시 등 하루 다섯 번으로 정했다. 회차별 500명씩 하루 최대 2천500명의 시민을 입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방문 희망일 5일 전 용산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시범개방 첫날인 이날 오전 10시께. 두 번째 입장 시간을 앞두고 시민들은 공원 출입구인 14번 게이트 앞에 하나둘씩 줄을 서기 시작했다. 30~40분쯤 지나자 줄이 꽤 길어졌다. 평일 오전이어서인지 젊은 층보다는 40~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용산공원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시민도 있었다. 14번 게이트 앞에서 줄을 선 한 50대 시민은 “공원이 120년 만에 우리 국민이 들어가 보게 된 역사적인 날이니 직접 와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 방문객들이 공원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 방문객들이 공원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환경단체 "오염된 땅 공원으로 개방은 '법 위반'…
시민들에게 오염물질‧위해성 정보 제공도 안 해" 비판

기대감을 표한 방문객들과는 달리 현장에는 '용산공원 시범개방 중단'을 촉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용산공원의 오염 문제를 지적해 온 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활동가들이다. 이들 단체 활동가들은 14번 게이트 앞쪽에 피켓을 들고 섰다. 피켓에는 ‘발암물질 나온 공원, 국민은 위험하다’ ‘용산공원에서 숨 쉬지 마세요. 다이옥신’ ‘용산공원 노약자 출입금지’ ‘오염덩어리 미군기지 정화가 우선’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활동가 일부는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방진복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날 단체들은 토양환경보전법상 공원이 들어설 수 없는 부지를 정부가 공원으로 개방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이 공개한 지난해 5월과 8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개방하는 부지 면적의 최소 66%에서 공원 조성이 가능한 기준치를 넘는 오염물질이 나왔다. 석유계 총탄화수소(TPH), 벤젠, 페놀류, 아연, 구리, 납을 비롯한 독성‧유해물질이 대표적이다.

사전예방 원칙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환경정책기본법도 어겼다고 비판했다. 사전예방 원칙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오염물질을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상훈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은 "이 부지에 환경오염 물질이 있고 이런 물질이 방문자들의 건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위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도 "현행법상 공원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인데 정부가 '시범' '임시' 등의 말장난으로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의 작은 위험까지도 제거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환경단체들이 용산공원 부지 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환경단체들이 용산공원 부지 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환경단체 “시범운영 중단하고 적법한 절차 통해 공원개방해야”

환경단체들은 용산공원 개방보다 오염정화가 우선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화비용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정확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미군기지를 반환받는 과정에서 오염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제대로 묻지 못했다. 현재까지 한국 정부가 반환받은 미군기지 중 미군이 정화비용을 낸 곳은 한 곳도 없다.

한편 국토부는 9월 전면 임시개방 전, 부지 활용방안을 고려한 별도의 토양 안전성 분석과 위해성 저감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임시개방에 앞서 이달 시범개방을 하는 이유는 용산공원에 대한 관심도 제고와 국민의견 수렴 차원"이라며 "인체가 크게 위해하지 않은 수준의 임시적인 목적으로 공원이용은 가능하며 향후 공원조성 전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오염정화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3개월 동안 완전 정화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환경단체들이 용산공원 부지 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환경단체들이 용산공원 부지 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용산공원 부지 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용산공원 부지 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용산공원 부지 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1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용산공원 부지 오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