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입고 고쳐 입고…코오롱FnC가 수명다한 의류 책임지는 방법

  • 성은숙 기자
  • 2022.05.19 12:28

코오롱FnC, 중고거래 정식 서비스 다음달 개시

(사진 Image by Christiane Klieve from Pixabay 픽사베이)/뉴스펭귄
(사진 픽사베이)/뉴스펭귄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파타고니아 창업주 이본 쉬나드는 그의 저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서 "우리는 더 깊이 생각하고 나쁜 고리를 끊을 제품, 비슷하거나 동등한 물건으로 무한히 재활용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수명을 다한 제품에게 일어나는 일을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패션업체 코오롱인터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이 기업으로서 '수명을 다한 제품에게 일어나는 일을 책임지러' 나선다. 오래 입기 다음으로 친환경적이라는 중고로 되팔기 방식으로 옷의 수명을 연장하기에 나선 것.

코오롱FnC는 자사 브랜드 전용 중고의류 거래 정식 서비스(명칭 미정)를 다음달 개시한다. 중고 의류 매입과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서비스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코오롱FnC는 서비스 개시에 앞서 지난달 1일부터 3주간 코오롱스포츠가 2019~2021년 출시한 제품 중 다운점퍼‧재킷‧조끼를 비롯한 의류를 고객에게서 중고로 사들인 '솟솟릴레이'를 진행했다. 중고의류를 판매한 고객들에게는 보상으로 코오롱FnC의 온라인쇼핑몰인 코오롱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매입한 중고의류는 다음달 중 재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달 초에 고객에게서 사들인 코오롱스포츠 중고의류를 검수 후 재판매하는 페이지를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내달로 일정이 변경됐다. 향후 이 서비스를 통해 중고로 거래할 수 있는 코오롱FnC 자사브랜드는 점점 늘어날 예정이다.

코오롱FnC 측은 “패션 상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소비되는 경향이 있어 뛰어난 품질에도 지겨워졌다는 이유로 버려지기도 한다”며 “중고 상품을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 활동으로 이어진다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자료 코오롱FnC 솟솟릴레이)/뉴스펭귄
(사진 코오롱FnC 솟솟릴레이)/뉴스펭귄

 

의류 생산‧폐기 과정에서 수질‧토양오염 발생돼
면화 1킬로그램 생산에 최대 4천300리터 물 필요

코오롱FnC 측의 설명처럼, 중고 상품을 이용하는 것은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류는 생산되고 폐기되는 과정에서 물 낭비·수질오염·토양오염·화석연료 사용·온실가스 배출·해양 미세플라스틱 등 다양한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2018년 기준 연간 110만 톤의 의류가 폐기된다. 폐기된 의류 중 38%가 소각이나 매립 등의 방식으로 버려진다. 이 과정에서 대기‧토양오염이 발생한다.

섬유 생산과정에서도 물 낭비와 오염이 발생한다. 면화 1킬로그램(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대 4천300리터(L)의 물이 필요하며, 면 종류 섬유의 셔츠 한 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2천700리터의 물이 쓰인다. 직물을 염색할 경우에는 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또 2018년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에 따르면 면화를 재배하는 곳은 전 세계 경작지의 3%에 그치지만, 그곳에는 전 세계 사용량의 24%에 해당하는 살충제와 11%를 차지하는 농약이 뿌려진다.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같은 화학섬유의 경우,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미세섬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위험도 있다. 실을 뽑아내는(방사) 과정에서는 전기가 대량 사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섬유산업에서 화학섬유의 에너지 비용 비율은 국내 섬유산업 전체 평균(3.1%)이나 제조업 전체 평균(2.5%) 보다 2배 이상 높다. 지난달 산업연구원(KIET)은 국내 섬유산업에서 화학섬유의 경우 생산액 대비 에너지 비용 비율이 2019년 기준 7.0%이라고 보고했다.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도 있다. 2018년 환경전문 컨설팅업체 콴티스는 2016년 기준 패션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산업 배출량 전체의 8%(의류 6.7%, 신발 1.4%)를 차지한다고 보고했다. 약 40억t(의류 32.9억t, 신발 7억t) 정도다. 유엔 환경계획(UNEP)은 섬유산업이 이같은 추세로 계속 발전할 경우 2050년까지 전 세계 탄소 발생량의 25%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표 KIET산업연구원 '2021-11 친환경ㆍ리사이클 섬유패션산업 육성 전략' 정책자료집 )/뉴스펭귄
(표 KIET산업연구원 '2021-11 친환경ㆍ리사이클 섬유패션산업 육성 전략' 정책자료집 )/뉴스펭귄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의류 생산량과 소비량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도 훨씬 빠르게 늘었지만, 의류 사용률(의류 구입 후 사용이 중단되기 전까지 입는 평균 횟수)은 약 3분의 1~2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의류 폐기물 배출량이 크게 늘었다. 영국 비영리 환경단체 엘렌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2017년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약 35%는 섬유 생산 중 세탁 과정에서 배출된 것이다.

 

코오롱FnC, 2012년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 론칭하기도
10여년간 의류 2만7천여벌 새활용

코오롱FnC는 이같은 패션‧섬유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찍이 인지했다. 2012년 3월 이 회사는 재고 낭비를 막고 폐기물 배출을 줄이면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로 업사이클링 패션(버려지거나 쓸모없는 소재에 디자인을 하여 가치를 높인 패션) 브랜드 '래코드(RE; CODE)'를 론칭했다. 당시 이 회사가 매년 브랜드 관리를 위해 소각 처리해버리는 3년차 재고상품의 물량이 연간 40억원에 달했던 것.

래코드는 코오롱스포츠·시리즈·헨리코튼를 비롯한 자사 브랜드의 재고 의류, 군용 물품(의류·텐트·낙하산 등), 자동차 용품(에어백·카시트 등) 등을 재료로 활용한다. 초기에는 장애인 단체 굿윌스토어가 재고 의류 등의 해체 작업을, 독립 디자이너가 제품 디자인을, 경력 많은 전문 봉제사가 봉제 작업 등을 담당하는 등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녹여낼 수 있도록 다양한 구성원 간 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지난 10여년 간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가치소비 등을 구현해 낼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재고 의류의 수량은 10장 내외로 한정해 만들고, 한정판을 의미하는 고유의 숫자 라벨을 부착해 소비자에게 내놓는다. 의류를 포장한 폴리백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업사이클링에 활용된 제품은 올해 1분기 기준 약 2만7천벌이다.

(사진 래코드 박스 아뜰리에)/뉴스펭귄
(사진 래코드 박스 아뜰리에)/뉴스펭귄

래코드는 올해 3월 스타필드 코엑스에 수선·리폼 매장인 '박스 아뜰리에'도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수선부터 개별 상담을 통한 맞춤제작 리폼 서비스까지 제공된다. '고쳐 입고 다시 입는' 문화를 전파하려는 게 취지다.

이 브랜드는 대중에게 지속가능한 패션의 가치를 알리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2014년 10월에는 누구나 업사이클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리테이블'을, 2019년 10월에는 래코드의 제작과정·전시·캠페인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오픈형 공간 '래코드 아뜰리에'를 열었다. 코오롱FnC에 따르면 지금까지 리테이블에 참여한 인원은 1만2천300여명에 달한다.

한편 코오롱FnC는 지난 1월 코오롱스포츠의 1~2년차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한 '코오롱스포츠 리버스' 상품 등을 제주시 탑동 '솟솟 리버스(RE; BIRTH)' 매장에서 선보인 적 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