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반려동물박람회가 '멸종위기생물 발전'을 위한 것?

  • 이후림 기자
  • 2022.05.13 18:11
희귀반려동물박람회 포스터 (사진 희귀반려동물박람회)/뉴스펭귄
희귀반려동물박람회 포스터 (사진 희귀반려동물박람회)/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2022 희귀반려동물박람회가 이번 주말인 14일과 15일 서울시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3년 만이다. 

2019년 당시 '희귀애완동물박람회'였던 명칭이 올해는 '희귀반려동물박람회'로 변경됐다.

박람회에 참가하면 전시된 파충류, 양서류, 관상어, 앵무새, 소동물 등 다양한 희귀동물을 볼 수 있고 원한다면 그 자리에서 분양도 가능하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동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니아층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특히 희귀종 중에서도 잘 알려진 동물이 있는 부스는 관람객이 몰려 제대로 관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최근 유튜브, 틱톡 등에서 희귀 동물을 키우는 브리더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희귀종 수요가 더욱 많아진 탓이다.

일단 분양을 결정하면 흔히 급여용으로 사용되는 먹이용 냉동쥐 등 다양한 반려용품을 주변 부스에서 곧바로 구매할 수 있다.

뱀 (사진 클립아트)/뉴스펭귄
뱀 (사진 클립아트)/뉴스펭귄

멸종위기종도 구매 가능하다. 박람회 관계자는 "멸종위기종 입양 시 구매업체에서 환경청 필수 서류를 발급해 줄 것"이라며 "업체가 서류작업을 통해 합법적으로 등록하면 입양이 마무리된다. 판매되는 멸종위기종은 모두 합법 개체이고 불법개체가 확인된 순간 바로 퇴출"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서는 특별히 희귀하고 다양한 개체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람회 측이 공식 홈페이지에 밝힌 이번 전시 취지는 '멸종위기생물의 발전'을 위함이다. 

과거 인천세관에서 적발된 멸종위기종 카이만악어 (사진 인천본부세관 제공 영상 캡처)/뉴스펭귄
과거 인천세관에서 적발된 멸종위기종 카이만악어 (사진 인천본부세관 제공 영상 캡처)/뉴스펭귄

그러나 뉴스펭귄 측에 희귀반려동물박람회 개최가 부적절하다고 제보한 독자 E씨는 해당 취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과연 희귀동물을 전시하며 관람객에 구매를 장려하는 행사가 진정 멸종위기생물 발전을 위한 것이냐는 의문이다.

E씨는 "멸종위기생물 발전을 명목으로 동물을 전시하는 이벤트 자체가 문제"라며 "'입양', '반려동물' 등 친근한 표현으로 관람객에게 가깝게 다가서며 동물 구매를 장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희귀동물은 동물에 대한 정보, 커뮤니티와 병원 부족으로 양육이 어렵다"면서 "만약의 경우 유기된다면 국내 기후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살아남는다면 기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멸종위기종 유통 분야 최다 연구를 진행한 심용주 박사는 13일 뉴스펭귄에 "종에 따라 상황이 다르겠지만 국내 기후환경에 적응해 살아남는 개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개체도 있다"면서 "문제는 살아남는다면 이들이 국내 토착생물과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류·양서류·파충류·절지류의 경우 매우 높은 수준의 번식이 이뤄지는 탓에 이 같은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사진 클립아트)/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뉴스펭귄

심 박사는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을 ‘반려동물’이라고 칭한 박람회 측 표기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인공증식 개체의 경우 야생개체가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안전핀’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박람회 측이 주장하는 '멸종위기생물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은 일부 부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동물들이 과연 반려동물 범주에 들어가는지는 물음표"라면서 "멸종위기종에 대한 박람회 측 정의나 이해가 모자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박람회는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아이의 호기심이나 상상력을 충족하고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심 박사는 해당 의견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심 박사는 "분명 박람회를 관람한 아이들 중 미래 파브르나 제인구달 같은 세계적인 동물 및 생물학자가 탄생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절대로 현장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행동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만약 단지 아이의 소유욕을 채워주기 위함이 아닌 학습을 위한 것이고 나아가 인류에 이바지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먼저 아이가 자신이 기르고 싶은 동물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녀가 한 동물의 삶과 죽음,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인내, 노력을 감내하고 역량을 갖췄을 때 비로소 동물을 기르는 것을 고민했으면 한다. 그게 진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극한호우는 지구가열화가 원인이라고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되는 급박하고 구체적인 위험입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위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많은 언론매체들과 달리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나 주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자본,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뉴스펭귄이 지속적으로 차별화 된 기후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후위험을 막는데 힘쓰도록 압박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입니다만, 뉴스펭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꺼이 후원할 수 있는 분들께 정중하게 요청드립니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지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가능하다면 매월 뉴스펭귄을 후원해주세요. 단 한 차례 후원이라도 환영합니다. 후원신청에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으며 기후위험 막기에 전념하는 독립 저널리즘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