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뷔페 온 바다사자들 ...'다가올 미래 모르고'

  • 남주원 기자
  • 2022.04.08 18:25
(사진 Clayoquot Action)/뉴스펭귄
(사진 Clayoquot Action)/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양식장에 무단 침입해 '연어 파티'를 벌이는 바다사자들이 화제다.

캐나다 환경보호단체 '클레이쿼트액션(Clayoquot Action)'은 최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섬 토피노에 있는 한 연어 양식장에 바다사자 수십 마리가 들어와 떠나지 않고 있다고 공식 SNS에 전했다.

바다사자 무리가 만찬을 즐기고 있는 이곳은 '란트포인트(Rant Point)'라고 불리는 양식장이다.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연어 양식 회사 서마크(Cermaq)가 운영하는 양식장 중 하나로, 가두리마다 최대 2만 마리에 달하는 연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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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사자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양식장에 나타나기 시작해 현재까지 머물고 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주말 확인된 바다사자 수만 24마리로 날이 갈수록 더 많은 바다사자가 이곳을 찾고 있다.

(사진 Clayoquot Action)/뉴스펭귄
(사진 Clayoquot Action)/뉴스펭귄

회사 측은 큰 소리를 내 겁주는 등 바다사자를 내보내려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다사자들은 하루 종일 연어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양식장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캐나다 연방 해양수산부(이하 DFO)는 바다사자를 최대한 다치지 않게 하면서 양식장 밖으로 꺼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문제는 이 같은 '연어 뷔페'가 머지않아 바다사자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단체에 따르면 바다사자는 양식장 그물망과 밧줄, 호스에 얽히는 등 부상당하거나 죽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100마리가 넘는 바다사자들이 양식장 그물에 얽혀 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Clayoquot Action)/뉴스펭귄
(사진 Clayoquot Action)/뉴스펭귄

게다가 바다사자가 계속해서 양식장을 떠나지 않을 경우 '잔혹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

앞서 2016년 바다사자 15마리가 토피노 근처 또 다른 서마크사 양식장에 들어와 나가지 않자 DFO는 회사 측에 바다사자를 총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클레이쿼트액션 소속 보니 글램벡(Bonny Glambeck)은 "당시 바다사자들은 이틀 동안 총에 맞았다"라며 "우리는 이 바다사자들의 운명이 그렇게 될까 봐 정말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사진 Clayoquot Action)/뉴스펭귄
(사진 Clayoquot Action)/뉴스펭귄

한편 지역 환경단체들은 그물망을 이용한 양식업에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이런 종류의 양식장이 자연산 어류에게 병원균을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양 우리에서 양식되는 어류가 바다사자 등 야생동물과 섞이는 일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글램벡은 "국립공원 한가운데 가축 사육장을 놓고 곰과 늑대가 나타나면 깜짝 놀라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DOC는 이 같은 환경단체 목소리에 손을 들었다. 지난 2020년 말 밴쿠버섬 동쪽 디스커버리 제도에 있는 양식장 19곳을 2022년 7월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것.

다만 양식업계와 환경단체 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DFO에 따르면 캐나다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양식 연어 생산국이다. 양식업은 캐나다에 정규직 일자리 1만 4000여 개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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