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 묻힌 멸종위기종 서식지, 운동가의 증언

  • 임병선 기자
  • 2022.04.06 10:00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4대강 사업이 한국 강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환경부는 한국환경과학원이 수행한 수생태계 건강성 연구를 통해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보 설치 이후 생태계에 분명한 문제가 생겼음을 인정했다. 

느려진 유속으로 생겨난 녹조, 하상 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4대강에 의한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른 4대강 사업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4대강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알아야 한다. 

2009년 4대강 공사 전 (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2009년 4대강 공사 전 소양천 합수부 (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2012년 4대강 공사 후 소양천 합수부 (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2012년 4대강 공사 후 소양천 합수부 (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4대강 사업이 초래한 필연적 생태계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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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은 4대강 공사 때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파괴되는 현장에 있었던 녹색연합 정규석 사무처장을 인터뷰했다.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 범대위' 등 여러 환경단체, 시민단체가 연합해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사는 끝끝내 완료됐다.

4대강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를 가로질러 뱃길을 만들겠다는 대운하 계획이 좌절된 뒤 '4대강 살리기 사업'이란 이름으로 강에다 깊은 홈을 팠으며, 구불구불한 강을 직강화하고, 4대강에 16개 대형 보를 설치했다.

정 사무처장은 "홍수나 가뭄 예방 목적이라기엔 4대강에서 보 설치가 예정됐던 지역과 홍수나 가뭄 피해지가 전혀 안 겹쳤고, 보로 물을 막는다고 홍수가 예방될 수가 없기 때문에 처음엔 이 사업이 실제로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되고 나니 절망적인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금강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금강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자연습지는 5041만㎡, 공사 과정에서는 남한강에서 재첩 대량 폐사 금강에서는 어류 대량 폐사 등 사건이 발생했다. 보가 설치되면서 많은 구간에서 유속이 느려졌고 멈춘 물에서 사는 정수성 어류가 우점종이 됐다. 강이 호수처럼 변한 구간이 생긴 것이다. 

대규모 토건사업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야생생물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정부가 밀어붙이는 사업은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막을 방도가 없다. 환경부가 정부부처 중 환경을 다루고, 보전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해도 행정부와 '협의 하에 일을 추진하는 관계'지 한국 환경을 지키기 위해 윗선을 막아서지는 않는다.

만약 공사 부지에서 멸종위기종이 발견돼 시민들이 중단을 요구한다고 해도 정부나 공사 업체로부터 돌아오는 말은 '이주시키고 잘 살피겠다', '파괴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는 공허한 약속뿐이다.

현재 지어지는 많은 아파트들이 멸종위기종 발견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4대강, 가리왕산, 제주도 해군기지가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랬던 것처럼. 최근에도 멸종위기종이 발견된 공사 부지에 환경부는 '조건부 승인'을 내주고 있다.

고립된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민간생태전문가 김합수 씨)/뉴스펭귄
고립된 고리도롱뇽 (사진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민간생태전문가 김합수 씨)/뉴스펭귄

허울만 남은 멸종위기종 이주

멸종위기종 이주는 아무리 잘 수행했더라도 결론적으로는 야생생물에게는 서식지가 줄어드는 일이다. 대체서식지를 만들어 이소 시킨다고 해도 그곳에는 같은 생물종, 혹은 다른 생물이 살고 있다. 강제이주된 멸종위기종들은 기존에 살던 생물들과 경쟁하고 누군가는 집을 잃는다. 혹은 성공하더라도 원래 서식지가 아닌 곳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하려면 많은 비용, 여러 사람의 오랜 노력과 관심이 필수적이다.

단양쑥부쟁이는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생물이다. 경기도 여주 남한강 일대에는 단양쑥부쟁이 군락이 있었는데, 공사 과정에서 군락지가 파괴되고 일부는 대체서식지로 이식됐다. 

정부는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를 파헤치며 사후 모니터링 등에 충실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 대체서식지는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2021년 9월과 10월 2차례 단양쑥부쟁이 모니터링 결과 여주군 강천섬, 강원도 원주시 흥원창 지역에 있던 대체서식지에는 단양쑥부쟁이가 모두 사라지고 다른 식물들만 무성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단체는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호를 위한 안내판, 보호 펜스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강천섬 주차장에 훼손된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강천섬 주차장에 훼손된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그럼에도 단양쑥부쟁이는 아직 살아남았다. 여주시 측에서는 단양쑥부쟁이를 증식하고 또 다른 서식지에 식재하고 있다. 또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9월과 10월 2차례 모니터링 결과, 4대강 공사 당시 쌓아 놨던 준설토에서 단양쑥부쟁이가 자라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이미 칡이 웃자라는 등 단양쑥부쟁이 서식지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장안리 준설토 위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장안리 준설토 위 단양쑥부쟁이 (사진 경기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단양쑥부쟁이가 새로운 곳에 서식하고 있다고 해서 장기적인 생존이 보장된 것이 아니다. 단양쑥부쟁이가 4대강 사업 당시 훼손 우려가 컸던 이유는 다른 종과 경쟁에서 취약한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단양쑥부쟁이는 다른 식물이 쉬이 뿌리내리지 않는 자갈밭 같은 곳을 선점하고 살아간다.

이번 새롭게 발견된 준설토 서식지도 이미 칡이 단양쑥부쟁이 위로 웃자란 상태였다. 앞서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 때도 멸종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군락 유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공사로 야생 군락은 사라진 상태다.

정 사무처장은 "현재 운영 중인 대체서식지를 여러 곳 방문했으나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4대강 사업 이후 보수 등을 위해 1년에 수천억 원 씩 들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야생생물까지 신경쓰겠나"라고 씁쓸한 한마디를 던졌다.

흰수마자는 4대강 사업 전 금강과 낙동강에서 자주 나타났지만, 2020년 12월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유전자 기법을 도입해 조사한 결과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 흰수마자 서식 범위가 감소했다. 강 흐름, 하상 등 변화 때문으로 추정된다.

모래톱에 살던 흰목물떼새도 4대강 사업 이후 서식지가 크게 줄었다. 특히 '흰목물떼새의 피난처'로 불렸던 내성천은 4대강 사업 일환으로 낙동강 상류에 설치된 영주댐에 치명타를 입었다. 환경부 국립생태원이 2016년 7월 발간한 '낙동강 상류지역 생태공간 조사·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흰목물떼새는 낙동강 상류 중 영주댐에서 한참 떨어진 1곳에서만 출현했다. 모래톱이 사라져 알을 낳을 환경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공사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4대강 사업은 특정 구간에서 생물상을 완전히 바꿨다. 4대강 사업에 의해 모래톱이 파헤쳐지고 습지가 사라지자 흑두루미는 찾아오지 않게 됐고, 환경단체와 지역 기업체가 모래톱을 복원하자 작년에서야 다시 발견됐다. 유속이 느려져 겨울에 강이 얼어붙으면서 조류들이 아사한 사례도 있었다.

정치적 프레임에 갇힌 환경 문제, 해결책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정권과 상관 없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과학적 사실이 4대강으로 인해 수생태계에 문제가 생겼음을 증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보를 해체해 생태계를 되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보 해체 실행 시기를 정하지 않으면서 사실 상 다음 정부로 결정이 미뤄졌다. 윤석열 차기 대통령은 '보를 지켜 물 마음껏 쓰도록 하겠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을 폄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 문제는 야당과 여당의 '상대방을 비난할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

4대강 반대 운동에서 가장 답답했던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 사무처장은 "환경부가 환경부에 일을 안 하고 국토부처럼 일을 한다거나 이런 거 답답했다. 그리고 경찰들이 막아서는 것도 답답했지만, 가장 답답한 건 지역 사람들이 적대시하는 것"이라는 뜻밖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특정 지역에 가면 정치 성향 때문에 4대강을 재자연화하는 거에 반대하고, 아니면 땅값과 같은 개인 이익 때문에 우리를 적대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너희들 다 빨갱이 아니냐, 민주당 편 아니냐고 하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하고 설득해야 할지 답이 안보였다.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일종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은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반대했지만, 정치적 일과 겹치면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생겨나서 무기력했다"며 "나중에야 든 생각이지만 환경단체들은 어떤 정치적 발언이나 정책 성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주저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따라가면서 모든 환경 문제는 정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개발 사업은 정치에서부터 나온다는 것 뼈저리게 알았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떠나서 정치 영역 안에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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