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생명과 존엄 위해" 동물실험 찬·반 접전 ...당신의 의견은?

  • 남주원 기자
  • 2022.04.03 00:00
 핑크펭귄폴 투표 결과. 클릭하면 이미지를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사진 뉴스펭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핑크펭귄폴 투표 결과. 클릭하면 이미지를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사진 뉴스펭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찬성과 반대 응답이 접전을 벌인 끝에 동물실험이 전면 금지되기를 바란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멸종위기·기후위기 전문 매체 뉴스펭귄이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20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핑크펭귄폴'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핑크펭귄폴은 시민들의 환경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뉴스펭귄이 추진해오고 있는 설문조사 플랫폼이다. 뉴스펭귄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하단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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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핑크펭귄폴은 동물실험을 주제로 진행됐다. '연간 실험동물 410만 시대, 경제와 안전 그리고 윤리 가치를 두고 다툼이 팽팽한 동물실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시민 총 176명이 참여했다.

투표 결과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참여자 176명 중 90명이 '전면 금지 바람'이라는 응답을 선택했다. 전체 비율로 보면 절반을 살짝 넘는 51.1%를 차지했다.

'의약 등 필수 불가결한 품목에 제한적 허용 바람'에는 시민 75명이 답하며 뒤를 이었다. 이는 전체 비율의 42.6%로 전면 금지하자는 입장과 팽팽한 의견 대립을 나타냈다. 동물실험 자체에는 반대하나 인류를 위해 완전히 포기하는 것까지는 어렵다는 견해로 해석된다.

남은 11명은 '안전성 검증을 위해 유지 불가피'에 응답했다. 즉 동물실험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투표 결과 가운데 가장 낮은 6.3%를 나타냈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Neuralink)'가 동물실험 중 원숭이를 학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실험에 동원된 원숭이들은 다수 폐사하거나 불구 또는 구토·구역질·호흡곤란 등 증세를 보이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당시 뉴럴링크와 연구진을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미국 농무부에 고소한 동물권단체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 위원회(PCRM)'는 "회사가 동물들을 불구로 만들고 죽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실험 원숭이 뇌에 삽입하는 하드웨어는 이들에게 반복적인 감염을 일으키고 건강을 앗아갔다. 인류의 생명을 위해 다른 동물들의 목숨이 끔찍하게 희생되고 있는 것.

연구용 원숭이들의 고통은 실험뿐만 아니라 운송 과정에서도 벌어진다. 다른 나라로 수출되는 실험용 원숭이들은 비좁은 운송상자에 실려 화물로 취급된다. 숨 막히는 기내 화물칸에서 열악한 온도와 습도, 낯설고 시끄러운 소음을 견디다 죽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뉴럴링크 측은 기술이 현실화되면 사지마비 환자들이 사물을 편리하게 다룰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며 "가능한 가장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동물과 함께 일하겠다. 인류에 기여하는 동물을 위해 더욱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진 뉴스펭귄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사진 뉴스펭귄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실제 뉴스펭귄이 보도한 해당 기사 댓글창에도 동물실험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댓글을 단 대부분의 네티즌이 인간 중심적 사고와 원숭이들의 비극적인 죽음에 분개하며 동물실험 실태를 비판했다. 그러나 일부는 반대 견해를 내놨다.  

한 네티즌은 "최소한의 필수불가결한 실험으로 더 많은 생명의 존엄을 지키려는 분들의 노력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서로 지키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지 옳지 못한 일을 하기 위해 또는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즐거워서 하는 실험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분들 또한 불가결한 실험을 통해 얻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존엄을 생각하며 이 악물고 버티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동물실험 찬·반 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폐지하는 움직임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샴푸·바디워시·립스틱·로션·향수 등 모든 수입 일반 화장품에 대해 동물실험을 요구해 오명을 떨쳤던 중국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이에 적용됐던 '동물실험 필수 요건' 법안을 폐지했다.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거대한 뷰티 시장을 차지하고 만큼 중국의 이 같은 결정은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각국 단체와 기업들로부터 크게 환영받았다.

멕시코에서 해당 안을 통과시킨 입법 일등공신은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랄프를 구해줘(Save Palph)'다. 동물실험 반대를 위해 제작된 영화로, 화장품 실험에 동원돼 한쪽 눈이 멀고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토끼 랄프가 실험실로 출퇴근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영상 HSI 공식 유튜브)/뉴스펭귄

지난해 9월에는 멕시코가 북미 최초이자 세계 41번째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금지 법안은 당국 상원 만장일치로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법에 따라 멕시코에서는 동물실험을 시행한 화장품 제조, 수입 및 판매 또한 모두 금지된다.

또한 최근 동물실험을 일절 거치지 않은 비건 네일컬렉션을 출시한 글로벌네일브랜드 OPI는 "수출 시 동물실험을 하는 국가에는 해당 컬렉션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기도 했다. 

이처럼 동물실험 철폐 물결이 일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한국도 2017년부터 화장품 제조·생산·유통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금지했다. 다만 국내 관련 법의 경우 상황에 따라 예외적으로 가능하다는 조항이 많아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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