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이 한국에 '투자 금지 가처분' 신청한 까닭

  • 임병선 기자
  • 2022.03.23 11:53
(사진 Environment Centre NT)/뉴스펭귄
(사진 Environment Centre NT)/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호주 천연가스 추출 사업에 금융지원하려던 공적금융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이 호주 원주민과 국내 기후행동단체가 제기한 '투자 금지 가처분 신청'에 부딪혔다.  

기후솔루션, 노던준주환경센터 등이 공동 결성한 '스탑 바로사 가스(Stop Barossa Gas) 캠페인'은 호주 노던준주 원주민과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가 채권자가 돼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을 채무자로 지정하고 바로사 가스전 투자 계약 등 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고 23일 밝혔다.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태림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의 핵심은 환경 파괴와 이산화탄소 다배출이 예상되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한국 공적자금 투입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노던준주 지역에서 건설 예정인 액화천연가스(LNG) 추출 시설로 SK E&S가 37.5% 지분을 갖고, 시공 등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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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7억 달러 규모 금융 지원 의향을 밝히면서 이번 가처분 신청 대상이 됐다. 두 기관은 한국 공적자금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무역보험공사는 K-CCUS(탄소 포집 및 저장과 활용 기술) 추진단이 한국과 호주 민관과 체결한 협력에 참여하는 등 깊게 관여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보도자료를 통해 "호주 원주민들의 이번 가처분 신청 핵심 사유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 및 환경 피해가 예상됨에도 현지 원주민들과의 논의 절차가 부실했다는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에 나선 호주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티위(Tiwi) 제도는 바로사 가스전 사업의 파이프라인으로부터 불과 5km 거리에 있어, 연방 호주법에 따라 해상 가스·유전 개발사업의 협의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고 사업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호주 정부는 산토스(바로사 가스전 사업 최대 주주) 측이 지난해 10월 신청한 바로사 가스전에 환경 허가를 내줬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는 남쪽에 위치한 다윈 LNG 터미널로 운반되기 위해 파이프라인 건설이 필요하다. 단체는 "해당 파이프라인은 호주 멸종위기종인 올리브 리들리 바다거북(Olive Ridley Sea Turtle)과 납작등 바다거북(Flatback Sea Turtle)의 서식지를 가로지르도록 설계되어 있어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원고로 참여한 티위섬 원주민 프란시스코 바부이(Francisco Babui)는 "산토스는 우리와 대면해서 논의하려고 방문한 적도 없고 어떤 위험이 예상될지 말해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바부이는 "티위섬은 강한 문화적 정신적인 장소며 우리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지니고 살아간다"라며 "가스전 개발을 막고자 한국 정부를 법정에 세워 우리의 가족들과 땅을 지키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후단체 기후솔루션은 앞서 21일에도 한국수출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적 금융기관이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SK E&S와 산토스 등 바로사 가스전 참여 기업은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로 탄소배출량을 크게 저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사진 기후솔루션)/뉴스펭귄

기후솔루션은 지속적으로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보고서를 근거로 바로사 가스전에서 이뤄질 CCS 기술의 효과가 상당 부분 과장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CCS 기술로 탄소를 포집하더라도, CCS 시설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고려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 IEEFA 보고서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에서 CCS 기술을 적용해도 LNG 1t당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1.06t으로, 다른 호주 가스전 평균에 비해서도 낮게 나타났다.

스탑 바로사 가스 캠페인은 바로사 가스전 사업 중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각국 정부의 가스전 친화적 태도에 고투하고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기후솔루션이 중단 요청한 SK E&S의 'CO2-free LNG'라는 홍보 문구에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래 실현될 기술'이라 중단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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