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원"...14년만에 다시 꺼내든 '보증금제', 실효성은?

  • 최나영 기자
  • 2022.02.27 08:00
(사진 Pixabay)/뉴스펭귄
(사진 Pixabay)/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전국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사용되는 일회용컵은 연간 28억개. 국민 한 사람이 연간 56개의 일회용컵을 쓰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회용컵 재활용 비율은 5%에 그친다. 56개 중 3개도 채 재활용이 되지 않는 셈이다. 나머지 53개는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

프렌차이즈 카페 등에서만 매년 수십 억개씩 버려지는 일회용컵 쓰레기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정부는 일회용컵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2003년에도 시행됐다 5년만에 폐기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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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관련 내용이 명시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6월)을 앞두고 세부사항을 담은 고시‧공고 제‧개정안을 25일 행정예고했다. 보증금제가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일회용품 보증금제는 어떻게 운용될 예정인지, 제도 시행에 앞서 정부는 어떤 계획인지 27일 <뉴스펭귄>이 짚어봤다.

 

일회용컵에 음료 담아가려면 300원 더 내야
보증금제 대상 다른 매장에서도 반환 가능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를 비롯한 매장에서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주문할 때 소비자가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지불토록 했다가, 이 컵을 반환하면 보증금을 환불해 주는 제도다. 회수된 일회용컵은 전문 재활용업체로 보내져 재활용하는 구조다.

보증금 가격은 일회용컵 개당 300원이다. 정부는 보증금 액수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와 주요 프랜차이즈의 텀블러 할인 혜택 금액이 300원 내외인 점을 고려해 책정했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반납은 음료를 구입한 매장뿐 아니라, 보증금제에 참여하는 모든 브랜드의 매장에서도 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성을 위해 공공장소에도 무인 회수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증금 관리는 지난해 6월 설립된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한다.

정부는 14년전 이 제도를 처음 시행했을 때보다 반환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시 일회용컵 개당 보증금은 50~100원에 그쳤는데, 반환율은 37% 수준이었다. 보증금 가격이 낮아 보상보다 반환의 번거로움이 더 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회용컵을 구입한 매장에서만 반환할 수 있어 반납이 불편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미환불금이 기업 홍보비로 쓰여 논란도 일었다. 자발적 협약으로 이뤄져 법적 근거도 부족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보증금도 300원으로 올리는 등 지적된 문제를 보완한 만큼 반환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반환율은 시행해 봐야 알겠지만 장기적으로는 90% 정도는 나왔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타벅스‧이디야‧파리바게뜨‧맥도날드…
105개 브랜드 3만8천개 매장이 적용 대상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적용받는 대상은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업종의 가맹본부 또는 가맹점사업자, 휴게‧일반음식점, 제과점 영업사업자 중 2020년 말 기준으로 매장을 100곳 이상 운영하는 사업자다. 운영 규모가 100곳을 넘지 않더라도 일회용컵 사용량‧매출규모‧매장 수를 고려해 포함 시킬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업자도 보증금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총 79개 사업자 105개 브랜드, 전국에 약 3만8천개의 매장이 보증금제 적용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매장은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파스쿠찌 △뚜레쥬르 △폴바셋 △투썸플레이스 △맥도날드 △롯데리아 △베스킨라빈스 △엔제리너스 △이디야 △KFC △버거킹 △빽다방 △이삭토스트 △할리스커피 등이다.

2020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돼 회수‧재활용이 촉진되면 소각했을 때보다 온실가스를 66%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회용컵의 재활용 표시 (자료 환경부)/뉴스펭귄
일회용컵의 재활용 표시 (자료 환경부)/뉴스펭귄

종이‧플라스틱 표준용기 기준 마련
"강제 아니지만 표준용기 사용에 혜택"

원활한 재활용을 위해 일회용컵 표준용기 기준도 마련됐다. 한 매장에서 구매한 컵을 다른 매장에서 반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컵이 포개질 수 있도록 규격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표준용기의 크기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컵을 겹쳐 쌓을 수 있도록 상‧하단의 지름 등의 규격을 정한 것”이라며 “컵의 높이나 기타 크기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을 쉽게 하기 위해 재질‧색상도 정했다. 그동안 일회용컵은 매장마다 재질이 달라 재활용 비용이 많이 들었다. 일회용컵 표준용기의 재질은 플라스틱(PET)와 종이 등 2개로 구분된다. 인쇄는 하지 않거나 최소화해 쉽게 재활용할 수 있게 했다. 보증금제 대상이 되는 일회용컵에는 환불을 안내하는 문구와 재활용 표시 라벨이 붙는다.

표준용기 사용은 강제사항은 아니다. 비표준용기도 보증금제 라벨을 붙여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표준용기를 사용하는 업체에게는 혜택을 더하는 만큼 표준용기 사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장에서는 표준용기와 비표준용기를 선별하지 않고 보관하면 되고 표준용기와 비표준용기는 (재활용) 처리 업체가 선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집ㆍ운반업자에 지급할 비용 추가적으로 부담?
환경부 "지금도 일회용품 구매금액에 처리비용 포함돼 있어"

표준용기 사용 유인책 중 하나는 처리지원금 혜택이다. 정부는 재활용이 쉬운 표준용기를 사용하는 업체는 그만큼 일회용컵 처리 비용이 적게 들도록 설계했다. 업체가 수집‧운반업자에게 지급하는 처리지원금을 표준용기는 개당 4원, 비표준용기는 컵당 10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처리지원금은 보증금 대상 사업주가 일회용컵을 발주할 때 선납한다. 보증금 대상 사업주들은 자신이 구입한 일회용컵에 대해서만 처리지원금을 내는 구조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매장에서 사용된 일회용컵을 받았다고 해서 처리지원금을 대신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매장 사업주들은 일회용컵을 브랜드 본사 등으로부터 살 때 이미 폐기물 처리에 대한 부담금을 포함한 구입비를 지불하고 있다”며 “매장 사업주들이 보증금제 시행으로 기존에 안 내던 처리비용을 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회수된 컵이 적정하게 재활용될 수 있도록 권역별로 3~5개 수거업체와 1~2개 전문 재활용업체를 지정할 예정이다. 각 매장은 지정된 수거업체 중에서 자율적으로 선정해 해당 재활용 업체에 회수된 컵을 인계하면 된다.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사진 환경부)/뉴스펭귄

환경단체 “보증금제, 일회용컵 사용 면책용으로 활용되선 안 돼”
대상 사업자 “일회용컵 처리 부담…공공에서 처리했으면”
환경부 “폐기물 발생시키는 곳이 처리할 의무 있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환경단체들은 제각각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하는 점은 반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구축. 또한 보다 강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녹색연합은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제도 도입은 환영하지만 일회용컵 개당 300원의 보증금은 높은 반환율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낮은 금액”이라며 “시행 이후 단계별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사람들에게 환경처리 비용을 치렀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면책의 도구'가 될 우려도 크다. 비용으로 300원을 치렀으니 일회용품을 써도 된다는 의식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내가 300원만 내면 비용을 치렀으니 일회용컵을 써도 된다는 그릇된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 제도는 일회용컵을 쓰면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발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상 사업자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일회용컵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지원이나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P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 매장의 경우 전문 카페가 아니어서 음료 판매량이 많지는 않은데,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다른 곳에서 음료를 사서 마신 뒤 반환은 우리에게 할 것 같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용컵 반환 과정에서 업무도 추가돼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보증금의 일부를 해당 점포에게 떨어지게 하거나, 매장이 아닌 공공 일자리 시스템을 통해 반환 처리하게 하는 등의 대안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가 폐기물처리 제도는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사람에게 처리할 의무를 지우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일회용컵을 손쉽게 사용하는 것이 악순환을 야기하기에 (원인 제공자에)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고시‧공고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환경부 홈페이지(me.go.kr)에 공개하고, 행정예고 기간인 다음달 17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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