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고릴라 언어 탐구... 가슴 치는 행동의 진짜 뜻은?

2021-04-12     이후림 기자
가슴을 두드리는 고릴라 (사진 사이언티픽리포트 연구 저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고릴라가 가슴을 치는 행위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화 킹콩(2005), 타잔(1999) 등 고릴라 영화에 필수적인 클리셰가 있다. 바로 고릴라가 화가 많이 난 듯 가슴을 두드리며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장면이다.

그동안 고릴라가 가슴을 치는 이유에 대한 과학자들의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지만 실제 행동 근거에 대한 증거는 상당히 부족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다큐멘터리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멸종위기에 처한 고릴라의 가슴 치는 행동을 분석한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고릴라의 행동은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에서 표현된 것과 같이 과시와 허세가 섞인 공격적인 제스처가 아닌 자신의 크기를 상대방에게 정직하게 전달하기 위한 평화적인 제스처다.

연구팀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고릴라가 가슴을 치는 행동을 36번에 걸쳐 기록하고 분석한 결과 고릴라가 한 회 동안 가슴을 치는 지속시간, 박자 수 및 박자 속도는 고릴라의 크기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면 생성되는 소리의 평균 주파수는 고릴라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다. 고릴라의 크기가 클수록 생성되는 소리의 주파수는 낮게 기록됐다.

대개 몸집이 큰 고릴라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이들 사회에서 가슴을 치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본인의 크기를 전달하는 유용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이는 위험한 싸움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

가슴을 두드리는 행동에서 생성되는 소리 주파수로 상대 몸집을 가늠하는 고릴라 (사진 Dian Fossey 국제고릴라재단)/뉴스펭귄

주 저자 에드워드라이트(Edward Wright) 박사는 "고릴라가 가슴을 치는 행위는 흔히 포착되지만 가슴만 칠 뿐 싸우지는 않는다"며 "이를 통해 서로의 몸집을 가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왜 몸집이 큰 고릴라가 더 낮은 주파수를 갖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라며 "가슴 부피나 손 크기 차이에 의한 것일 수 있고 큰 개체들이 흉곽에 더 큰 후두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연구 과정에 참여한 마운틴 고릴라는 르완다, 우간다, 콩고 등 중앙아프리카에 주로 서식하며 기후위기로 인한 서식지 감소, 밀렵 등의 영향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 종으로 분류됐다.

마운틴고릴라 IUCN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