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도 멸종위기... 연어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

2021-02-23     이후림 기자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사진 Pixabay)/뉴스펭귄

지속되는 수온상승으로 태평양 연어 개체수가 급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산하 워싱턴 주 보존 연구소(Washington State Recreation and Conservation Office)가 발표한 '2020 연어 개체군 현황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평양 여러 종의 연어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평양 북서부 연어 10~14종이 ‘위협 또는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5종이 '위기 상태'에 있다. 현재 연어 감소율은 역사적 최고치인 5%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어업 종사자들은 50년만에 최악의 연어철을 맞았다며 정부에 구제 요청을 한 상태다.

연어 개체수 감소 원인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 상당수는 기후위기로 인한 서식지 손실과 관련이 있다. 특히 태평양 북서부의 연어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빙하 손실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빙하는 연어가 산란하는 여름 강에 차가운 물을 공급하는데, 차가운 물은 연어가 성공적으로 번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빙하 손실로 인한 수온상승은 온도에 극도로 민감한 연어의 여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연어는 수온이 섭씨 12도 이상일 경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해양생태계 정보 수집 연구소 '씨어라운드어스(Sea Around Us)' 대니얼 파울리(Daniel Pauly) 박사는 "따뜻한 물은 산란을 위해 수천 마일을 여행하는 연어에게 더 많은 산소를 필요하게 만든다"며 "이로 인해 연어는 큰 스트레스를 받아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어 사냥하는 회색 곰 (사진 Pixabay)/뉴스펭귄

연어 개체 수 감소는 인간뿐 아니라 다른 생물, 심지어 나무에게도 치명적이다. 연어를 주식으로 삼는 바닷새, 범고래, 회색 곰 등은 먹이가 부족해 심각한 식량난을 마주하고 있으며, 산란을 완료한 연어 사체에서 80% 이상의 영양소를 얻는 강 주변 나무들 역시 고통받고 있다.

실제 지난 2019년 10월 연어 수가 급감하며 먹이를 구하지 못한 수척한 회색 곰 무리가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사진을 촬영했던 사진작가 롤프 하이커(Rolf Hicker)는 CNN과 인터뷰에서 "어미 곰 한 마리와 새끼 곰 두 마리가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었는데 얼마나 굶었는지 살가죽이 들러붙어 있었다"며 "연어 없이 겨울을 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 페이스북 hickerphoto)/뉴스펭귄

회색 곰은 매년 5~7개월 동안 동면에 들어간다. 10~11월에는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온 연어를 사냥해 영양분을 섭취하고 축적한다. 이때 충분한 식량을 섭취하지 못하면 겨울잠을 자는 동안 출산하는 곰의 특성상 번식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대니얼 파울리 박사는 "연어 개체 수 감소는 기후위기가 전 세계 어류 개체 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다"며 "모든 어류는 수온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